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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천무맹과 천마맹의 전쟁이 불가항력이라면 강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이 바로 이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고수들이 필요하다. 옆에서 더욱더 도와야 할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따라야 할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자신만 알고 있어야 될 가장 큰 이유.
"옜소, 영감!"
소살우가 주머니 하나를 갈태독 앞으로 툭 던지며 하는 말이었다.
"뭐냐, 이게?"
갈태독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이놈도 자신더러 영감이란다. 백산이란 놈이 하는 것도 억지로 참고 있는데 그의 부하들까지 똑같다.
"아까 못 들었소? 일등 한 놈이 이것 다 가지기로 했지 않소."
사사대의 죽음을 두고 한 말이다.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이 주머니를 갖기로 했던 내기, 자신들끼리만 내기를 해놓고 돈주머니를 갈태독에게 던지고 있었다.
갈태독의 인상이 더욱 더 구겨지고 있었다. 소살우란 녀석이 일등 한 놈이라고 했던 것이다.
영감에서 이제는 놈으로 바뀌었다.
"쟤들이 불만이 많소이다. 잠재우는 것을 죽인 거라 할 수 있느냐 하면서 말이오."
간단하게 사혈만 찍었던 것을 잠재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소살우의 불만이 가장 컸다. 이 영감만 없었으면 자신이 일등이었다.
그런데 영감이 보낸 숫자는 자신의 두 배인 스무 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내기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부하들 또한 소살우의 일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가지지도 못하지만 조장에게도 주지 못하겠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갈태독에게 주머니가 돌아간 것이다.
"그 새끼들 지금 희희낙락거리고 집에 가고 있을 거야."
광견조 틈 속에서 나온 말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있는 가운데 석숭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광견조원들이 사혈을 찍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 죽기는 죽었다고 인정은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들 혹시… 사혈이 뭔지 아나?"
딴 짓만 하고 있는 광견조.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석숭을 비롯한 남궁부녀의 얼굴에 놀람의 표정이 나타났다.
일반 하급무사도 아니고 거의 어검술을 구사하는 초극의 고수들이다. 그런 고수들이 무인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는 사혈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야! 새끼들아. 내가 다 가르쳐 줬잖아!"
석두가 붉어진 얼굴로 백산의 눈치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분명 자신이 모두 가르쳐 주었다.
오십 명의 광풍대원들 모두에게 설명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 꼴통들은 모른다고 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여기저기 가려서 때리오, 아무 데나 패면 다 죽는데."
어차피 죽을 놈인데 사혈이면 어떻고 얼굴이면 어떠냐는 말이다.
사혈을 찍어 죽인다고 죽는 놈이 고마워할 일도 아니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것은 매 일반이라는 소리였다. 소살우의 말이 맞는 말이다.
제대로 된 시체를 보존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몫일 뿐 죽은 자와는 상관이 없다.
"고맙다, 잘 쓰마."
이번에는 광견조가 놀랐다. 거절할 줄 알았던 갈태독이 주머니를 챙기는 것이었다.
이상한 놈들과 생활하다 보니 갈태독도 이들과 닮아가고 있는가, 그의 행동도 나머지 일행과 비슷해지고 있는 것이다.
"씨펄! 개평이나 좀 주지."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백오십 먹은 노인이 돈주머니를 챙기는 것도 그렇지만 거기에다 대고 씨펄거리는 소살우의 배짱이 더 재미있었던 것이다.
침울했던 분위기가 다시 밝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사사대의 습격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석대인,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겠지요?"
석두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석숭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호 최대 단체라는 자들이 이대로 물러설 리가 절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거칠게 달려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겠지. 더욱 강한 자를 보내든지 하겠지. 아니면 더 많은 인원을 보내든지…."
* * *
"뭐라고? 전멸했단 말이냐?"
"네, 태상. 반소구는 마지막 소식을 전하고 자결했습니다."
