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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스톰의 임사체험
북 켄터키 대학의 예술학부 주임교수이자 화가인 하워드 스톰의 사례.
그는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임사체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무렵 나는 완전한 유물론자, 무신론자였습니다. 모든 진리는 과학에 의해 주어진다고 믿고, 비과학적인 것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믿는 게 있다면 그건 나 자신 뿐이었어요. 나는 완전히 자기중심 주의자였고, 나 외에 것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 소망은 세속적인 성공이었습니다. 유명한 화가가 되어 거리를 지날 때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이 그 유명한 화가 하워드 스톰이야’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아주 성공하여 큰 부자가 되고 싶었고, 높은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을 위해선 타인은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이외의 대상은 이용 대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내 말에만 복종해야 했죠. 또 나름대로 성공을 거둬 훌륭한 집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사치스런 생활을 하였고, 술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여자와 쾌락의 탐닉에 빠졌습니다.
체험은 1958년 6월 1일 파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십이지장에 구멍이 나서 소화액이 흘러 나와 고통과 열이 심해지더니 생전 처음 맛보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속에서 불이 훨훨 타오르는 것 같았지요. 미쳐버릴 듯한 고통이란 바로 그런 것일 겁니다. 응급실에 실려 갔지만 토요일이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고, 직원들도 없어 12시간이나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고통은 더욱 커져 갔고 죽음이 임박했음을 실감했습니다. 간호사 한 사람이 들어와서 수술은 내일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도저히 내일까지 견딜 것 같지 않아서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죽으면 인간의 자아도 소멸된다고만 믿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곁에 있던 아내에게 ‘이젠 안녕이야’ 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득 눈을 떠 보니 나는 침대 옆에 서 있고, 침대 위에는 내가 누워 있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사후세계 따위는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나는 몹시 불쾌해졌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고, 발이 바닥을 딛는 감각도 있었습니다. 침대 위에 있는 나에게 손을 대어 보니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병실의 냄새, 공기의 맛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감각이 전부 멀쩡한 겁니다.
옆에 있는 아내에게 ‘맙소사 내가 미친 거 같아!’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조금도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옆에 있는 친구에게도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병실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영어였습니다. ‘여기는 프랑스인데 이상하다’ 고 생각하며 문 쪽으로 가 보았더니 모르는 사람 몇 명이 ‘따라와’ 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바깥은 안개로 가득했고, 걸어가고 있는 사이에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습니다. 엄청나게 먼 거리를 걸었습니다. 몇 십 마일을 걸었는지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라고 물어봐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빨리 더 빨리!’라고만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주변이 칠흑 같이 어두워졌습니다. 나는 불안하고 지쳤기 때문에 더 이상 걷기 싫다고 하며 멈춰 섰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알지 못하는 그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때리고 치는 것이었습니다. 적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기껏 열 명이라 생각했는데 수백, 수천은 족히 될 만했습니다. 그들이 차례차례 내게 덤비는 것이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했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지쳤습니다. 그때 내 가슴 부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기도해라, 하나님께 기도해!’ 라는 말이었습니다. ‘헛소리 집어치워’ 라고 나는 반발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기 때문에 기도할 이유가 없어’ 하며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기도해!’ 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점점 힘이 빠져서 하나님께 기도하려고 했지만 기도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미국 국가와 국기에 대한 충성의 맹세 가운데서 기도 비슷한 부분을 외쳤습니다. 그러자 나에게 달려들던 적들이 쩔쩔매며 ‘하나님은 없으니까 기도해야 소용없어!’ 하고 심한 욕을 하며 덤비면서 내 기도 소리를 막으려 했습니다. 그게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감지한 나는 기도 비슷한 것이란 것은 모조리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사라지고, 나는 암흑 가운데 홀로 남겨졌습니다. 홀로 한참을 누워있는 사이에 점점 불안해지고 무서워져서 그 나쁜 놈들이라도 좋으니 돌아왔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완전한 고독 속에서 절망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기분이 점점 침울해졌습니다.
