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세계교역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역부진기에는 생활건강용품, 귀금속 등의 고급소비재와 의료용품,
정밀기기, 기초화학 등의 교역이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오상봉)이 지난 5일 발표한 ‘세계교역 호·부진기 어떤 품목이 주목받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둔화기에는 소비재 교역이 활발한 반면, 경기확장기에는 중간재와 자본재의 교역이 더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간재와 자본재가 세계경기에 더 민감한데다 세계수요 변동에 선행적으로 재고물량을 조절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교역 상위 50대품목에 대한 과거사례 분석 결과, 경기둔화기에는 1차산품과 생활건강용품, 귀금속 등의 소비재와
의료용품, 기초화학원료, 자동차부품 등의 중간재의 교역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확장기에는 영상·통신기기, 자동차 등 소비재와 철강, 석유제품, 플라스틱 등의 중간재, 기계류, 펌프·원심기,
선박 등의 자본재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의 교역구조는 과거 25년간 소비재 비중이 감소하고 중간재·자본재 비중이 증가해 세계 트렌드와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은 세계수요 확대 품목 대부분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상승해 대체로 양호한 수출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부 경쟁력약화 품목, 생산시설 해외이전 품목은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발, 섬유제품, 귀금속 등은 경쟁력 약화로 점유율이 하락했으며 통신·영상기기 등은 생산시설 해외이전으로 국내수출이 세계수요 증가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세계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재와 경기둔화기에도 수출영향이 덜한 품목의 수출경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비중이 60%를 상회하고, 소비재 수출비중(11.7%)이 세계전체(21.5%)는 물론 일본(16.8%),중국(28.6%)에 비해서도 낮아 세계 경기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재 수출확대를 통한 품목구조 다양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금융 축소·보호무역주의 등 교역 부진세 견인
2000년대 초·중반 연평균 6% 이상 증가하던 세계교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난 2011~2012년 회복기에도 신장세가 3%대에 불과해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IT붐과 글로벌 분업화 확대로 연평균 6% 이상 성장세를 시현한 세계교역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인 2011~2012년에는 연평균 3.6% 증가에 그치고 있다.
세계교역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GDP성장의 영향도 금융위기 이후 낮아지는 추세다. 2002~2008년 연평균 GDP성장률이 3%에 달했는데, 연평균 교역증가율은 6.05%에 달해 GDP대비 비율이 2.0을 상회했다.
그러나 2009~2012년은 연평균 세계 GDP성장률이 1.4%에 달했는데, 연평균 교역증가율은1.9%에 그쳐 평균 GDP비율이 1.33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1951~2012년 전체 GDP 비율 1.64에 비해서도 낮다.
교역신장세 둔화로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 증가세도 둔화된 모습이다. 세계수출·GDP 비중이 2008년 26.3%에 달했으나 2009년에 21.6%로 급감한 후 지난해 25.5%로 소폭 상승했다.
Economist誌는 최근의 세계교역 둔화 요인으로 경기회복 지연과 함께 ▲무역금융 축소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꼽았다.
무역금융 축소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유럽은행 발 무역금융 축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많은 수출업체 들이 단기 무역금융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GDP의 0.5%에 해당하는 신규 교역시장을 창출해왔던 도하라운드(세계무역기구 제4차 다자간
무역협상) 논의가 지연되는 등 최근 국가 간 무역 분쟁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 둔화기-소비재, 확장기-중간재·자본재 교역 ‘활발’
세계경기 변화에 따른 교역구조를 살펴보면 경기 둔화기에는 소비재 교역이 활발한 반면, 경기 확장기에는 중간재와
자본재 교역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간재와 자본재가 경기에 민감한데다 경기변동에 따른
최종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행적으로 재고물량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실증분석에서도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
순으로 GDP 장단기 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년간의 세계교역 구조를 용도별로 살펴본 결과 중간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증가 추세에 있는 반면 소비재·자본재 비중은 정체 내지는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세계 중간재 교역비중은 57%로 세계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계교역을 UN이 분류한 용도별·가공단계별 BEC 코드로 분류한 결과 중간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증가세에 있는 반면, 소비재와 자본재의 비중은 정체 내지는 소폭 감소했다. 특히 중간재는 음?캠聖ㅏХ?, 공산품중간재 등으로 전 세계 교역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며 비중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소비재는 내구재·비내구재, 자동차, 음식료품으로 분류되며 전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체로 일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기계장치 등 자본재의 경우 세계 교역비중이 점차 감소했다. 중간재 교역은 금액기준으로 부품·소재 및 산업용 중간재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료 및 식음료중간재 비중은 23%를 보였다.