천사맹의 흑룡호, 사뇌 석정이 그동안의 경과를 혈영사존과 마령혈존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냐? 어떻게 사사대가…."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왜 사사대를 모르겠는가. 요인 암살 목적으로 키운 최정예들이다.
사사대 이백이면 강호 문파 하나 멸망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십여 명을 처치하지 못하고 몰살을 당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광천뢰 하나 쓰지도 않았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자, 맹주님께 보고를 해야 되겠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사사대 이백이면 맹의 이할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들이 몰살을 당했으니 목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보고를 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맹주실에서는 엄청난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들은 건들지 말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깟 돈 천만 냥 주었다고 그런지 아십니까.
그들은 강했습니다.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강했단 말입니다."
새파래진 얼굴로 구유천사 수영이 두 사부와 석정을 질책하고 있었다. 아차 했다. 그들의 실력을 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야 했는데 아무 말 안 했던 것이 실수였다.
자신을 모욕했던 그 청년이 손에서 가지고 놀던 광천뢰. 다른 이들은 대충 보아 넘겼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만큼은 확실하게 보았다.
광천뢰가 그 사람의 피부에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던 것을, 그리고 그의 품속에 있던 네 개의 광천뢰 그것들마저도 서로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무공이 강한 자라 할지라도 광천뢰를 한꺼번에 두지를 못한다. 자신의 걸음걸이에 따라서 움직이다 서로 부딪치게 되면 바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 무서운 것을 태연하게 품속에 두고 있었다.
이미 강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경지를 넘어섰고, 광천뢰라는 무서운 화탄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물과 동화된 경지였던 것이다.
감히 그녀는 꿈도 꾸지 못할 경지의 초극고수였다.
어쩌면 옆에 있던 천장지옥마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그 청년이라 할 수 있었다.
유들유들하니 비웃는 듯 웃고는 있었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도 내지 않고 분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공포라는 감정을 상대에게 전이(轉移)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입으로만 큰소리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창기들과 소매치기 그리고 도둑들의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들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사람을 쳐야 한다.
자신은 한 단체의 수장이다. 수하가 잘했건 잘못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맹의 명령을 따르다 죽어간 충성스런 부하일 뿐이다.
그런 부하가 삼백이나 되었고, 그 부하들을 죽인 자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천사맹이란 조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더 강하게 단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안해요, 공자. 당신에게 감정은 없어요. 이것이 무림에 사는 사람의 운명일 뿐입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고, 피의 수레바퀴가 돌고 도는 그런 곳이 무림이다. 어떤 결심을 했는지 잠시 고뇌하던 그녀의 표정이 단호하게 변했다.
"복수를 해야지요. 우리는 천사맹이니까… 군사! 방법은 찾았나요?"
그들은 강하다. 맹의 인물을 보내봐야 희생만 더 커진다는 것을 수영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군사를 찾은 것이다. 천사맹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묻고 있음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삼 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맹주란 이래야 되는 것이다. 단호한 면이 있어야 한다. 사사로운 정은 마음속으로 묻어야 하는 것이다.
"방법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현 강호 정세를 아셔야 합니다."
"강호 정세? 그것과 그들이 무슨 상관이 있나?"
혈영사존 만구득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석정을 바라보았다. 사사대를 전멸 시킨 놈들을 단죄하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에 강호 정세를 들고 나온 것이다.
"관계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엄청난 관계가… 그들이 바로 전쟁의 시발점이자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뇌룡현의 평범한 건달들인 백산 일행이 강호 무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전쟁의 시발점이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존재라고 하고 있다.
"이유는?"
그녀도 석정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지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가 본 그들, 비록 전대 거마인 천장지옥마와 중원 최대 부호인 석숭이란 사람이 있었지만 무림 정세를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집단은 결코 아니었다.
"먼저 강호정세를 논하는 데 있어서 천마맹과 천무맹의 상황을 아셔야 합니다.
