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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하루를 살아도 호랑이처럼』 존포터 지음. 전종주 옮김. 하루재 클럽.
글. 이용대
“호랑이로 하루를 사는 것이 더 났다!!”
1982년 가을 안나푸르나 남벽에 신 루트를 개척하던 한 젊은 등산가가 운명처럼 날아든 주먹만 한 돌에 맞아 최후를 맞는다. 그 주인공은 수물 여덟 살의 가장 혁신적인 클라이머 알렉스 매킨타이어(Alex MacIntyre.이하 알렉스)다. 그가 그토록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요절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당시 그는 스물여덟의 청춘이었지만, 성공적인 시절을 보내고 있던 영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보이텍 쿠르티카(이하 보이텍)와 함께 다울라기리 동벽과 미등의 마칼루 서벽을 두 번에 걸쳐 도전하는 등 히말라야
를 폭풍처럼 헤집고 다니면서 기념비적인 알파인 스타일의 등반을 해냈다.
동시대의 유명 등반가 보이텍은 알렉스를 만난 후 그를 완벽한 파트너로 여겼다. 역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두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이상의 우정을 지닌 파트너였기 때문에 매사 호흡이 잘 맞았다. 이들의 우정은 1982년 알렉스가 안나푸르나에서 사망할 때까지 지속된다.
현재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다음과 같은 묘비명을 새긴 추모비가 서있다. “양으로 천년을 사는 것 보다 호랑이로 하루를 사는 것이 더 났다”
알렉스가 죽은 다음 해에 그의 어머니가 세운 아들의 추모비다.
결국 이 묘비명이 알렉스의 일생을 조명하는 책제목이 되었다.
1977년부터 1982년 알렉스가 사망할 때 까지 그가 활동한 5년간의 궤적을 살펴본다면 경이(驚異) 그 자체다. 1977년 보이텍. 존 포터와 함께 코에 반다카 북동벽(6850m). 1978년 보이텍. 존포터. 크지슈토프 쥬렉과 창가방(6864m)남쪽 버트레스. 1980년 예지쿠쿠츠카. 보이텍. 르네 길리니와 함께 다울라기리 동벽(8167m). 1982년 로저 백스터 존스. 더그 스콧과 함께 팡마리(7486m)동릉. 1982년 로저 백스터 존스. 더그 스콧과 함께 시샤팡마(8027m)남서벽. 1982년 타르케 캉(일명 그레시어 돔 7193m)동쪽 버트레스를 르네 길리니. 존 포터와 함께 등정했다. 이 모든 등반은 경량속공의 알파인 스타일로 성취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드류의 보나티 필라. 그랑드 조라스의 콜튼-매킨타이어 루트 초등. 아이거 다이렉트 첫 알파인스타일등반이 포함되어 있다.
날카롭고 까칠한 외모를 지닌 보이텍 보다는 곱슬머리가 무성한 둥근 얼굴의 매력적인 야성미를 지닌 알렉스가 보이텍 보다는 훨씬 친근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다소 냉소적인 눈빛을 가진 그는 탐구적이고 지적이었다. 마칼루 서벽 두 번째 도전에서는 폴란드의 탱크 예지쿠쿠츠카도 함께했으며, 창가방 같은 히말라야의 거벽에서 어려운 신 루트를 개척했고, 알프스와 안데스에서도 많은 초등을 이룩했다. 이들은 동서냉전시대에 이념과 국경의 장벽을 넘어선 진정한 자일 샤프트였다.
2017년 현재 알파인클럽회장 맡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존 포터(1946 ~ )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부터 등반을 시작 지난 55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등반을 했다. 알렉스를 비롯한 폴란드 친구들과 함께 이룬 코에 반다카Koh-e-Bandaka 북동벽(1977년)과 창가방Changabang 남벽(1978년)초등은 냉전의 한복판에서 이룩한 위대한 성취였다.
이 책은 2014년 밴프 마운틴 북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2015년 영국에서 ‘크로스 브리티시 스포츠’ 상을 수상했으며, 영어 판에 이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폴란드어에 이어 한국은 6번 째 번역국가 됐다.
사람이 산에서 죽는 이유 두 가지
영국의 전후세대를 대표하는 유명 거벽등반가 더그 스콧에 의하면 사람이 산에서 죽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한다. 야망이 앞서거나 운이 없거나 이다.
