엄밀히 따지면 청평이 아니고 청평호수, 가평 회곡리 어디인데 한 때 밤낚시에 미쳐 다닐 때 이야기다.
졸업 후 직장 다니던 시절이니 1978년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그 날이 제헌절 연휴인걸로 기억하는데 등산에 미쳐 돌아다닐 때는 등산복, 등산장비를 회사 앞 다방에 맡겨 놓고
퇴근 하면서 그길로 산으로...
낚시에 미쳐 돌아 다닐 때 역시 낚시 장비 회사 앞 다방에 맡겨놓고 퇴근 하면서 막바로 낚시터로.
그때는 친구하고 같이 밤낚시를 가기로 했는데 그날 오후 친구가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으셔 병원에 가야하니 아버지 병환 상태를 봐서 낚시터로 곧장 갈테니 나보고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있으라고.
퇴근하고 혼자서 덜렁덜렁 청량리 가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가평 못 미쳐 청평 다음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회곡리를 갔다.
밥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밥집 벽에 친구오면 주라고 메모지 꽂아 놓고 낚시터로 향했다.
텐트를 치고 낚시대 벌려 놓고 소주 한잔 하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라디오 틀어 놓고 간데라 불 도 피우고...
그날은 바람 한점 없는 전형적 여름 날 저녁이었다. 별로 입질도 없었다. 건너편에도 불빛이 보였다.
미친 놈들은 어디에고 있는거지. Carzy men are eveywhere...
밤은 깊어가고 주변은 조용하고 입질도 없고 가끔 미끼가 갈아주고 새벽에 대비해서 떡밥이나 깔아 놓고...
'텐트에 들어가 한 잠 잘까' 라는 생각도 들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앞을 보니 불빛 하나가 내쪽으로 오고 있었다.
'옳커니, 혼자 심심하니 나 찾아 오는구나. 심심한데 잘 되었다.'
앉았다 일어났다 무릎 굽히기도 하고 팔운동도 하고.
불빛이 다가오는게 보이는데 참 이상하다...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나?
불덩어리만 한개 덩그머니 물 위에 떠서 내게로 오고 있었다.
이상도 하다 왜 배도 안보이고 사람도 안보이고 불덩이만 보일까?
불덩이는 소리도 없이 마치 미끄러지듯 오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불덩이를 응시했다. 낚시대 끝머리에서 불이 섰다.
저게 뭘까?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거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불덩이가 움직인다. 천천히 움직이던 불덩이는
점점 빨리 움직인다.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 낚시대를 휘둘렀다. 불덩이가 멈춘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징조가 좋지 않구나. 순간 잘못 걸린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멈췄던 불덩이가 다시 움직인다. 나는 낚시대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불덩이를 노려보면서. 불덩이가 심하게 움직이려 할 때 낚시대를 휘두르면 불덩이가 멈춘다.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난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한발씩 한발씩.
불덩이는 물가에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춤을 추듯 움직였다.
제방위에 다 올라선듯 하자 재빨리 몸을 돌려 밥집을 향해 뛰었다.
정신이 들었다. 나는 밥집 방에 누워 있었다. 덥고 있는 홑이불이 온통 땀에 젖었다.
"무슨 일 있었수?' 밥집 아저씨가 묻는다. "나 담배나 한대 줘요."
새마을 담배를 한대 피웠다. "뭐 들짐승 이라도 만났수?"
"근데 아저씨 내가 왜 여기 누워 있는거에요?"
개가 짖더란다. 하도 개가 요란스레 짖어 밖에 나가보니 개가 어디론가 달려 가길래
개 따라 왔더니 내가 밭에 쓰러져 있길래 업고 와 자리에 눕혔다고.
평소에 쳐다도 안보던 새마을 담배 두개를 연달아 피우고 불덩어리 만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아저씨 가라사대 "당신 무슨 부적 지닌것 있어?" "아니오"
"그럼 절에 다니거나 예수 믿어?" "교회를 다니긴 다니는데..."
그 불덩어리 정체는 모르는데 하여튼 그 불덩어리 본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죽거나 미치거나...
낚시할 마음이 싹 달아났다. 다음날 아침 낚시터에 가서 낚시 장비 챙겨서 돌아왔다.
밥집에서 서울로 시외전화해서 친구에게 낚시고 뭐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하고.
집에 왔다. 엄마가 반색을 한다. "너 무슨 일 없었지?" "일은 무슨, 나 피곤해서 그냥 잘래."
엄마는 방에 까지 따라와 무슨 일 없었냐고 묻는다. "일은 무슨 아무 일 없었어.'
엄마가 자다 꿈을 꾸었다고...
꿈에 내가 바위에 앉아 낚시를 하는데 촛불 두개 켜놓고 상복을 입고 낚시를 하더란다.
제사 지낼 때 촛불 두개 켜고, 상복은 초상 날 때 입는 거다.
꿈이 하도 불길하고 기분 나빠 잠에서 깬 엄마는 기도 하고 찬송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고.
나는 그 후로 밤낚시는 사양한다. 아무리 월척 아니라 세상 없는 고기가 나온다 해도 밤낚시는 사양.
몇년이 지난 후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아버지, 형, 동생들에게 이야기 했다.
아무도 안 믿는다. "야 임마, 네가 헛걸 본거지." 동생도 "에이.. 형이 뭘 잘못 봤을거야."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첫댓글 국민 학교 5학년때,초저녁 무렵에 마치 쥐불놀이 하는 듯한 불꽃을 본 적이 있지요.다행히 친구와 같이 보았고 어둠이 내리기전의 상황이지만 사람은 없고 분명히 불꽃 두개 정도가 뱅그르르 3~4분간을 도는 모습을 너무 선명히 본 기억이 있습니다.
나즈막한 야산이라 훤히 보이는 시야에 있었지만 그 곳을 넘어야 집으로 갈 수 있었기에 묘한 기분 들었던 기억 납니다.
혹시.. 들쥐가 아니였는지요?? 수면이니까..아마도..물고기 낚으려는.. 수달이던지..<펨텀 오브 오페라>에서 극장내의 쥐들을 몰고 가는 과정에서.. 불꽃덩이(= 쥐들의 안광)에 사람들이 놀라서 혼절하고 쓰러지는 장면을 읽은적이 있는데..똑 같은 내용을 연상케합니다..
아무튼.. 아주..깜깜한 밤에 동물들의 눈은 불꽃(?)을 냅니다..그리고..기이한 괴담은 야간산행에서..특히..총각 시절..<순이>와 있을때 하여야 한다고...,<산이 좋아> 님이..<순이> 없이..그 당시 혼자였기에.. 그랬다고...강력히!, 강력히!!,,아~~! 이~연사~~ 두손~ 불끈쥐고~회원님께~주장하는바~입니다!! _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