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_옳은 일에 주리고, 옳은 일을 하다가
마태 5:6.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마태 5:10.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2020년 경자(庚子)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의 고통이 심했습니다. K-방역이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일부 종교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여러 차례 위기 상황도 맞이하였습니다. 1월 중순 국산 코로나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지금 우리는 막바지 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촛불 정부의 사명인 적폐 청산과 민주개혁 과제도 심각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지금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총력을 다해 적폐 청산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지난 성탄절은 우리 국민에게 검찰과 법원의 적폐가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시기였습니다. 검찰은 시민단체가 나경원씨에 대해 고발한 13개의 혐의를 불기소 처분하였습니다. 법원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경심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였습니다, 윤석열 총장의 징계도 법원이 막았습니다.
지난 30일에는 전광훈씨를 무혐의로 또 풀어주었습니다. 전씨는 광화문 불법 집회를 주도하여 코로나19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선거법 위반과 대통령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자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국민들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전씨를 풀어줬습니다.
풀려난 전씨는 또다시 "문 대통령 속에는 간첩 사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가도 만나주는 나라가 없어 동남아나 돌아다니고 있다. 왕따에 인간 취급도 못 받는다"는 등 문 대통령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법과 상식을 벗어난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대해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 시민들의 분노가 성탄절과 연말을 집어삼켰죠.
우리 국민들은 온라인 촛불집회를 다시 시작했으며, 민주당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법비들을 개혁 입법으로 심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촛불 시민들은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특히 홍순욱, 임정엽, 박형순 판사를 '사법 3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박형순 판사에게는 8.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해서 코로나 방역에 대대적 구멍을 뚫고 국가적 민폐를 끼친 죄를 물었습니다. 임정엽 판사는 김학의 성범죄는 무죄로, 정경심 교수에게는 4년 형을 선고하여 공정함을 훼손한 점, 홍순욱 판사는 징계사유는 합당한데 절차를 문제 삼아 윤총장을 복귀시킬 수밖에 없다는 궤변으로 부당한 판결을 내린 것 때문입니다.
2017년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기억 나시나요? 당시 이 약속은 촛불 국민들의 염원이고 바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임기를 1년 5개월 남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구테타를 방불하는 기득권 세력들의 총체적 반격입니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아직도 요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이 기틀을 마련하려면 국민이 준 180석으로 개혁 입법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헌법도 제대로 된 민주헌법으로 바꿔야 합니다. 어쩌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2021년 신축(辛丑)년은 흰 소의 해인데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해라고 합니다. 육십갑자 중 38번째 해에 해당하는 '신축년(辛丑年)'은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신(辛)'과 소에 해당하는 지지 '축(丑)'이 만나 '흰 소띠해'가 됩니다. 흙에서 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해이니 한 해를 잘 보내면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소는 우직하면서도 근면 성실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죠. 걸음이 느리기는 하지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만 리를 걸어간다고 합니다. 소는 인내가 많음을 상징하는 반면 다소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동물이기도 하죠. 선한 눈망울을 지닌 소지만 자신이나 집단에 적의를 품거나 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뿔과 힘으로 상대방을 무섭게 공격하기도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는 우행파사(牛行破邪)라는 글을 신년 휘호로 썼습니다. 우행파사(牛行破邪)는 올해 소처럼 우직하고 곧은 생각과 행동으로 모든 삿된 것들, 즉 뿌리 깊은 적폐를 부수어 청산하자는 뜻입니다.
우행(牛行)은 지눌(知訥) 보조국사(普照國師)의 비문에 나오는 ‘우행호시(牛行虎視)’에서 따왔습니다. 호랑이와 같은 눈빛으로 판단하고 소처럼 행동한다는 뜻이죠. 상황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나면 신중하고 끈기 있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고 많이 쓰고 있습니다.
지눌은 고려 중기 때의 승려로, 정치와 야합해 세속화된 불교를 혁신하기 위해 애쓴 분입니다. 그는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조직하여 불교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또 교종과 선종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조계종(曹溪宗)을 창시하였습니다. 그가 주장한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는 한국 불교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파사(破邪)는 불교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가르침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이죠. 사악한 것을 청산하려면 사고체계과 생활양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올 한해 우리 국민의 생각과 삶의 태도가 바뀌어서 새 시대, 미래 비전을 마련하는 상서로운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산상수훈 첫머리에 나오는 팔복에 관한 말씀 중,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6절)과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10절)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이 구절들은 정의(正義)에 관한 말씀입니다. 정의란 진리에 합당한 도리를 뜻하죠.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올바른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의는 인간 행위나 제도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판단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한자의 ‘바를 정(正)’은 정복지에서 공물을 징수하는 행위인 ‘다스릴 정(政)’을 정당화하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그 뜻이 점차 변하여 똑바른 것, 올바른 것을 가리키게 되었죠.