그들 양쪽 모두가 전쟁을 시작하자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천마맹에서는 천여 명의 무욕인을 움직일 수 있는 철혈전신 철목승이,
천무맹에서는 구파 일방이 반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개방이 절대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파일방에서 개방의 힘이 가장 강한 이유는 바로 속가제자가 없기 때문이다. 개방을 제외한 여타 문파들은 유사시 막강한 전력이 되었던 속가제자들의 대부분을 잃었다.
힘 있는 속가제자들이 검신 화진악을 지지하며 그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속가제자가 있을 수 없는 개방이 구파 일방 중 가장 강한 집단으로 변한 것이다.
"두 맹의 문제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들이 판단했을 때 두 맹의 힘은 거의 백중지세입니다.
즉 전면전을 펼쳤을 경우 양패구상한다는 것이 저희들이 내린 결론입니다.
그럼 전쟁을 하고자 하는 세력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바로 자신들의 맹 내에 있는 반전세력을 전쟁에 끌어들여야만 하고,
타 맹에 있는 반전 세력은 그대로 묶어 두어야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삼 인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려는가. 사뇌 석정이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몰아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철혈전신 철목승이 딸로 생각하고 있는 백면마 냉추렴, 그리고 백만 개방의 꽃인 소걸영 구소운, 그 두 사람이 한 일행이 되어 같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가! 정말인가요?"
놀람에 찬 외침소리였다. 마도의 꽃과 정도의 꽃이 동시에 같이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죽게 된다면
지금껏 전쟁을 반대했던 이들이 누가 되었든지 간에 두 사람을 죽인 상대에게 칼을 뽑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쟁에 승리하고자 한다면 천무맹은 소걸영 구소운이 천마맹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처럼 죽여야 하고,
천마맹에서는 백면마 냉추렴이 천무맹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 두 맹의 맹점입니다."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어차피 일어날 전쟁이라면 무조건 승리를 해야 한다. 패자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기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 천무맹에서는 개방의 인물이며 자신들의 동료인 소걸영 구소운을 암살해야 하고,
천마맹에서는 냉추렴을 살해하여 철혈전신 철목승을 전쟁에 끌어들여야 한다.
상대방 쪽에서 그들을 살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자신들이 직접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자신들의 동료를 희생시켜야 전쟁에 승리하는 그런 기이한 상황이 백산 일행 때문에 발생하고 말았다.
석숭이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인가.
"그럼 저희들의 입장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양패구상(兩敗俱傷)을 시켜야 합니다.
둘 다 살리든지 아니면 둘 다 죽이든지… 아마도 살리는 것보다 제거하는 것이 일은 더 쉽죠. 또 두 세력의 전면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고요."
이제는 자신들의 부하를 죽였던 그들에 대한 복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무림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과거에 두 집단에 의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갔던 수많은 천사맹의 형제들, 그들의 복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 열쇠를 자신들이 제거하려 했던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천사맹은 다시 가라앉아야 하겠군요."
"아닙니다. 좀 늦추는 것일 뿐입니다. 한 일 년 정도요."
수면 위로 나오려 했던 천사맹이 다시 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숨죽이며 강호의 사태를 주시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럼 그녀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죠?"
어차피 이것은 암살이다. 힘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암살 전문인 사람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암살을 전문으로 하던 사사대가 전멸한 지금 천사맹에서 특별히 보낼 세력이 없는 것이다.
"흑막이란 단체가 있습니다. 아울러 혈사대(血死隊)를 출동시켜 천무맹과 천마맹 어느 쪽도 유리한 입장에 서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즉 두 집단이 끊임없는 소모전을 벌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백산 일행을 둘러싸고 그 사이에서 국지전을 펼치도록 천사맹에서는 유도를 하겠다는 말이다.
"그 흑막이란 단체는 믿을 만한가요?"
이제는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동정심이나 미안한 감정도 없다.
