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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래된 미래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정풀홀氏
[월간주민자치 2012.6월호] 에 실렸습니다. |
우리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이다. 80대 꼬부랑 할머니가 논밭을 매는 마을에서 60대는 노인 대접을 받지 못한다. 60대 노인이 청년회 회장을 맡는 마을도 있다. 그나마 아예 청년회라는 이름과 간판이 사라진 마을도 적지 않다.
지금 농촌마을마다 청년은 고사하고 사람의 온기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대한민국 마을들의 잔여수명은 그리 길게 남아있지 않는듯하다.
이런 ‘날로 늙어가고 약해지는 농촌’에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는 뭘까. 언제부턴가 마을마다 구호와 깃발이 난무하는 농촌체험관광? 농촌지역개발? 강소농? 농식품 6차산업화? 슬로우시티? 로컬푸드? 모두 좋은 이야기로는 들리지만, 다 아니다. 정작 시급한 절체절명의 숙제와 해법은 따로 있는듯하다. 바로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의 표본집단이라 할만한 농촌마을을 거두고 보살피는 농촌복지 사업이다.
하지만 사회복지, 농촌복지 얘기만 나오면 정치나 행정은 몸을 사린다. 늘 예산타령, 재원 핑계를 대기에 급급하다. 물론 돈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자칫 마음이나 구호만 가지고는 탁상공론, 공염불로 전락하기 십상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돈을 아무리 푼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돈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날로 늘어나는 노인인구, 그에 따라 급증하는 농촌복지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두지 않고 지역에 따라, 계층에 따라 공평무사하게 골고루 시혜하고 분배하는 일은 그다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시혜적 차원의 정책적 지원방식은 최선의 방법은 아닌 듯 하다. 공급량에 한도가 있는‘물고기’를 나눠주고 있을 게 아니다. 당장 정책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물고기를 낚고 기르는 법’을 우선 가르쳐야 한다. 외부의 지원이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게 농촌복지 사업에서도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복지 마을기업, 마이산향기
“이제는 더 이상 시혜적인 농촌복지 지원사업에만 의존할 게 아닙니다. 자립적인 법인, 주체적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농촌복지시스템이 구축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분야, 문화분야, 복지분야 할 것 없이 기존의 사회적서비스 사업의 운영구조를 바꿔야 하는거죠. 이제 사업 수행조직을 경영하고 서비스 시스템을 혁신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무작정 내 차례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면 안됩니다.”
진안 마령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유)마이산향기의 이문수대표는 단호하다. 농촌복지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소신이 굳다. 이미 마을기업을 세우고 꾸리면서 몸소 표현하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노인인구는 이미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어요. 노인인구가 40%를 넘는 면 지역도 적지 않고요. 지역과 농촌은 거대한 자생적 양로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지요. 노인 뿐 아닙니다. 여성, 청소년, 장애인 등도 농촌복지의 취약지대에 놓여있는 건 마찬가지예요. 농촌이야말로 은 가히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지요. 복지의 수요는 넘치는 데 공급은 늘 부족하지요.”
이대표는 행안부 선정 마을기업 마이산향기와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진안농촌복지센터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단법인 전북재가노인복지협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농촌복지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 진단해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몇 안되는 농촌복지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노인복지는 양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이제는 질적인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장직을 선뜻 맡기로 했고요. 협회 사무국의 안정화, 전북지역 비회원의 통합, 재가노인시설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자체별 자원실태 조사분석 등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있어요, 무엇보다 노인복지의 최전선에서 복무하고 있는 협회 회원들이 정말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기반부터 다지고 싶어요.”
이대표의 이런 간절한 바램이 함축돼 있는 실천 모델이 바로 마을기업 마이산향기라 할 수 있다. 2010년 마령면의 농민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농업회사법인으로 출범했다. 1차적으로는 지역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을 통해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의 소득을 늘리겠다는 사업목적이다. 그리고 농촌형 일자리창출사업 모델을 개발해 보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농촌복지 사회적기업의 사례를 전파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우선 우리의 삶터이자 뿌리인 진안고원 마령평야부터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뜻을 같이 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았지요. 마을기업을 하지고 의기투합한 겁니다. 특히 2010년 전북도의 한스타일 전통문화사업을 수행한 게 기억에 남아요. 우리의 삶터인 마령평야, 마이산 등에 오래 스며있던 역사문화 자원도 발굴하고, 그 향기를 고스란히 담은 생태상품도 개발했어요. 그때 개발한 효소, 고추장 등은 마이산향기의 주력상품이 되었고요.”
마이산향기는 2011년에 행안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60백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그 돈으로 효소, 고추장, 된장 등 지역특산 농산물 생산, 가공설비를 갖추었다. 달맞이꽃 고추장, 된장 등 은 특허출원까지 해놓은 상태다. 외형은 아직 역부족이지만, 내실은 왠만한 중소기업의 행보와 성과가 부럽지 않다.
