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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 영업정지를 결정한 뒤 이들에 대한 보도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미래저축은행’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한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또한 미래저축은행에 집중한다. 왜 그럴까?
민통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저축은행장 했나”
8일 민통당은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사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원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박병석 의원이다. 이른바 ‘촛불변호사’로 알려진 민변 출신 송호창 당선인이 간사를 맡고, 원내 대변인인 이언주 당선자, 참여연대 출신의 비례대표 김기식 당선자도 조사위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민통당 진상조사위원들은 9일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을 만나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경위를 따져 물었다.
민통당의 새 대표가 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미래저축은행장을 했는가. 김찬경 회장이 미래저축은행 직원들 퇴직금 정산해서 투자하게 만들었다는데 직원들 투자한 돈은 어떻게 되는가. 모든 것의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 민통당은 ‘미래저축은행’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사실 더 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는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인데도 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솔로몬 저축은행 임 석 회장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연청’ 조직국장 출신의 채권추심업자 임 석 회장
임 석 회장. 그는 1962년 4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조부 시절에는 떵떵거리던 유림 집안이었지만 가세가 기울어 자신은 이리공고 야간을 졸업했다고 한다. 1987년에는 DJ의 사조직인 ‘연청’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트 유니언’大를 졸업했다고 하다 이 학교가 ‘학위 장사’로 밝혀져 논란이 되자 나중에는 미라마大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언론에 따르면 1988년 ‘한맥기업’이라는 광고 회사를 차린 뒤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무튼 임 회장은 90년대 초반부터 고려대 경제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임 회장은 이때 “옥외 광고업체를 운영하면서 100억 원대의 돈을 벌었다”고 주장한다.
임 회장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당시 YS정권이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DJ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이 된 DJ는 ‘국민비상경제대책위원회’라는 임시조직을 만들고 새정치국민회의(민통당의 전신) 의원과 현직에서 물러난 ‘모피아’ 출신들을 끌어모아 ‘외환위기 극복’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때 임 회장도 ‘한 자리’를 맡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임 회장은 1998년 6월 DJ의 방미를 수행하기도 했다.
얼마 뒤인 1999년 임 회장은 한미은행, 하나은행, 조흥은행, 국민은행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자본금 30억 원으로 ‘신용정보회사’인 솔로몬 신용정보를 설립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떼인 돈(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신용정보업체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때였다. 월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해 헐값에 사들인 부실채권을 추심해 몇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후 임 회장의 솔로몬신용정보는 호남 출신인 위성복 행장이 있던 조흥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부실채권’ 일감을 얻어 급성장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2002년에는 IT벤처기업 ‘골드뱅크’ 소유의 ‘골드상호신용금고’가 매물로 나오자 인수전에 뛰어든다.
당시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사람 중에는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김영준 씨도 있다. 김 씨는 이용호 씨와 함께 골드상호신용금고를 100억 원에 인수하겠다며 30억 원의 계약금을 지불했지만, 김흥주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보 등에게 거액의 로비를 하며 110억 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하면서 밀려났다(이후 김중회 부원장보는 구속).
김흥주 회장은 하지만 골드상호신용금고 노조의 반대로 인수에 실패한다. 당시 골드상호신용금고 노조는 민노총이 ‘우수사업장’이라고 꼽을 만큼 강성노조였다. 이 일로 자금난을 겪게 된 김흥주 회장은 노진각 씨를 통해 지방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노진각 씨는 2000년 ‘진승현 게이트’ 때도 이름이 수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폭탄주 1,000잔’과 금감원 ‘실세’의 만남
이런 복마전 속에서 임 회장은 ‘노조와 폭탄주를 1,000잔 마신 덕’에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할 수 있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임 회장은 이 완 前조흥은행 부행장, 조병락 前조흥은행 부행장 등을 ‘전문 경영인’이라며 초빙했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인 위성복 前조흥은행 행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 회장의 ‘조흥은행 출신 모시기’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뿐만 아니라 임 회장은 2007년 6월 대만 쿠스증권이 대주주이던 KGI투자증권(舊조흥증권)을 KTB투자증권과 함께 콘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한 뒤 솔로몬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했다.