개인적인 연민이나 동정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천사맹의 사활(死活)이기 때문이다.
강호상에 우뚝 솟아 있는 천사맹, 천사맹의 위명이 높아야 천한 인생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잘살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원수인 천무맹과 천마맹의 인물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애써 그렇게 위안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불쌍한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강호를 장악하고자 하는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사자 외에는 그 누구도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불쌍한 사람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역대 최고의 살수 집단입니다. 과거에 살수제왕이라 불렸던 귀살 마천득이 그곳에서 일급살수로 활약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위로 특급살수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청부집단. 그런 단체가 지금껏 어둠 속에서 암약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었다.
귀살이 누구이던가. 강호 무림 수백만의 무림인 중 서열 백 위 안에 든다는 고수 열 명을 암살한 살수의 제왕이며 만상투인루 투신이 된 자가 아니었던가.
그런 인물의 위에 또 다른 살수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막강한 세력이 왜…?"
"그들이 바로 과거 원나라 자밀원(慈密院)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구유천사 수영은 모르지만 혈영사존이나 마령혈존은 알고 있었다.
자밀원이란 말이 주는 공포를, 이름도 성도 없었다. 흑립, 흑면, 흑의로 대표되며 흑객(黑客)이라 불리던 원나라 최고의 암살집단.
흑객(黑客) 견즉사(見卽死)-흑객을 만나면 무조건 죽는다-라는 다섯 마디로 더 유명했던 원 제국 황실을 수호했던 최후의 보루가 그들이었다.
원나라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던 그들이 청부집단으로 변하여 강호 무림에서 생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습니다. 그 일은 군사가 알아서 하세요. 청부금액은 그자가 두고 간 것으로 하고요."
이래서 자선사업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불쌍한 사람들의 장례비라며 백산이 주고 갔던 그 돈이 이제는 살기를 가득 머금은 흉기로 변하여 다시 돈의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상들은 근신하세요!"
"네! 맹주님."
* * *
"내 말을 듣고 있는 건가, 지금?"
출발 이후 가장 곤욕을 치렀던 황산을 넘었다. 중원에서 황산만 한 절경이 없다고 했지만 그런 것은 꼴도 보지 못한 채 피만 마시며 동료의 죽음을 남기고 왔다.
안휘성 성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낙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구화산 초입(初入)에 있는 객잔.
백산 일행이 지친 몸을 쉬고 있는 곳이다.
방안에서는 광견조원들을 제외한 전원이 앉아서 석숭이 하는 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자네 말은 우리 일행을 향해서 무림삼천이 전부 달려든다는 말인가? 애들 둘을 제거하기 위해서."
놀람의 연속이었다. 무림삼천이면 강호무림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림의 공적도 아닌 이들을 향해서 전 무림이 공격을 해온다는 말이 된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무얼 했단 말인가. 무림에 해악을 끼친 적도, 극악한 마공을 익힌 것도 아닌데 무림공적보다 더 한 상황에 처해버리고 말았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무맹에서는 냉추렴을 살리기 위해 힘을 쓸 것이고 천마맹에서는 구소운을 살리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라 한다.
작지만 활로가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 이들이었으나 석두의 다음 말은 일행의 분위기를 또다시 암울하게 만들어 버렸다.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우리 쪽에 둘 필요가 없죠. 납치를 해버리면 가장 편하니까요."
"으음!"
석숭의 신음소리였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것이었다. 집안에 데려다 놓고 협박하는 방법.
"우리가 떠나면 되잖아요."
울 듯한 표정의 냉추렴이었다. 우습게도 이들과 정이 들어버렸다.
삶의 목표도, 야망도 없고 오직 주어진 대로만 살고자하자 하는 이들,
남자라면 모름지기 야망도 있고 미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사람들이다.
