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새를 비유한 교훈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새는 히말라야 산정 가까이에 사는데
이름을 한고조寒苦鳥라고 불리는 새입니다
한고조는 평생 보금자리 하나 꾸미지 않고 살며
밤이 깊어서 너무나 춥다 느껴질때는
이러다가 안되겠다 내일은 집을 지어야지
하고는 추운 밤을 간신히 이겨냅니다
그런데 다음날 동녘에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온기가 서서히 몸을 덥히면 아함 하고 기지개를 켜고
어젯밤에 했던 마음속 다짐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날 하루를 즐겁고 재미나게 지냅니다
그런후에 밤이 다가올 무렵에 가서야
아차 어제 나 스스로 한 약속이 있었는데
하면서 후회를 하지만 다음날 역시나 마찬가지로
햇살을 즐기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하루를 다시 허송세월한다는 새의 이야기입니다
그처럼 수행하여야 할때 게으름을 피고 있는
중생들을 비유하여 경책하려고 나온 말입니다
한고조의 경우 이것을 건망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낙천적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한고조가 추워 돌아갔다는 소리는
불경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 오늘밤도 여전히 추위에 떨고 있는
불사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히말라야에 살게되면 한고조처럼
지금 즉시를 온통 즐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무심도인이 되는지 모를 일이지만
오늘 공주박물관에 가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사진 전시회에
해인사 대장경 판전 사진을 보다 보니
두구절의 주련이 보입니다
원각도량하처 현금생사즉시
圓覺道場何處 現今生死卽時
라는 글귀로 풀이를 하여본다면
원각 즉 부처의 도량이 어디인가
지금 현재 생사가 바로 그것일세
라는 의미로 풀이할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
깨달음의 도량을 이루는 것이지
다음생 혹은 십년뒤 라는 개념으로는
깨달음의 길은 지난하다고 보는 견해요
깨닫고자 하는 사람은 지금 즉시
이 생사를 통해서 깨달으라는 말이니
생사가 곧 열반이라는 말에 다름아닙니다
또 금생에 해야 할 일이라면
다음생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니
금생에 어느땐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면
마음 먹었을 때 바로 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원효대사께서 촌음을 아껴 정진하라
하시는 발심수행장 뒷부분을 독송합니다
今年不盡 無限煩惱 來年無盡 不進菩提
(금년부진 무한번뇌 내년무진 부진보리)
금년에도 다하지 못했는데 번뇌는 끝이 없고,
내년에도 다하지 못한다면 깨달음을 향한 진전이 없구나.
時時移移 速經日夜 日日移移 速經月晦
(시시이이 속경일야 일일이이 속경월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고,
하루하루 흘러가서 어느새 한달이 지나가며,
月月移移 忽來年至 年年移移 暫到死門
(월월이이 홀래년지 년년이이 잠도사문)
한달 한달 흘러가서 홀연히 연말 되고,
한해 한해 흘러가 잠깐 사이에 죽음의 문턱에 이르나니,
破車不行 老人不修 臥生懈怠 坐起亂識
(파거불행 노인불수 와생해태 좌기난식)
부숴진 수레 구르지 못하고 늙은 몸으론 수행할 수 없는데,
누워서 게으름만 피우고 앉아서 어지러운 생각만 하고 있구나.
幾生不修 虛過日夜 幾活空身 一生不修
(기생불수 허과일야 기활공신 일생불수)
얼마나 많은 生을 수행하지 않고 허송세월 하였으며,
무상한 몸뚱이로 얼마를 살 줄 알고 이번 生도 수행 하지 않는가?
身必有終 後身何乎 莫速急乎 莫速急乎
(신필유종 후신하호 막속급호 막속급호)
몸은 반드시 마침이 있고 다음 生은 기약이 없으니,
참으로 다급하고도 다급한 일이로다.
쉽게 말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정진할 일입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