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창원시장과 황철곤 마산시장의 소송공방의 중심에 서 있던 한판열(55) 씨가 입을 열었다. 한 씨는 28일 오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2002년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완수 후보에게 직접 5000만 원을 건넸으며, 황철곤 후보 측에서도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할 것을 종용하며 돈을 건네려는 정황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두 후보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한 씨의 주장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한나라당 통합시장 경선 판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판열 씨가 밝힌 사건 경위 = 한 씨는 "2002년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완수 후보 사무실을 찾아가 박 후보에게 직접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명곡아파트 재건축조합장으로서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시장의 재량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에게 현금 5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고, 용적률 상향에 대해서도 구두로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판열 전 창원명곡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이 28일 경남도의회에서 통합 창원시장 선거와 관련 박완수·황철곤 창원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표세호 기자
한 씨는 "당시 선거에서 낙선한 박 시장이 2006년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됐지만, 약속했던 용적률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돈도 되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 씨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돈을 돌려받을 생각에 지난 8일 약정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 후보 측에서 나와 평소 잘 아는 사람을 보내 15일 봉곡동 소재 한 커피숍에서 수표로 5000만 원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 씨는 약정금 반환소송과 관련해 황철곤 후보 측에서도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8일 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황 후보 선거사무실의 김모 씨가 찾아와 5000만 원을 줬고, 이튿날 되돌려줬다"며 "소를 취하한 날에도 기자회견을 하면 김 씨가 1억 원을 주고, 공천을 받으면 1억 원을 추가로 준다고 했지만 사건이 종료됐기 때문에 김 씨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며칠 전까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나를 매수하려 했던 후보가 도덕성 운운하는 것을 보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단순히 돈을 돌려받고 싶은 마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두 현직 시장의 작태가 개탄스러워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씨 기자회견의 허점 = 한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돈을 받았던 장소와 일시, 현금 또는 수표 여부 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증언했지만,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정모 씨와 언론보도를 종용했다는 김 씨가 양 시장 진영과 관련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그는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정 씨에 대해서는 '저의 친구'라고 표현했고, 박 후보와 연계성을 묻는 질문에는 "확신은 못하지만, 소 취하를 요구한 정황으로 볼 때 박 후보가 보낸 것으로 추정한다"고 해명했다.
또, 한 씨는 기자회견과 언론에 배포해 달라며 돈을 건네려던 김 씨에 대해서도 황 후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는 "김 씨의 안내로 황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황 후보 쪽에서 나온 사람으로 알았다"면서 "명함을 받거나 하지는 않아 정확한 직책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양 후보 측 '사실무근' 발끈 = 한 씨의 갑작스런 기자회견에 양 후보 진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완수 예비후보 사무소는 후보가 직접 참가한 대책회의 이후 짧은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무근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후보 측은 "2002년 선거 당시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 대책 회의 결과 구구절절이 해명하게 되면 연루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간략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 사무소는 "이 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한판열 씨에 대해서도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철곤 후보도 한판열 씨가 회유 당사자로 지목한 김 씨와의 관련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황 후보는 이날 진해시청 기자실을 찾아 "김 씨와는 평소 알지만, 이번 선거와 관련한 선거운동원도 아니고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인물도 아니다"며 "한 씨가 소설을 쓰는 것 같다.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 캠프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한판열 씨가 주장한 김 씨의 5000만 원 전달과 1억 원 제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박완수-황철곤 공방 핵심 한판열 씨 폭로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