서로의 끈끈한 정 속에 큰 욕심 없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특히 저 백산이라는 사람, 문득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나 우스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 가슴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있음으로 해서 이들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철혈전신의 제자라는 것 하나 때문에. 그러한 마음은 구소운도 마찬가지였다.
개방의 소걸영이라는 신분이 사랑하는 님과 그 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에게 형님이 되는 조천영은 임신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사부가 된 갈태독이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약재를 구하는 일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술을 배우고 있는 그녀가 왜 모르겠는가, 조천영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이상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미안했다.
"가기는 어디를 간단 말인가. 냉 낭자나 구 낭자가 떠나도 달라질 것은 없네.
그들은 자네 둘을 쫓을 것이고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냥 히히덕거리며 우리 길을 가야 하나?"
이제는 석숭도 완전히 일행이 되어버렸다.
언제라도 발을 뺄 수 있는 입장이었는데도 빼지 않고 있다가 너무 깊숙이 담가버렸는지 빠지지가 않는 것이다. 아니 빼기가 싫었는지도 모른다.
"저렇게 해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구먼."
지금껏 딴 짓만 하고 있던 백산이었다. 말은 그리하고 있지만 고마워하고 있었다.
더구나 석숭은 개인의 몸도 아니고 황실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자신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소. 그만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남궁부녀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다. 이 일행 중에 가장 이질적인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고 위험을 함께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모처럼만에 강호 유람을 나온 두 사람인데 위험 속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아직 형님의 소식을 듣지 못했네. 그리고 지금은 준비가 안 돼서 듣고 싶지도 않고. 나중에 아버님과 같이 듣겠네."
"저도 아직 아버님의 사랑을 다 받지 못했습니다. 또 혈우창궁검법도 배워야 하고요."
두 부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형님이 이들에게 검법을 전수하신 이유를 알고 싶었다. 창궁무애검법, 남궁세가의 최고 비전이다.
지금은 모든 세가인들이 익히게 되었지만 며칠 전만 해도 남궁 성씨만 익힐 수 있었고 허락되었던 검법이었다.
그 어렵다는 것을 모두 익히고 있는 청년들과 형님의 검법을 가장 완벽하게 익히고 있는 저 청년, 석두라고 했던가. 그가 마음에 들었다.
형님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직전제자가 바로 저 청년인 것이다. 사윗감으로도 괜찮다 싶었다.
"좋습니다. 그럼 같이 노력해보지요. 석두 광견조 집합시켜라."
석두가 광견조원들을 부르기 위해서 나가자 백산이 냉추렴과 소운을 쳐다보았다.
"소운, 냉 소저. 잘 들어, 나는 욕심이 무지하게 많아.
일단 내 품에 들어오면 전부 다 내 꺼야. 어떤 놈이든 내 것을 빼앗아가려 하면 그놈들은 다 죽어. 그가 누가 되었든지, 알았어?"
투박한 말이다. 구소운이나 냉추렴을 전부 자기 것이라 이야기하면서, 자기 것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냉추렴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소운보다 더 미안한 사람이 냉추렴이었다.
소운이야 이미 부인으로 내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남편이 부인을 지키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지만 자신은 절대 아니다. 사부가 이들에게 맡기고 갔을 뿐이다.
"오라버니, 나야 오라버니 거라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냉 언니는 언제부터 오라버니 것이 되었죠?"
기분이 좀 풀렸는지 소운이 동그래진 눈을 하고 백산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둘 사이가 언니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친해진 모양이었다.
자신보다 두 살이 많은 냉추렴을 이제는 스스럼없이 언니라 부르고 있었다.
"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뭘 또 따지냐. 아직 너한테도 침 안 발랐잖아?"
"침? 그건 또 무슨 소리죠?"
"크크! 크 핫핫핫!"
아는 사람만 알고 있었다. 침 바른다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무거워진 분위기가 한결 가볍게 바뀌고 있었다.
'고마워요, 백공자님. 아니 오라버니….'