금액기준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나 물량기준으로는 90년대 중반 이후 상승하는 추세다. 이는 산업용중간재의 경우 지속적으로 교역단가가 하락한 반면 식음료·연료 등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과 가격 변동이 컸기 때문이다.
소비재는 금액기준으로 내구재(자동차제외) 교역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음식료, 자동차, 비내구재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교역물량 기준으로는 내구재(자동차제외), 자동차, 비내구재, 음식료품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내구재의 교역비중은 대체로 일정한 편이나 비내구재의 교역비중은 증가추세에 있으며, 자동차, 음식료품의 교역비중은 하락 추세다. 자동차의 교역비중 감소는 1990년대 이후의 각국의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이는 중간재
교역비중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한편 자본재, 중간재(산업용), 소비재(음식료제외)의 GDP탄력성 실증분석결과 자본재, 중간재 장단기 탄력성이 소비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재 및 자본재의 탄력성이 높은 것은 국제분업화를 통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이 확대되면서 국가간 관련 생산기계 및 중간재의 교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세계교역 확대·부진기의 한국의 수출구조
한국의 수출구조는 소비재 감소, 중간재·자본재 증가 추세로 세계교역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경기둔화기에는 소비재 감소세 완화, 확장기에는 중간재·자본재 증가가 나타났다.
과거사례를 살펴보면 경기확장기→둔화기에는 1차산품과 생활건강용품, 귀금속 등의 소비재, 의료용품, 기초화학원료, 자동차부품, 고무제조품 등의 중간재가 상대적으로 교역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둔화기→확장기에는 영상·통신기기, 자동차 등 소비재와 철강, 석유화학, 고무, 플라스틱 등의 중간재, 기계류(금속가공·운반하역절삭·전동·건설), 펌프‧원심기, 플라스틱, 선박 등의 자본재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수출구조에서는 한국이 일본, 중국에 비해 중간재 비중은 높은 반면 소비재 비중은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산업용중간재(식음료·연료제외) 및 내구·비내구소비재(식음료제외)의 수출비중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세계전체는 물론 일본, 중국에 비해 소비재의 비중하락과 중간재의 비중상승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산업용중간재 수출비중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나 세계전체 및 중국 등에 비해서는 각각 1.20배, 1.34배 많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내구·비내구 소비재 수출비중은 중국의 41% 수준이며, 세계전체 및 일본에 비해서는 각각 65%와 66%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경우 세계경기 확장기 때는 수출여건 개선이 큰 반면, 세계경기 둔화기때는 수출여건 악화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대책 마련…“소비재 수출상품 육성해야”
단기적으로는 세계경기에 민감하지 않거나 세계경기 둔화기에도 수요가 꾸준한 품목에 대한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귀금속, 생활건강용품 등의 소비재와 의료용품, 기초화학공업원료, 자동차부품, 고무제조품 등의 중간재, 정밀기기, 전동기계 등의 자본재가 대표적 품목이다.
신발, 섬유제품 등 경쟁력 약화품목과 귀금속 등 영세산업은 ?瑾?기에 유리한 품목인 만큼 생산시설 등은 해외로 이전하더라도 소재개발, 디자인, 브랜드마케팅 등의 고급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또한 세계경기 회복에 대비해 세계경기 확장기에 교역이 증가하는 품목에 대해 사전 수출경쟁력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 통신·영상, 자동차 등의 소비재, 철강·석유제품·고무·플라스틱 등의 중간재, 기계·펌프원심기·선박 등의 자본재가 대표적인 수요급증 품목이다.
통신기기, 영상기기의 경우 및 조립라인의 해외생산 이전이 많은 편이나 향후 수요확대에 대비 제품고급화, 핵심부품 국산화 촉진 등의 전략마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중간재 수출비중이 60%를 상회하고, 소비재 비중이 경쟁국에 비해 낮아 세계경기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는 만큼 수출 품목구조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
국제무역연구원 장상식 연구위원은 "향후 세계경기 회복에 대비해 경기확장기에 교역이 급증하는 품목들에 대해 사전에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 및 중동, 중남미 등의 신규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는 고급 소비재산업의 육성과 주력 수출산업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