그는 1982년 에베레스트 동북능에서 실종된 조 태스커(1992년 정상아래서 일본원정대가 시신발견)와 피터 보드맨을 야망이 앞선 사람으로 생각했고, 알렉스는 운이 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이 책의 저자 존 포터는 더그의 관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히말라야의 고봉에서 초등을 노리는 사람에게는 비범한 야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등반은 일반적인 직업이 아니며, 평균적인 스포츠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운이 나빴지만 자신의 야망을 극한으로 이끈 사람이다.
『하루를 살아도 호랑이처럼. One Day AS A Tiger』은 알렉스의 파트너이자 알파인 클럽회장인 존 포터가 쓴 전기 작품이다. 저자는 그가 생전에 사랑했던 후배 알렉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야기로 전하기 위해 32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렸다. 이 책의 저자 존 포터와 알렉스는 돈독한 우정관계를 나누는 사이였다.. 등반활동을 시작한 알렉스가 단계별로 성장할 때마다 존 포터가 항상 그의 곁을 지켰고, 알렉스가 아메리칸 알파인 저널에 기고한 다울라기리 등반보고서에서 존 포터를 ‘전통적인 파트너’라고 표현할 정도로 둘의 우정은 각별했다.
이 책은 야망과 넘쳐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 못한 한 젊은 등반가가 결국 등반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짧은 생애를 자세하게 그려낸 역사기록물이다.
알렉스는 한국 독자들에겐 낮선 인물이다. 그러나 등산관련 서적에서 야성미를 풍기는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를 기억할 것이다. 1970년대 후반 히피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헝클어진 검은머리에 야심 가득한 반짝이는 푸른 눈을 가진 그는 대마초를 즐기는 야성적인 인물이었다.
마늘. 섹스. 음악. 음주는 고소적응전략의 필수조건.
그는 상식을 뛰어넘는 기행과 엉뚱함 때문에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가 산악전문매체 『마운틴』에 기고한 글은 무척 재미있다. 그가 쓴 ‘고소적응전략’을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우선 마늘을 많이 먹어야하며, 두 주먹을 쥐고 팔굽혀펴기를 몇 세트 반복한 다음 여자와 섹스를 해야 하며, 발가락 하나를 이용해 높은 언덕을 껑충 껑충 뛰어 오르거나 난해한 바그너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고소적응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생의 중대사를 늘 과음으로 접근했다. 특히 등반 전날 밤 술을 과음하는 등 남들이 금기시하는 일들을 골라서했다. 음주는 히말라야를 위한 좋은 ‘두뇌훈련’이라는 농담을 즐겼다.
고소에서 등반 전에 술을 많이 마셔 뇌세포를 대량으로 파괴하면 실제로 등반할 때는 산소부족으로 파괴될 수 있는 뇌세포가 감소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콩알만큼의 논리가 뒷받침된 흥미로운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지론이 사실이라면 고소에 있는 베이스캠프에는 수 십상자의 술병이 쌓여야할 것이다.
이 책의 각장 제목들은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의 제목을 적절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음악을 사랑했던 알렉스를 기리는 존 포터의 따듯한 우정이 엿보이는 증거이기도하다.
저자 존 포터는 3장“더 이산 영웅은 없다”에서 알파인 스타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알파인 스타일은 다른 사람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 의존이 첫째고 궁극이다. 그러나 알파인 스타일을 ‘경량’이라 부르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알파인 스타일은 등반과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큰 배낭 하나에 다 집어넣어야 한다. 루트가 기술적으로 더 어려우면 더 무겁고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현실이 이런데 어째서 경량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알렉스의 단순 전기물이 아니다. 내용 속에는 저자인 존 포터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다. 자서전도 등산역사도 아니며 등반기도 아니다. 그런 장르의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있는 어떤 분류도 아니다.
한 세기 전 알프스 황금시대의 스타 윔퍼를 되돌아보고 금년 봄 에베레스트에서 사라진 21세기 최고의 속도등반가 율리스텍 까지 내다보며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거친 모험을 즐기며 재미있는 화제를 만들어내는 자유분방한 무리들의 숨은 비화(秘話)를 들려준다. 이 책에는 역사의 무대에서 한 시대를 빛냈던 수많은 알피니스트의 이야기가 묻혀있다. 그런 것을 발굴해내는 것은 오직 독자들의 몫이다.
6백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을 완독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빠져 몰입하면 페이지가 쉽게 넘어 갈만치 당신의 영혼을 사로잡을만한 흥미 진지한 세계가 펼쳐지면서 책 뒷장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고 ‘하루를 살아도 호랑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뜨거운 삶속에 잠시 몸을 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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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