백산을 가만히 쳐다보며 내심으로 중얼거리는 냉추렴이었다.
그런 냉추렴을 바라보는 눈동자 하나가 있었다. 석숭이 냉추렴의 꿈꾸는 듯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저런 욕심 많은 놈이 뭐가 좋다고 쯧쯧쯧….'
욕은 하고 있지만 자신도 그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우리의 목을 원하는 놈들이 있단다. 한두 푼 가지고는 안 되겠지?"
"돈 가지고는 안 되지 않겠소? 지들 목이라면 모를까…."
누군지 왜 그런지 묻지도 않는다. 자신들의 목을 노리면 그놈들의 목을 먼저 따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에게 원한 산 일도, 못살게 군 적도 없는데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면 당연히 그놈이 나쁜 놈이라는 소리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형님! 아무래도 이번에는 육포 좀 드셔야겠소?"
"그래 맞다. 이번에 육포를 잔뜩 준비하자. 이참에 우리도 질리도록 한번 먹어보게 낄낄낄!"
광견조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껏 백산이 단 한번도 자신들에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던 그가 자신들에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섯다의 말이 맞다. 충분히 준비해라. 그리고 일인당 구슬 두 개씩 가지고 다녀라. 앞으로 구화산을 넘을 때 우리의 앞을 막는다거나 수틀리는 놈들 있으면 그대로 던져버렷!"
백산의 눈에서 강렬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화가 났음이다.
전쟁을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것이지 왜 자신들을 걸고넘어지는가. 나중에 가서는 맹을 위한 희생이었다고 말을 할 것이다.
냉추렴이나 구소운 덕분에 자신들이 이겼다는 말을 하며 추모비 하나 세워주고 그것으로 끝낼 것이다.
개떡 같은 놈들이고 엿 같은 세상이다.
'우리를 건드리면 다 죽여준다. 그게 누가 되었든지 다 죽여준단 말이다.'
백산의 눈동자에서 마지막에 보이는 것은 질식할 듯한 살기였다.
"저 친구도 긴장할 때가 있군요."
"왜 안 그렇겠나. 지가 책임지고 있는 식구가 이십 명이 넘는데 똥줄이 탈 만도 하지."
석숭과 갈태독의 대화였다. 지금껏 오면서 백산이 긴장하고 있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야. 저놈 식구 중 한 명이라도 잘못되면 저놈은 살귀가 되어서 세상을 떠돌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무서운 거지. 나도 막을 수 없는 저놈이….'
갈태독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백산의 비밀, 언제 어디서 왜 생겼는지 모르는 파멸안의 존재, 그것의 재림이 더 걱정되는 것이다.
지금은 조천영이 백산을 제어하고는 있지만 이제 갓 백색지안일 뿐이다.
한 단계 나아가서 흑색지안이 된다면 또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에 더욱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르신, 저 친구들에게 세가의 진식을 가르쳐야 될 것 같습니다."
남궁지우가 갈태독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무서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지만 적들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들이기에 단순한 강함만 가지고는 대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소수로 다수를 상대할 수 있는 진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남궁세가의 진식, 그것이면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남궁지우의 계산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석숭이 우려의 목소리로 물었다. 진식만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면 결코 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당의 진무칠절진만 해도 일곱 명이 동급고수 예순 네 명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오십 년 전 강호를 제패했던 남궁세가의 진식이다. 무당의 진식에 결코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였다. 진식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진을 구축하는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에게는 기껏해야 이삼 일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 수도 없는 일이다.
무림삼천이 공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장소에 상관없이 달려들 것이다.
일단은 움직이면서 적들의 상황을 파악해야만 한다. 또한 암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동을 해야만 한다.
"완전하게 가르치지는 못해도 방어는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이십니까? 다행이군요."
석숭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남궁지우가 자신 있게 말한 것이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광천뢰라는 절대적인 무기가 있다.
