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김현진은 본격적으로 얼굴이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아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각종리그의 본선에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동양제과에 합류해 프로게이머 활동의 전환점을 마련한 김현진은 프로 데뷔 1년여만에 온게임넷과 MBC리그 등 메이저급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올 최고의 기대주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구 덕분에 '스타' 매니아로
“전술이나 전략요? 우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죠. 대회를 앞두고 상대선수의 종족과 맵이 결정되면 머릿속에 전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상대선수의 리플레이 경기를 VOD로 보면서 그 선수를 파악하고 스타일을 연구한 후 경기에 임하는 타입입니다.”
김현진이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좀 색다르다. 평소 컴퓨터게임에 별 관심도 없었던 김현진이 기억하는 ‘게임’이라면 어렸을 때 접해본 오락실용 아케이드게임이 전부였다. 그러나 평소 운동을 좋아해 특히 농구라면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었다. 그런 그가 휘문고 1학년 때, 농구를 하던 중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한달 반 정도를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신세가 됐다.
무료한 시간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해 낸 것은 바로, 컴퓨터를 구입할 때 하드에 깔려있던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였다.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해서인지 처음에는 별 재미가 없더라구요. 한달 반동안 집에서 ‘스타’만 했는데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재미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깁스를 풀고 다시 학교에 나갔지만 그때부터 이미 ‘스타크래프트’의 광적인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나의 라이벌은 바로, 내 자신이다!
김현진은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형과 경기도 용인에 산다. 숙소 생활을 하면서부터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르는데 요즘은 대회준비로 바빠 한 달에 한번 집에 간다. 김현진의 생활신조는 ‘내가 선택한 길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께 수없이 들어 온 말이기도 하다.
“사나이라면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한다고 늘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선택한 일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살라고요. 그래서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저를 믿고 제 의사를 따라주셨습니다.”
김현진은 프로게이머가 된 일을 뼈저리게 후회할 만큼 힘든 적도 많았다. 남들보다 뒤늦게 ‘스타’를 시작했고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아 버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애착도, 대회 우승 욕심도 없는 자신의 모습이 더 참기 힘들었다.
결국, ‘선택한 일에 후회는 없어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아무런 생각 없이 죽은 듯 게임만 했다.
“성적이 올라가니깐 그제 서야 뭔가 알 것 같더군요. 나의 라이벌은 유명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라는 걸요.”
10년 후 나의 아내가 되어있을 그녀
1살 연상의 여자친구와는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로 억지로 끼어 맞춘 듯 마음이 잘 통하는 찰떡궁합이다. 프로게이머들의 경우, 게임을 하는데 자칫 여자친구의 존재가 해가 되기도 하지만 김현진에게 있어 여자친구는 오히려 정신적인 지주다.
“저를 좋아해 주는 마음이 너무 이쁘고 착하답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잘 통하고 많이 챙겨주니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는 김현진의 꿈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는 것. 돈 욕심이 많아서라기 보단 ‘김·현·진’이라는 이름 석자만 들어도 세상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후엔 열심히 일하는 가장으로 지금의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을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