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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릿느릿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길.
□ 언제 : 2013년 11월 3일
□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와 함께
□ 어디 : 방주교회-응봉비로봉-광교산-백운산-지지대고개.
.... 누구에게나 영원히 잡아두고 싶은 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소중한 대상, 그런 소중한 장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천천히, 느리게 산을 오를 예정입니다.
방주교회에서 서북방향으로 43번도로 밑을 지나면 망현육교가 보입니다.
화살표 따라 육교를 오르겠습니다.
육교 오르는 입구에 현대홈타운 버스승강장이 있습니다.
육교 건너면서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방주교회와 43번도로가 보입니다.
망현육교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봅니다.
도로 형세로 볼 때, 저기 빨간루트가 마루금이 확실합니다.
원마루금은 영락교회 뒤에서 두산기술원으로 연결되는가 본데,
현실은 이렇게 육교를 건너면서 뻘쭘하게 쳐다보고만 있네요.
육교를 건너서 원마루금에 붙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학교와 아파트숲을 헤쳐 가겠습니다.
심곡초등학교 앞을 스쳐갑니다.
심곡초교 지나자마자 벽산블루밍아파트 샛문으로 들어갑니다.
아파트단지 안을 헤치고 정문으로 향합니다.
블루밍아파트 정문 대각선 맞은편에 힐프라자 상가가 있습니다.
그 뒤쪽 근린공원으로 붙으면 마루금에 조금 더 다가서게 됩니다.
짙은 안개로 시야가 답답합니다.
좌측 매봉초교, 우측 공사장. 녹색펜스를 넘어 중간 잡초길을 오릅니다.
드디어 원마루금에 들어섭니다.
돌아보니, 뿌연 안개 속으로 마루금이 신기루처럼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정맥산행이 시작됩니다.
펜스를 넘지않고 우회하신 일행이 만나게 될 지점입니다.
한남정맥 이정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조광조 선생님을 뵙고 가는게 도리이겠으나, 시간관계상 패스합니다.
알바 주의지점. 직진하면 마루금에서 벗어납니다.
진행방향 좌측, 철책안 풍경입니다.
뿌연 안개 속에서도 한겨레산악회는 선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매봉샘 가는 길, 우리는 철책을 따라 중앙능선으로 붙습니다.
철책 No.741 지점,
150~200m 정도 더 직진하여 매봉 고스락 언저리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는 우틀하여 계속 마루금 여행을 진행하겠습니다.
매봉 고스락은 철책 안에 갇혀 있습니다.
아무 표지는 없지만, '자유로운 산행 다니엘' 시그널이 있었습니다.
철책 741지점으로 돌아와 진행하다보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직진합니다.
버들치고개로 내려섭니다.
광교산 오르는 산길이 너무 운치가 있습니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봅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나비 한 마리가 머리 위를 맴돌다 폴폴 날아갑니다.
산중에서 나비를 보니, 갑자기 "빠삐용" 생각이 스칩니다.
"PAPILLON"이 원래 '나비'라는 뜻이라지요. '자유'를 상징하는가 봅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로 너를 고발한다."
무죄를 주장하는 빠삐용에게 내려진 준엄한 심판,
인생을 무의미하게 낭비한 후회가 지금도 가슴을 칩니다.
왜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걸까요. 오늘의 종착지인 遲遲臺 때문일까요.
‘광-청 종주’
대부분 시작 지점으로 경기대 뒷쪽 반딧불이 화장실을 선택합니다.
형제봉 오르는 380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안개 속에 숨어있던 햇살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박재삼 시인을 만납니다. 계절은 시린 가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쌈빡한 햇살 속에 기분이 한결 밝아집니다.
형제봉 세미클라이밍 구간입니다. 바위 감촉이 좋습니다.
지나온 능선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숨어있던 산풍경이 하나씩 드러나니까 반기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소중한 찰나의 풍경들을 잡으려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네요.
형제봉에 의좋은 형제처럼 다정한 분들이 있습니다.
구름바다 위에 광교산 고스락이 둥둥 떠 있습니다.
서쪽 상광교쪽은 아직도 짙은 오리무중입니다.
좋은 산길은 연이어 더 좋은 산길을 보여줍니다.
생각과 표현력이 대단합니다.
중학교 3학년생의 글이라니 우리 문단이 큰 기대를 해야겠습니다.
비로봉(종루봉)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비로봉 내려서는 길가의 풍경입니다.
토끼재에는 여유를 가지고 산행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술일까요, 고통일까요.
한겨레산악회의 삼각편대가 드디어 출격했습니다.
광교산 고스락 직전입니다.
고스락 밟고 돌아와 좌측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세 분의 표정에서 여유가 철철 넘치고 있습니다. 산이 그렇게 좋습니까.
한겨레산악회의 완벽한 표지모델로 손색이 없습니다.
대피소 안에 책이 보입니다.
독서 좋아하시는 봄비님의 아쉬움이 들려옵니다.
방송국 송신탑을 좌측으로 우회하여 백운산으로 향합니다.
삼각편대가 속도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무르익은 秋男들입니다.
억새밭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억새밭이라 이름하기엔 많이 빈약합니다.
저 좋은 길에 누구든 나타나면 사랑한다고 말해 줄텐데.
돌아봅니다. 송신탑 뒤로 광교산이 한발 물러나 있습니다.
백운산 고스락의 군부대시설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백운산을 우회하여 내려가는 하산길이 선을 보입니다.