먼저 적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지지는 않을 것이고 이쪽이 승리할 수도 있음이다.
'어쩌면 무림 이천이 이들에게 패할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패했어도 패했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동료를 살해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인데 감히 공론화시킬 수가 없다.
즉 무림삼천의 공격에서 살아남든지 죽든지 이들의 행적은 묻혀질 것이다.
냉추렴이나 구소운의 이용가치가 없어질 때까지는 이들에 관해서는 각 맹의 수뇌부를 제외하고는 강호 누구도 알지 못할 터이다.
"각 맹에서는 출발했겠지?"
"아마 그럴 것입니다, 어르신. 이미 이쪽을 향했을 것입니다."
석숭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 * *
섬서성(陝西省) 진령산맥(秦嶺山脈)의 서쪽 소화산, 희미한 그믐달이 비추고 있는 밤하늘에 메뚜기 떼 같은 수백의 검은 점이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갓 겨울을 벗어난 삼월, 메뚜기 같은 곤충이 있을 리가 없는 계절이다. 사람이었다. 그것도 극강한 무공을 지닌 수백의 인물들이 주위의 절경을 뒤로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정지!"
카랑카랑한 한마디에 수백의 메뚜기 떼들이 일사불란하게 내려섰으나 조그마한 파공성조차 나지 않는다. 어디서 이 많은 고수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이곳은 섬서성, 구파일방 중 화산파(華山派)와 종남파(終南派)가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곳으로 두 파 제자 이외의 인물들은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의 삼백에 달하는 흑의인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에선 정파의 무공을 익힌 정순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칙칙한 어둠의 기운만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양성진! 지금 진세개는 어디쯤 있나?"
"네, 군주님. 구화산 근처에 이미 잠입해 있다고 합니다."
천마맹의 오군 중 비마군(飛魔軍)의 군주인 무면마룡(無面魔龍) 암사월이었다. 별호에서 말해주듯이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다.
구마 중 혈마(血魔) 소지악의 제자로 혈영도법(血影刀法)을 극성으로 연성한 도의 달인이다.
맹주령으로 내려진 단 하나의 명령은 '개방의 꽃인 소걸영 구소운의 보호였다.' 이상한 명령이었다. 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고 보호하기 위해서 비마군 전원이 출병을 했다.
맹주령이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수하 된 자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일단 도착해 보면 알겠지.'
"가자!"
다시 삼백여 인물들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살리기 위해서 가는 자들이었다.
* * *
"청부가 들어왔소."
흑립, 흑면, 흑의. 희미한 야명주 불빛 아래 온통 검은색 일색인 다섯 명의 인물들이 있었다.
"청부금은 얼마 이오이까?"
"은 천만 냥이오."
사뇌 석정이 중원 최고의 살수조직이라 했던 흑막(黑幕), 흑막의 특급살수 다섯 명이 모여서 새로운 청부에 관해서 상의를 하는 자리였다.
"특급이군요."
어디서 나온 음성인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다섯 명 중 한 명의 입에서 나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니요, 목표물은 하급인데 그들의 배경이 특급이오."
"누구입니까?"
"철혈전신 철목승의 제자인 백면마 냉추렴과 개방의 소걸영 구소운이오."
"엄청난 인물들이군요."
"자 가부를 결정해 주시오."
탁자 위로 한 사람씩 손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섯 개의 손이 주먹을 쥔 채로 중앙으로 모였다.
"청부를 실행하도록 하지요. 먼저 영객(影客)과 사객(死客)이 움직이시오."
그들의 위치는….
죽음을 원하는 자들이었다.
* * *
흑막의 흑객들이 죽음의 청부를 접수하고 있던 그 시각, 감숙성의 천마맹에서는 또 다른 인물들이 은밀하게 맹을 나서고 있었다.
무욕 십대고수 중 네 명, 광사 초상, 독안랑 서문천, 광혈마도 반동, 독인마검 거이산.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안휘성이었다.
