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규격사이즈의 도화지만 주지 마세요.
유아 계발 협회의 잡지에 유아 계발을 연재하는 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유아교육의 본연의 자세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의 부모의 대응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그가 쓴 다음의 글을 옮기면서 배울 바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은 어떤 크기로 그리자고 하는 데서 시작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나 교육기관에서 주는 도화지라는 것은 모두 같은 크기로 자른 것이며 각자 멋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크기의 종이를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도화지는 처음부터 책상 위에 배부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모나 선생님의 태도는 결국 어떤 그림을 그릴 때 이런 크기로 그리는 것이며, 자신이 받은 종이에 잘 그려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칭찬해 줄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처음 크레용이나 연필을 잡았을 때, 그리고 새하얀 종이 위에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크레용이나 그림연필의 흔적이 남아가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아이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상상할 수 없는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그 세계는 당연히 규격 사이즈의 도화지에서 비어져 나옵니다. 될 수 있으면 아이가 그 위에 타고 기어 다니면서 그릴 수 있는 종이를 준비 해 주고 싶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규격 사이즈의 인간에게는 결코 차세대를 짊어질 만한 창조성이나 생명력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규격 사이즈의 도화지는 규격 사이즈의 인간만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