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신정동성당 신자분들께

[남율리아나♡]

온양 신정동 성당 신자분들께!

- 어느덧 지나간 성탄시기를 보내면서 -

2021년 신축년의 새해가 밝은지 10일이 지났습니다. 새해가 되면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지난 해의 어려움을 잊고 새로운 해에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을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 참담하고 우울한 한 해로 출발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은 신년 운세나 토정비결을 살펴보면서 올해의 운이 어떨지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아이의 입시와 자녀의 직장 문제, 남편의 승진이나 성공을 위해 사주나 점 등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점집이나 무당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노기술이나 우주로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이 왜 이렇게 무의미한 일을 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면 클수록 그 불안을 빨리 해소시키고 싶은 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건강과 경제적 어려움, 자연재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고난이 발생하면, 그러한 불안을 해쳐나갈 기회를 붙잡고자 상식의 선을 넘는 행동을 범하기도 합니다. 신자라고 해서 특별히 이러한 경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신자라면 미신행위가 교리에 어긋나는 것을 명확히 알면서도, 그만큼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과 두려움을 신앙만으로는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점술가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회피하고 하느님과 멀어지도록 유혹하지만, 예언자는 고통에 직면할 때에 하느님으로부터 더욱 가까워지라고 강력히 권고하였습니다. “점쟁이와 복술가와 요술사와 주술사, 그리고 주문을 외우는 자와 혼령이나 혼백을 불러 물어보는 자와 죽은 자들에게 문의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짓을 하는 자는 누구나 주님께서 역겨워하신다.”(신명 18,9-12)
혼인 예식에 있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항상 서로 아껴주고 존중할 것”을 묻고 서약하며 다짐을 합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이 결코 행복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위기가 있고 무미건조하거나 서로 질시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만이 더욱 큰 행복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쟁이가 말하는 현실의 장벽은 피하거나 거부하거나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 힘이 아닌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극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하느님께서 함께 동행하는 것이지, 점쟁이의 굿이나 부적으로 같이 가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사회적 불안감에 눈을 돌리지 마십시오. 언제나 그랬듯이 어려움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고통 자체가 우리의 삶입니다. 신앙을 가졌다고 해서 고통이 우리를 피해가지 않습니다. 신앙은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지만, 고통을 회피하라고 인도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한 고통을 이겨낼 때에, 우리가 성숙해지는 것이고 영적으로 정화되며 성화(聖化)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신자분들이 새로운 한 해의 출발을 사회적 유혹으로 시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4주간의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간절한 기다림, 대림 시기를 위해 한 해 동안의 우리 발걸음을 되돌아보았고, 회개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쁘게 맞이해야 할 12월 24일부터 우리는 주님의 성탄은 물론이고 서로 만나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정부 방침으로 인해 모든 종교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명하신 미사는 지속되었지만, 신자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미사는 중지되었습니다. 허망한 성탄시기라고 부르기 앞서, 잃어버린 성탄시기라는 표현이 더 맞으리라 생각됩니다. 성가대의 잔잔한 성가 소리에 맞추어 구유에 잠드신 육화의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절대적 고독을 느끼셨을 주님께서 올해만큼은 탄생부터 외로우셨을 것입니다. 지금 성전에는 주님 홀로 누워 계십니다. 그러나 새로 나신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공동체를 위하여 큰 선물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1월 12일에 서품을 받으시는 권학순(요셉) 새신부님께서 코로나 바이러스 3차 대유행이 진정되어 공동체 미사가 재개되리라고 예상되는, 1월 18일(월)에 우리 본당에 오시어 첫 미사를 봉헌해 주실 것입니다. 사제로서 첫발을 들이시는 권신부님의 안수와 함께 공동체가 함께 미사를 봉헌할 것입니다. 또한 1월 24일에는 성탄시기에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늦었지만, 구유 경배도 거행할 것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잃어버린 성탄시기가 아닌 늦어진 성탄시기의 기쁨을 다시금 누리시기 바랍니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아닌, 아기 예수님을 뵙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경배를 드리도록 합시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2021년 1월 11일 주임 신부 최 견 우 (사도요한)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