"그러니까 아우 말은 대형이 시집이나 보내 보려고 그 녀석에게 딸려 보냈는데 그곳이 사지(死地)가 되었다 그 말이냐?"
"시집보내려고 한 것이 아니고 맹에 들어오면 전쟁에 휩쓸리게 되니까 그랬다니까요?"
광사 초상과 독안랑 서문천의 대화였다. 한가롭게 걷는 듯 움직이고 있으나 그들 옆에 보이는 나무며 바위가 순식간에 뒤쪽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쥐새끼 그놈이 추렴이를 해치기 위해서 미리 출발했고?"
"그렇다니까요? 도대체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하우."
"너무 복잡하잖아. 서로 죽여야 될 놈들은 살리려 하고, 같은 편은 죽이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게 미친놈들 아뇨."
"그럼 추렴이를 구하기 위해서 천무맹에서도 와있겠네?"
"그 녀석들은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납치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니까요."
"자세히 설명해 보라니까? 왜 쥐새끼는 소걸영을 보호해야 하고 추렴이는 납치되어야 하냐고."
계속되는 광사의 질문에 독안랑 서문천이 신경질적인 얼굴을 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잘 들으시오, 형님. 소걸영하고 추렴이하고 누가 더 비쌀 것 같소."
"당연히 추렴이가 비싸지. 근데 왜?"
"추렴이가 납치되고 그놈들이 꼼짝 마라 하면 우리는 발이 묶일 것 아뇨."
"그래. 또 그놈들이 시키면 무엇이든 다해야 되겠지."
"그럼 반대로 이쪽에 소걸영을 잡아놓고 구파일방을 보고 꼼짝 마라 하면 그들이 꿈쩍도 안 하겠소? 아마 소걸영의 비석(碑石)부터 만들고 천마맹을 공격할 거요."
개인을 우선하느냐 집단을 우선하느냐 하는 차이였다. 마도인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더구나 무욕인들은 개개인들의 집합이지 한 단체가 아니다. 단지 철목승이란 인물에 의해서 하나로 결집이 되어 있을 뿐이다.
백면마 냉추렴의 목숨으로 위협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조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소운은 다르다. 납치해서 협박을 한다 해도 개방에만 국한될 뿐이다.
납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인질로서는 가치가 부족하다는 소리였다.
차라리 그곳에 두면서 그 일행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천마맹에는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알겠소?"
"그럼 빨리 안 가고 뭐 하냐?"
무욕 십대고수 사인이 빛살 같은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살리기 위한 자들이었다.
* * *
천무맹의 안휘분타.
백의천룡(白衣天龍) 화인걸(華仁傑)이 구화산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맹을 떠나올 때 맹주인 아버지와의 은밀한 만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우리는 그곳에 개방의 꽃만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만 제거하려 했지.
그런데 뜻밖에도 꽃 옆에 백면마 냉추렴이 같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천마맹에서는 그녀를 제거하여 철목승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고. 그래서 네가 가야 한다."
구소운을 제거하고 냉추렴도 납치 또는 아무도 모르게 제거, 아버지의 말씀이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했던 한마디, 믿음을 줄 수 있는 아들이 되라고 하셨다.
'빌어먹을….'
언제나 백무천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되고 있는 자신, 아마도 아버지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파견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지금은 비밀로 하더라도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고 그때 자신의 공적을 밝히겠다는 속내였다.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두 거대 단체 수뇌부의 이 결정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죽이려고 하는 자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강호 무림 전체라고 할 수 있는 무림삼천이 생존을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구화산,
그들의 목표물은 백산 일행이라면 밝은 하늘 아래서 모든 무림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산서성(山西省)의 항산(恒山), 그곳에 있는 천선비동이 무림인들의 목표였다.
그 항산으로 천하의 무림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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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벅차오네요
감사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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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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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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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ㅎ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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