임 회장의 저축은행 인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5년에는 부산한마음상호저축은행(現 부산솔로몬)을 인수했고, 2006년에는 나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솔로몬 저축은행이 증권사와 다른 저축은행들을 인수할 때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권력과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 이런 의문을 키우는 언론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임 회장이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할 때 경영 상태가 정상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7년 1월 9일 <연합뉴스>는 “김흥주 그레이스 백화점 회장이 2001년 인수를 시도했던 골드상호신용금고가 당시 부실 금고가 아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당시 보도에서 “서울서부지검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김중회 前금감원 부원장과 이근영 前금감원장 등 당시 금감원 관계자들이 김 씨의 금고 인수 작업을 도왔던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라며 “골드상호신용금고는 부실 상태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금고였다. 다만 주식 배당이 잘못돼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을 뿐 결코 부실금고가 아니었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렇게 솔로몬저축은행을 도와준 또 다른 ‘연결 고리’가 금융감독당국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 15년 사이 금융당국의 변천사를 살펴봐야 한다.
외환위기 전후 정부는 강제적인 ‘산업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재벌기업인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 등을 통폐합해 ‘하이닉스’를 만들고, 삼성항공, 현대항공 등을 통합해 한국우주항공을 만든다. 은행들에 대한 강제 통폐합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이 사라졌다. 대우그룹 또한 이때 정부에 밉보여 해체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DJ정부는 ‘외환위기’를 이유로 보험감독원, 예금감독원, 증권감독원 등 4개로 나뉘어 있던 금융감독기관을 하나로 합치고, 여기다 민간인도 포함한 ‘반민반관’ 조직을 만들었다. 바로 ‘금융감독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설립 당시 명목상으로만 금감위 감독을 받도록 돼 있어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초대 금감원장은 이헌재 前경제부총리다. 이 前부총리는 70년대 후반 ‘율산그룹’ 퇴출에 반대하다 관료직에서 떠났다. 이후 대우그룹에서 일하다 그만둔 뒤 DJ시절 화려하게 복귀했다. DJ 정권 시절부터 재정경제부 장관 2번, 경제부총리 1번,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2번이나 역임했다.
이 前부총리는 ‘정부도 이긴다’는 평을 듣는 ‘김앤장’ 종합법률사무소 비상임 고문, 삼성그룹의 상징인 호암재단 이사장 등도 역임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언스트 앤 영’의 아시아 태평양 고위 자문역으로 선임됐다.
이 같은 이 前부총리는 외환위기 당시 DJ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어 그 ‘측근’들과 함께 금융감독 업무를 도맡다시피 했다. 당시 이 前부총리가 신임한 ‘측근’ 중 한 명이 바로 김영재 前금감원 대변인이었다.
김영재 前금감원 대변인은 2003년 임 회장의 요청으로 솔로몬저축은행-솔로몬신용정보-솔로몬자산운용을 총괄하는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써의 능력을 높이 사 영입했다’고 밝혔다.
솔로몬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의 연결고리?
김 前대변인은 하지만 2004년 2월 일명 ‘이헌재 펀드’가 만들어질 분위기가 되자 그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헌재 펀드’는 결국 무산됐지만, 김 前대변인은 자신의 ‘퇴직금 등’을 모아 ‘칸서스 자산운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당시 납입 자본금은 100억 원이었다. 이후 칸서스 자산운용은 말 그대로 '잘 나갔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질 무렵 칸서스 자산운용의 임원들이 상당수 물갈이가 됐다는 점,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이 빼돌린 돈을 넣은 서울신용정보의 대주주가 칸서스 자산운용이라는 것이다. 여기다 김 前대변인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광주일고’ 출신으로 밝혀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 수사나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에서 칸서스 자산운용의 ‘부정’은 드러난 적이 없다. 김 前대변인 또한 칸서스 자산운용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죄’ 또는 ‘무혐의’로 드러났다.
