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 하늘과 맞닿은 산
매봉 풍력발전소, 고냉지배추밭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
해발 1303.1m의 천의봉입니다.
하늘과 맞닿아 하늘을 닳았다고 합니다.
그 하늘봉우리에 바람의 언덕이 있습니다.
풍차가 있고, 농심의 마음이 어우러진 배추밭이 있습니다.
볕좋은 날,
황지동을 떠나 삼수령고개를 넘으며 작은 휴게소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좌측 언덕으로 오르면 풍차가는길의 이정표가 서 있고, 풍차 코앞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단, 한겨울에는 똥고집 부리며 차끌고 오르시면 자칫 골로 가실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요.
매봉산(梅峯山)?,
정상적인 이름이라면 매봉(梅峰)이 맞을것입니다.
'매'라는 뜻이 날짐승을 뜻하는 말인데 태백시에서 세운 표지에 의하면 매화 매자를 씁니다. 한자가 없으면 쓰질말지..별일입니다.
원래의 이름은 천의봉(天儀峰)입니다. 하늘봉우리를 가진 산으로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산이며,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분기점입니다. 태백시내의 황지동에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는 금계포란 형국의 명당자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천의봉을 바라보면 매처럼 보인다 하여 매봉으로 불립니다.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삼수령 휴게소에서 길을 따라 바람의 언덕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발원지의 고향 태백답게 삼수령(三水嶺)이라는 이름도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로 이름 불리게 된곳입니다. 잘 포장된 길이기는 하나 지금은 쉽게 오르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이 한참 고냉지 배추의 수확철인지라 오르는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배추 가득 실은 트럭들이 내려 올때마다 가까스로 길가로 비켜주고를 반복하고 올라선길, 바람의 언덕에 오르기도 전에 배추밭의 장관에 입이 벌어집니다. 이미 수확되어 누런 돌밭이 그대로 드러낸곳도 상당하지만 아직도 그대로인 배추밭은 그보다 더 넓습니다.
그 폐허된 배추밭에 들어가 버려질 한포기의 배추를 다서 속을 파헤쳐 봅니다. 싱싱한 노란 속이 그대롭니다. 한입 물어 보니 아삭합니다. 단지 단맛은 없네요. 그 많은 배추중에 단맛 없는 배추를 어찌 골라 냈는지 참, 귀신이십니다.
8월이면 매봉 일대에 34만여평의 드넓은 초록의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6월에 파종을 하여 9월초순에 수확을 한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수확이 그보다 이릅니다. 제대로 된 초록 융단을 만나려면 8월 중순에는 와야 멋진 풍경일듯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풍경이 구린것은 아닙니다.
농부님들의 땀이 일구어진 모습에 수확을 거두어 대형트럭에 실려 나가는 모습에 웬지 모르게 저 역시도 뿌듯해집니다.
흙이 아닌 거친 돌들로 이루어진 배추밭을 보며 그 분들의 땀과 수고로움이 길손이 생각하는 그 이상일것이라는 것은 거두어 수확되어 맨몸 들어낸 땅만 보고도 추측 가능합니다. 어찌 이런 척박한 땅에 배추를 심을 생각을 했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를 만들수 있는 배추를 생상해 냅니다. 태백고냉지 배추로 김치를 담구면 시간이 지나도 무르지 않고 아삭한 맛이 오래 간다 합니다.
그래서 어제 들렸던 백반집의 김치가 그리도 달고 아삭했던 모양입니다.
누런 흙과 돌과 초록의 배추밭, 그리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며 흔치 않은 풍경이 시야에 잡힙니다.
이럴때 마다 외칩니다. 이 개떡같은 사진실력은 언제나 나아질거냐고..
그렇게 구비구비 돌아 아슬아슬 돌아 오르면 목적지인 바람의 언덕입니다.