그때 왠지 어릴 때 주일 학교에서 배웠던 ‘예수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라는 찬송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 멜로디에 이끌려 무심코 ‘예수님 도와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어둠 저 편에서 점점 작은 빛 같은 것이 보였고, 점점 밝아져 왔습니다. 마침내 어둠은 사라지고 내가 그 빛에 둘러 싸여 떠오르더니, 점점 위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내 몸이 따뜻한 물에 잠긴 듯한, 아주 좋은 기분이었습니다. 싸움 때문에 전신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올라가는 사이에 다 치유되었습니다.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광속에 가까워지더니 저쪽에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올라가자 그것은 별이 아니라 빛나는 생명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올라가면서 내 마음은 힘으로, 사랑으로, 충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나는 너무 이기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하나님이 계신 곳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는 이건 잘못되었어. 여긴 내가 속할 장소가 아니야. 내가 속할 장소는 저 아래 암흑 속이지 신이 있은 곳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잘못된 곳이 아니야, 너는 여기에 속해 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 빛의 존재가 측량할 수 없는 애정을 나에게 쏟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게 기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내어 울고 말았습니다. 나는 어른이 된 후 울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만은 울고 또 울어도 성이 차지 않았습니다.
별처럼 보이는 존재가 가까워지자 나와 나를 받쳐주고 있던 무언가가 멈추어 섰습니다. 그러자 그 빛나는 존재가 나를 둘러싸버렸습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고 텔레파시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인생 회고가 시작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인생이 순서대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해온 이기적인 행동, 잔혹한 행위, 그리고 가끔 행했던 친절한 행위가 차례차례 나타나 평가되었습니다. 그들의 평가를 듣고 있으니 그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들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 공감을 가진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 인생은 완전히 낙제였습니다.
인생 회고가 끝나자 그들은 ‘질문은 없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뭐든 가르쳐 줄 테니 물어 보게’ 라고 그들은 말해서 생각나는 대로 모조리 질문하니 어떤 질문에도 답해주었습니다. 대화는 아주 길게 계속되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시간 동안 얻은 지식의 양은 대학과 대학원 시절, 그 이후의 7년간의 모든 지식보다 훨씬 큰 것이었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그들은 내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싫다고 했지요. 저 지상의 초라하고, 악의에 가득 찬 잔혹한 생활이 싫어진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하늘에는 사랑과 선, 지식밖에 없었습니다. 영원히 여기 머물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사랑을 배웠으면 사랑을 하라. 선을 알았으면 선을 행하라’ 라고 말하며 내가 지상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눈을 떠 보니 어느덧 병원에 와 있었고 수술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문득 간호원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여기가 천국은 아니지요?’ 간호사는 싱긋 웃으며 ‘예 아닙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상이 하워드 스톰의 임사체험이다. 그는 이후로 완전히 다른 인격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인생관, 세계관은 완전히 변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바뀌었다. 세속적인 쾌락과 부, 성공 등 일찍이 그가 전심전력으로 추구했던 것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임사체험에서 배운 대로 오로지 선한 것만 추구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 봉사하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거의 성자와 같은 사람으로 변했다. 일찍이 탐독했던 비속한 책에는 손도 대지 않고, 지금은 철학, 신학 책을 탐독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와 아이들과 친구들은 반드시 기뻐하기 보다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며 차가운 눈길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톰은 세상 사람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하나하나 자신의 길을 걸어서 마침내 신학교를 입학하여 목사가 되려고 하고 있었다. 비록 기독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 사회가 기독교 사회인 때문에 신의 뜻을 전하려면 기독교가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이다. 나는 그의 자택을 방문하였다. 서가를 보여 달라고 해서 보았는데 철학서들이 가득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이런 책들은 너무 어려워서 손에 쥘 수도 없었는데 이젠 술술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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