한편 이와 전혀 별개로 보이는 한국저축은행에서는 부산저축은행과 비슷한 ‘고리’가 엿보인다. 바로 이북 출신 재벌기업의 연루다.
한국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관련 보도를 찾다 보면, 한국저축은행의 지주회사 격인 ‘씨앤씨 캐피탈’과 이북 출신 재벌 간의 ‘제휴’ 소식도 포함돼 있다.
대한전선의 창업자인 인송 설경동 회장은 1901년 평안북도 철산군 인송에서 태어났다. 이후 남한으로 내려와 대한전선을 거대기업으로 키웠다. 70년대까지 대한전선은 TV, 냉장고 시장에서 메이저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런 대한전선 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격인 ‘삼양금속’을 통해 한국저축은행과 컨소시엄을 맺고 SLS캐피탈, 부산의 부민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금융가에서는 대한전선이 이 투자를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얻었다고 본다.
이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사업 등에서 함께 사업을 벌였던 한일건설과 비슷하다. 부산저축은행이 사업을 벌이는 곳마다 끼어 있던 한일건설은 결국 자금난으로 2010년 10월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한일건설은 한일시멘트그룹의 주력회사다. 한일시멘트그룹은 ‘개성상인 클럽’으로도 불리는 이북 출신 재벌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세운 회사다. 형제 기업으로는 녹십자가 있다. 때문에 한일시멘트그룹은 이북 출신 재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 만든 ‘캄코뱅크’에도 투자를 하는가 하면, 시공사 이름을 내세워 신한은행의 자금 260억 원까지 끌어들인 사실이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또 있다. 한일시멘트가 2008년 3월 칸서스 자산운용 지분 51%를 인수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후 한일시멘트의 칸서스 자산운용 지분은 대폭 줄었지만 지금도 일부가 남아 있다.
2012년 5월 8일 현재 칸서스 자산운용 홈페이지를 보면 주요 주주는 김영재 前대변인과 직원 외에 KDB생명, 군인공제회, 대우증권, 보성건설, 하나대투증권, 한국저축은행, 한일시멘트그룹 순으로 나타난다.
솔로몬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을 따로 놓고 보면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림을 크게 그려보면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게 바로 금융감독원과 DJ 측근으로 분류되는 호남 인맥들이다.
9일 주요 일간지들은 '솔로몬저축은행의 임 회장이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일명 소금회) 멤버로 MB와 이상득 의원과는 친밀한 관계'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1999년과 2002년 전후로 저축은행 주인이 대거 바뀌고 이들이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과 금감원, 이북 출신 재벌들 간의 미심쩍은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왜 '저축은행=MB'라는 등식 내놓을까
지난해 금융가에서는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S저축은행과 H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왔다. K자산운용은 임원이 모두 바뀌었다. 이상하다'는 말을 전했다.
인수합병업계나 자금조달 부티크 등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저축은행과 권력 간의 유착관계를 파보라. 이들의 유착 때문에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축은행과 함께 '명동 사채업계'의 주류 변화, 재벌기업 변천사까지 모두 살펴보면 금융가에서 전하는 '유착관계'는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문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임 회장이 '연청'에서 간부로 활동했다는 점과 그가 누구의 도움으로 '게이트'의 주인공을 물리치고 멀쩡한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참고로 임 회장이 조직국장을 지냈던 '연청'의 원래 이름은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다. DJ의 장남인 김홍일 前의원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박지원 민통당 대표와 권노갑 前의원이 이끌다시피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한때 회원이 30만 명을 넘었던 '연청'은 97년 대선에서는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거대한 선거조직 역할을 했다. '연청'이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덕에 그 출신들은 DJ정부 시절 요직에 두루 등용됐다. 때문에 '연청 출신들이 공기업 감사를 대부분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 다음 솔로몬저축은행의 임 회장, 한국저축은행의 윤 회장 등이 언제 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이들이 몸집을 불릴 때 무슨 '특혜시비'가 나왔었는지 기억해 보면 왜 민통당이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을 현 정부에게로 돌리는 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솔로몬저축은행 임 회장이 언제부터 '소망교회'를 다녔는지 살펴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