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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원문보기 글쓴이: borisu22
▲ 스톨 안에 갇혀 사는 어미돼지. 분만하기 위한 20일을 제외하곤 앉고 서는 것 외엔 움직일 수 없는 이곳에서 평생을 산다. ⓒ한국동물보호연합 |
구제역이 처음 확인된 11월 29일부터 1월까지,
소와 돼지 10마리 중 1마리인 200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습니다.
보상금과 경제적 피해만으로는 다 담을 수도 없는 우리 삶의 소중한 것들이
지금 구제역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살되고 있습니다.
야만의 50일,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될 재앙
전국이 가축 공동묘지 소, 돼지 매몰지 8개 시·도에 모두 2,473곳, 일부 지역에서는 더는 묻을 곳도 없다.
창살 없는 감옥생활, “이번 설엔 내려오지 마라” “아파도 병원에 못 가요. 5분 거리에 사는 친구도 못 만나고, 과자 사러 슈퍼에도 못 가요… 방학인데 하루종일 집에서만 있으려니 힘들어요…” 강원도 철원군 5학년 이모군 “자식들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어쩔 수 없다. 이번 설에는 내려오지 마라” 충남 홍성군 심성구씨
농민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정신적 피해 “앞으로 축산업을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어요. 살아 있는 짐승을 그렇게 파묻었는데, 그 일을 다시 할 순 없죠. 안동이 구제역 첫 발생지다 보니 언제 또 병이 돌지 모른다는 공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제역 사태가 터진 뒤 농가에 책임을 돌리는 정부 행태를 보니까 아닌 말로 회의도 느껴집니다. 식당을 하든 뭘 하든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1,800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안동시 와룡면의 ㅎ 씨
구제역 과로사로 2명의 공무원 목숨을 잃고… 영하 15도로 떨어진 경기도 의정부, 혹한의 추위 속에 구제역 방역을 하던 공무원 원영수(49세)씨는 밤샘 근무한 그 다음 날 가족과 동료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경북 고령군에서도 보건소 공무원 곽석순(46세)씨도 과로사로 목숨을 잃었다.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이주노동자들 전국 8천여 양돈농가에 종사하는 3만 명가량의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외국인. 구제역 사태 이후 국내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축산농가에 받는 보상금과 다양한 지원이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전혀 없다. 이주노동자는 가장 적은 임금을 받고, 고된 일을 해왔지만, 구제역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한 자가 된다. “돼지 농장에서 일했다는 말만 듣고도 고용이 안 된대요. 3개월 안에 구직을 못하면 불법 체류자가 돼요..이제 갈 데도 없는데…” 경기도 의정부에서 돼지를 길러온 네팔 사람 무르다따
축산농가 몰락, 관련 산업까지 도미노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안동 지역에서는 전체 17만 4천여 마리의 우제류 가운데 85%를 살처분했다. 축산농가는 말할 것도 없고, 안동의 사료업체와 도축장, 한우 전문식당이 줄줄이 무너졌다. 사람의 통행이 끊기면서 관광업, 요식업까지 쓰러졌다. 안동 하회마을의 관광객은 70% 감소하고, 안동의 특산물을 취급하는 ‘안동닷컴’의 매출은 전년보다 80%나 감소했다. 또 각종 겨울축제와 5일장도 취소됐다. 매년 45만 명이 찾아오는 강원도 태백산 ‘눈꽃축제’ 도 취소되고, 설 명절을 앞두고 대목 경기를 기대했던 각 지역의 5일장도 폐쇄되었다. 식량 문제 “지금처럼 소, 돼지에 대해 살처분이 계속되면 시장에 육류 공급부족 사태가 올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가격안정을 이유로 수입고기를 늘릴 것이고… 농가입장에선 새로 축사 소독부터, 어린 돼지나 송아지를 들여 와 키워서 시장에 내놓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농가가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악취와 핏물 섞인 지하수, 올봄에 굳은 땅이 풀리면…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의 도로변에 돼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돼지 1,500마리를 매몰한 도로 옆 야산에서 부패한 물이 흘러내려 마을 분위기가 흉흉하다. “올봄에 굳은 땅이 풀리면, 2차적인 환경 대재앙이 올 수도 있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이대로 가면 또 다른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 부패한 사체에서 미생물들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앞으론 광우병 조류독감(AI)과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이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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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 살처분 현장. 살처분 가축 수가 200만 두를 넘어선 가운데, 돼지는 제대로 된 안락사 절차 없이 대부분 생매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북매일신문 |
현재까지 구제역 때문인 살처분 보상금만 1조 2,000억 원.
축산업의 붕괴와 농민들의 정신적 피해까지 합한다면
구제역 50일은 미처 돈으로 계산할 수도 없는 대재앙입니다.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이유로 다른 ‘종’을 학살하는 것이
'합리성'의 이름으로 당연한 상식이 되어버린 이 나라,
모든 문제를 경제논리로 해결하려는 정부와
첨단 과학기술로 자연까지 다스릴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처참히 무너뜨리는지, 온 국민은 불신과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언젠가 인간에게도 대규모 질병과 바이러스가 전염된다면
상시적인 방역을 위해 하늘에서는 헬리콥터가 차가운 약품을 뿌려대고,
마을과 마을을 차단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인종을 학살하게 될까요?
단 50일만에 뿌리까지 흔들리는 우리 삶을 돌아보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철학과 도덕성이 없을 때,
수많은 사람과 생명이 어떤 대참상을 겪게 되는지
뼈저리게 학습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근원적 겸손함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자연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주술에서 깨어나,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출처: 나눔문화 www.nanum.com (▶원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