저 안개 속을 계속 내려가면 정맥의 끝이 나올까요.
시선을 잠시 좌측으로 돌려봅니다. 저 아래가 상광교이지 싶습니다.
봄비님! 손에 든 것이 무엇인지요. 정조준하고 있네요.
빠르게 가실 분은 좌틀, 백운산 표지석 찍으실 분은 우틀,
우리는 우틀합니다.
펜스를 따라 우회하고 있습니다.
저 계단을 올라가면 백운산 표지석이 기다립니다.
생태 복원하느라 바닥에는 짚이 깔려 있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는데도 고통을 참고 올라 오신 분의 뒷심도 대단하시고,
보조 맞추어 천천히 함께 올라 오신 분들의 배려심도 대단하십니다.
비싼 막걸리로 내신 정상주 한 턱에 한겨레의 한마음은 완성되었지요
전망대에 서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희뿌연 시야가 좋은 전망을 모두 삼켜 버렸습니다.
오봉산,수리산,모락산,관악산,청계산이 가슴 속에서만 펄펄 끓고있네요.
가까운 모락산의 윤곽만 희미하게 잡힙니다.
내려 갈 일만 남았습니다. 저 밑에 미군 통신대 시설이 보입니다.
희미한 능선따라 소위 '의왕대간'이 연결됩니다. 그 길이 마루금입니다.
백운산 고스락의 풍경을 뒤로 하고, 지지대를 향하여 천천히 내려갑니다.
가을이 벌써 겨울에게 밀려나는 분위기입니다.
가을이 너무 노골적으로 도발하고 있습니다.
가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는 저 분들은 행복하겠지요.
통신대 막사 입구에서 좌틀하여 내려갑니다.
저 세 분의 뒷모습, 어떻습니까. 전형적인 산꾼의 모습입니다.
통신대 정문에서 백운산을 돌아봅니다.
통신대헬기장에서 다시 돌아봅니다.
오늘은 모락산이 경기도에서 제일 멋진 산입니다.
환상적인 가을 산길의 출발선에 들어 섭니다.
여기는 광교헬기장입니다.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면, 가을산길의 진수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산길1.
산길2.
산길3.
산길4.
산길5.
산길6.
산길7.
산길8.
산길9.
산길10.
산길11.
산길12.
산길13.
산길14.
산길15.
산길16. 정감어린 ‘산길의 전시장’이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좋은 산길에 발목 잡혀서, 가급적 느릿느릿 지지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정조의 사도세자를 그리는 애틋한 효심을 좋은 산길 핑계삼아 느끼렵니다.
범봉이 범산의 다른 이름일까요.
올바른 마루금은 우틀입니다. 고속도로 때문에 두 길은 다시 만납니다.
원마루금은 저 빨간선을 따라 고속도로를 건너고,
직진하여 1번국도를 건너 지지대를 만납니다.
현실은,
여기서 좌틀하여 조금전 갈림길과 만나 고속도로 굴다리 통과해야 합니다.
굴다리 통과하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여기도 가을은 내려 앉았네요.
저기 앞에 1번국도가 좌우로 지나갑니다.
좌측은 효행공원이고, 우측엔 프랑스군 참전기념비가 있습니다.
우틀하여, 원마루금 지지대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1번국도 건너 지지대 만나는 안전한 방법만 예시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확인해 보니,
건너편 지지대로 연결하는 선이 정맥마루금이 확실합니다.
길 건너편에서 지지대 오르는 계단을 그냥 바라만 봅니다.
뒤돌아보면서, 아쉬움에, 자꾸만 느려지던 정조의 발걸음이 생각납니다.
건너편 발치에서 그 마음 느껴보려 바라만 봅니다. 한참을 바라만 봅니다.
♡ ♡ ♡ ♡ ♡ ♡ ♡ ♡ ♡ ♡ ♡
산길에 가을이 너무 깊게 물들어서
참으로 여유롭게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런데 뒤풀이 속도는 너무 빨랐습니다.
過猶不及이란 말을 상기시킵니다. 반성합니다.
바로 '빠삐용'이 강력한 어퍼컷을 날려 오네요.
"인생을 허비한 죄를 네가 알렸다!!!" ..................
감사합니다.
첫댓글 범산님! 오랜만입니다.
불쑥 나타나 댓글로나마 인사드립니다.
드디어, 제나와바리 아니 저희동네 가까운곳까지 오셨네요?
전, (칠장산~하우고개)까지는 혼자 종주했는데, 이번(지지대고개~목감사거리)구간부터
합류할까? 생각중입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시고요? 어떻게든 산행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신천리님의 구역에 신고도 없이 들어갔다가 딱 걸렸네요.
너그러이 봐 주시길 바랍니다.
카페에서 뵙게 되니 너무 반갑습니다.
산에서 우연인 것처럼 만나면 더더욱 반가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후미를 버리고 가시다니... ... ...
좇아 가려던 생각이 마음뿐이 었습니다.
마루금에 조금이라도 더 접근하려는 욕심에 울타리를 넘었네요.
송죽님의 여유로운 산행모습에 항상 든든함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범산님 산행기 벌써 올렸네요ㅠㅠ 언제 보아도 한 수 위의 사진 감각과 산줄기 설명은 따봉입니다
나도 얼른 올려야지 ㅉㅉㅉㅉ
독서왕 봄비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입니다.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