‘의(義)’는 양을 잡아 신에게 희생물로 받치는 행위를 나타내는 글자로 신의(信義)에 따르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정의’란 말은 정치적 정당성과 종교적 진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할 도리’라는 말이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정의에 해당하는 말은 ‘디케(dike)’인데 ‘신이 정한 율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서양에서 정의의 개념은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정의라고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본질은 평등'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하더라도 정의란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추구해야 하는 바르고 곧은 것’을 의미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곤 그 이유로 만족함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주리고 목마르다는 것은 절박함의 표현입니다. 주리고 목마입니다. 예수님은 옳은 일, 즉 정의의 문제는 생명의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아니 그냥 생명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 나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정의가 사라졌을 때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고통받았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를 보더라도 너무 자명한 것입니다.
수 없는 희생을 딛고 촛불 정부가 들어섰어도 여전히 정의는 바로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정의를 짓밟아 온 기득권 세력에 의해 다시 무참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정의를 이루려는 간절함이 약해진다면 또다시 기득권 세력에 의해 정의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10절에는 예수께서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이 세상에서는 올바르게 살며 옳은 일을 행하는데도 박해를 받는 일이 허다합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예수님 역시 옳은 일을 행하고도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분이었죠. 그리고 그를 따르는 제자들 역시 박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일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옳은 일 하는 사람들이 박해를 당함으로 하늘나라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 갔으며, 결국 이들이 하늘나라를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 일을 제 목숨 지키듯 힘쓰라고 가르치고 계신 것입니다. 혹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을지라도 지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권면하시십니다. 왜냐하면 하늘나라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새 하늘 새 땅은 정의 실현을 통해 주어지는 나라입니다. 정의가 실종된 곳에서 하나님 나라가 설수는 없는 것이죠. 정의가 하나님 나라의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옳은 일 때문에 박해받는 자들에게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야겠습니다.
지난 12월 28일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검찰총장 거취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그동안 이룩한 검찰개혁의 성과를 제도적, 법적 차원에서 완성시키는 과제”라며 이를 한시바삐 마무리한 후 정부·여당이 “정치, 경제, 분배, 노동, 언론, 교육, 남북 평화 전 분야의 개혁단계로 신속히 진입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1,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 분리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라.
2, 신속한 개혁 입법으로 검찰청을 없애고 기소청으로 변경하라.
3, 전관예우 금지법을 제정하고 위반자는 철저하게 처벌하라.
4, 법관의 판결 전횡을 통제하는 재판 배심원제도를 전면 도입하라.
5, 유권자 투표로 선출되는 고위직 판사/검사 임명 제도를 도입하라.
6,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노동, 경제, 분배 입법을 즉시 실행하라
7, 징벌적 손해배상제 즉각 도입으로 언론개혁의 물꼬를 트라.
8, 평화와 공영을 위한 남북합의사항을 즉각 이행하라 입니다.
이 단체는 이른바 ‘조국 사태’ 와중이던 2019년 가을 7,000명이 ‘검찰개혁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결성된 국내외 교수연구자 조직입니다. 이들이 주장한 8대 요구가 새해에는 모두 이뤄지길 바라며 적극 지지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범여권은 촛불 국민이 명령한 개혁과제를 입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완성하여야 합니다. 그러라고 180석이 넘는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입니다. 우직하고 올곧게 소와 같은 추진력으로 새해 상반기 안에 모든 입법과제를 완수해야 합니다. 그것이 100년 넘게 쌓인 적폐를 청산하는 길입니다.
지난 12월 29일에는 셀트리온이 국산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제(CT-P59)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렉키로나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된 치료제입니다. 식약처는 40일 안에 결론을 내기로 해 빠르면 1월 중·하순부터 셀트리온 치료제가 시장에 출시될 전망입니다.
셀트리온은 국내 신청을 계기로 내년 1월 중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어서 국제사회의 코로나 퇴치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국산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이 상용화되어 코로나19가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 믿으며, 방역 당국과 의료진 등 일선에서 일하는 모든 일꾼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부디 새해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코로나 없는 세상, 적폐가 청산된 세상은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르며,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새 하늘 새 땅을 염원하는 간절함이 2021년 신축년 한 해에 이 세상에 넘쳐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2021.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