“지난해에는 올해 이후를 준비하는 작업에 집중했어요. 무엇보다 콩, 고구마 등 원재료 생산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농지를 확보하는 데 애를 많이 썼지요. 진안군에서 추진하는 군민출자기업인 (주)진안마을에도 주주로 참여하면서 전북도의 농식품 6차산업화 사업에도 공조하고 있어요. 마을기업 마이산향기로 보면 어쩌면 올해를 본격젹인 사업 원년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예비사회적기업도 신청해야하고, 마이산 직판장도 운영해야 하고, 준비한만큼 마무리해야할도 많거든요. 일단 올해는 매출액 1억원을 달성하는 게 소박한 목표입니다.”
농촌복지의 대안, 농촌복지센터
마을기업 마이산향기는 사회적기업 농촌복지센터를 모태로 한다. (사)농촌복지센터는 진안노인복지센터, 진안사랑지역아동센터, 진안사랑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농촌복지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2001년에 설립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농촌복지센터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농촌지역의 어르신, 아이들,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와 문화에 관한 각종 사업을 수행한다. 지역문화 센터를 구축하고 지역주민 쉼터, 문화공연, 농촌지역 연구, 주민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농촌지역 어르신과 아동의 복지생활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겠다는 목적이다.
진안노인복지센터에서는 가사지원, 정서지원 등의 재가노인복지사업,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의 재가장기요양보험 등이 주력사업이다. 마을의 건강한 노인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사업으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진안사랑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진안군 마령면의 농촌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돌봄, 학습지원, 문화활동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지역복지를 목적으로 도농교류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진안고원 마령평야지대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해 생태가이드, 농식품가공 등 생태적 일자리사업의 모델을 개발한 게 그것이다. 농촌복지 활동의 동선과 반경을 적극적으로 확장,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진안이 고향이예요. 고향마을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귀농, 귀향한 것이죠. 그런데 농촌지역에서는 사회복지사가 많이 필요할텐데 목격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농촌복지센터를 시작한거죠.”
이대표의 말마따나 노인복지센터, 요양원, 지역자활센터,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학교 등 농촌사회복지사를 원하는 복지사업체는 농촌 곳곳에 줄을 서 있다. 하지만 농어촌에 젊은이가 없듯이 농촌 사회복지시설에는 사회복지사가 별로 없다.
“농촌지역에서 사회복지 지원수준은 해당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대개 낮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예산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예요. 그래서 중앙정부의 복지부분 예산이 삭감되면 지자체의 사회복지사업 전반이 위축되는 형편이고요. 정부에서는 요양원이나 노인관련 기관들에게 생활지도사의 요건을 갖추라고 요구하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자립도가 떨어지는 대다수 농촌지역의 사회복지법인들은 외부의 지원없이 요건조건을 갖추기는 어려워요. 정책과 현실이 따로 놀고있는 셈이죠.”
근본적으로 농촌에서도 사회복지분야에서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대표는 안타까워 한다.
“사회복지분야도 사회보장 체계로 일정한 보조금 수혜 방식에서 탈피해 사회보험 체계로 전환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회보험으로 전환하면서 결국 경쟁유발, 경쟁을 통해 강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시장논리가 접목될 수밖에 없어요. 갈수록 노인인구비율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 때문에 국가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지역복지의 활성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지역의 사회복지단체들이 연대해서 서로 협력하고 힘을 나누는 게 살 길이죠. 지역의 특성과 처지에 맞는 마을 중심의 지역복지 모델을 찾아 함께 실천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대표가 농촌복지센터에 이어 굳이 마을기업 마이산향기 까지 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이대표 혼자, 마이산향기 혼자 취약한 농촌복지 환경과 시스템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사회복지 지원에 취약한 농촌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절박하다.
오지 진안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농촌마을에 들어가면 60세 이상 노인이 60~70%를 차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애도 지역마다 농촌복지 현장에서는 운영의 문제가 여전히 지적된다. 독거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경로당 같은 곳에 마땅한 운영프로그램이 없다. 경로당은 그저 생명력없는 건축물이고 온기없는 공간일 뿐이다. 마을에서는 체력단련, 레크리에이션 등을 할 수 있도록 강사 지원, 급식비 인상 등이 절실하다. 지역자활센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시설 보다는 고용을 지원해주고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곳으로 지역자활센터를 규정해 버렸어요. 복지적인 가치보다는 사람을 많이 취직시키고 기술도 가르쳐서 창업을 지원하는 창구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죠. 청소년들의 사회복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수련관들은 서로 연계되거나 제휴하지 않고 서로 따로 돌아가 비효율적이예요.”
이대표는 농츤으로 귀농하려는 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귀농인이라면 자신이 터로 삼고 있는 마을을 노인이 살기좋은 마을로 만들 수 있을거예요. 큰 돈을 들여야 할 수 있는 게 복지사업은 아니거든요. 근본적으로 농촌의 사회복지사업은 기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마을에 있는 사람이 함께 풀어간다는 지역의 공감대가 더 중요해 보여요. 농촌복지센터나 마이산향기가 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더 필요하죠.”
사회복지는 인간에 대한 예의다. 그렇다면 농촌사회복지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력이나 기술은 필요하지 않는듯하다. 농촌복지센터와 마이산향기에서 일하는 이대표를 비롯한 농촌사회복지사들도, 그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잘 지키는 사람들일 뿐이다. 바로 그게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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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잘읽었고, 마음에 와 닿는 말이 많았습니다...같이 참여하지 못해 죄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