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와 디스코그래피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그때부터 보이지 않는 그의 속성,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서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들은 변명할 수가 없습니다.(롬 1:20/ 현대인의 성경)“
바이오그래피(biography)는 한 사람의 인생을 요약 및 소개한 것이며,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는 한 음악가가 평생 발표한 음반들의 총 목록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바이오그래피는 그 음악가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며,
디스코그래피는 그 음악가가 한 일에 대한 것이다.
음악을 듣는 습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감정 상태에 따라 듣는 사람도 있고, 분석적이며 이성적으로 듣는 사람도 있고,
육체적이고 쾌락적으로 듣는 사람도 있다.
내 경우는 분석적이고 이성적으로 듣는 스타일이다.
프랑스의 팝 오케스트라 편곡/지휘자 폴 모리아를 중학교 때부터 알게 되어 듣다보니,
시대를 초월하는 여러 장르와 각 나라 고유의 음악 스타일까지 섭렵하는
그의 넓은 음악성에 놀라곤 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늘 똑같지 않고 성장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음악도 그에 따라 달라지게 되며,
다분히 한 사람의 인생과 성품을 대변하게 된다.
평생 음악을 들어오며 점점 확증하는 것은 한 음반으로 한 음악가를 온전히 평가하거나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 음악가의 삶의 배경을 조사하게 되었다.
그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언제부터 음악을 했는지,
신앙이 있는지 없는지, 현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등등....
한 음악가의 바이오그래피를 알고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더 깊고 넓게
그 음악을 듣고 소화할 수가 있었다. 때로는 음악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음악가의 삶이 너무 방탕하거나 하나님을 대적하는 성향을 가진 자의 음악은
듣지 않기로 결심한 적도 있다.
한 음악가의 바이오그래피를 알았다고 해서 그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그의 음악을 집중해서 듣되, 되도록 그의 많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
대표곡이나 히트곡들만 골라 들어서는 그의 음악을 온전히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디지털 음원 시대를 싫어한다.
앨범 단위가 아닌 노래 한 곡만 발표하는 지금의 시대가 싫다.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한 음악가의 바이오그래피를 알고,
또한 그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다 들어야 하듯이, 되도록 앨범 단위로 들어야 한다.
앨범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 앨범 제목이 무엇인지, 어떤 곡들이 어떤 순서로 실려 있는지는
한 음악가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나는 컴필레이션 음반이나 베스트 음반을 싫어한다.
원래의 음반들에서 곡들을 마구 뽑아내서 섞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책을 읽을 때 첫 페이지부터 읽지 않고,
좋아하는 페이지 위주로 뛰어 넘으며 읽는 것과 같다.
이것은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방법이지 성경이나 소설을 읽는 방법은 아니다.
곡 하나 듣고 한 음악가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에 대해서도 우리가 음악을 듣는 습관처럼 대할 때가 있다.
그분은 원래 보이지 않으시는 분이시지만, 그의 보이지 않는 성품이 창조하신 만물을 통해 나타나신다.
그분의 보이지 않는 바이오그래피가 보이는 피조물을 통해 디스코그래피처럼 계시되는 것인데,
특히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또한 그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을 통해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과연, 우리가 하나님이 누구신지(바이오그래피)와 그분이 하신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디스코그래피)
잘 알고 있을까? 말씀 하나 깨달았다고, 찬양 하나 불렀다고, 예배 인도 한번 잘 했다고
그분의 바이오그래피와 디스코그래피를 다 안 것처럼 교만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