해발 1250m, 발전기 높이 49m짜리의 거대하고 육중한 풍력 발전기가 눈에 듭니다. 여섯번째와 일곱번째 사이로 앙증맞게 지어 놓은 좀만한 네덜란드형 풍차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능선을 따라 도열한 풍차의 풍경이 이국적인데 아예 못을 박습니다.
여기는 무조건 이국적인 풍경이다. 라고..
2004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일환으로 처음으로 2기가 설치 됐고, 2005년에 3기, 2006년에 3기가 세워 졌습니다. 풍력발전기 1기당 연간 전력 생산량이 천가구가 1년동안 사용할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근래들어 정부국개들이 한 짓거리중에 그나마 개판임을 면한 일입지요. 아니, 잘한일이라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1, 2호기 사이에 너른 주차장이 있습니다. 문화시민처럼 잘 세우면 3, 40대정도의 주차가능하고, 개판이면 10대정도의 주차공간이 나옵니다. 구획선이 없으니 잘들 주차하시고, 작은 언덕의 비포장공간이라 무턱대고 악셀을 조지시면 헛바퀴 돌면서 먼지가 폴폴 납니다.
그정도 되면 쳐다보는 눈빛에 쪽팔려서 밖으로 나오기 어려우니 주의운전 하시구요.
1호에서 8호기까지의 능선을 따라 나무 말뚝으로 길을 내어 놓았습니다. 길을 따라 걸음도, 주위의 풍광을 느낌도, 모두가 이국적인 풍경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제일 먼저, 개도 피한다는 팔월 무더위이건만 백두대간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팔뚝에 닭살을 돋게 합니다.
모자는 제자리 잡기 힘든 상황이고,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가며 스트레스를 풀고 나면 정신이 멍합니다. 산발한 머리칼은 디저틉니다.
시원하다 못해 한기를 느끼는 바람입니다. 그 아래에 서면 "쓔욱~~쑤욱~!" 돌아가는 날개에 한번은 맞을것 같은 공포에 사로 잡힙니다.
과연 바람의 언덕이요, 하늘아래 태백임을 실감합니다.
푸른 하늘빛과 맑은 햇볕을 만난날,
목가적인 풍력발전기의 풍경에 감탄했고, 그리 불어댄 추웠던 바람에 몸서리를 쳐댔고,
발아래 놓인 배추밭의 융단에 감사했고, 이미 맨살 드러낸 또다른 흙덩어리에 고마워 했으며, 이 땅를 일구신 농부님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푸른 풍경, 푸른 하늘을 만난 행운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by 박수동
첫댓글 바람의 풍력 발전 정말 아름답습니다. 왜 난 저기위를 못 올라갔을까요~~~
못 가신게 아니고 안 가신게지요.^^
길손님은 덕을 많이 쌓았나봐. 저렇게 맑은 날씨에 갔으니! 이빠진 배추밭이 보기 싫을줄 알았는데 사진솜씨 덕분에 좋아보이는구만, 다만 날이 너무 맑으니 구름이 놀아주지 않았네, 바될님은 안개만 보고 왔다는데 어찌된거여?
유담님까지..ㅡㅡ
저도 운무를 기대했습니다만, 아쉽게도 해만 쨍쨍하네요. 워~찌나 아쉽던지..ㅋㅋ;;
구름 한점만 있는 맑은날에 다녀오셨내요~~~ ㅎㅎ
응, 내가 좀 그렇잖어..사람이 후줄근 하니까 날씨는 잘 잡고 다녀 ^^
어? 바될님하고 같은 날 간 게 아니었어요?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까... 바될님, 너무 불쌍하다... 히히히
ㅡㅡ
불쌍한거 아녀~! 안개, 운무낀 풍경이 얼마나 멋진데~ 난 일부러 가도 안개가 없더만..
차곡차곡 잘 정리하셨네요..... 보고싶습니다....
아나고님 감사합니다.^^
아....증말...ㅡㅡ 길손 염장이야... 흥흥..
정말, 안개낀 고원을 걷고 싶다.
그건 적당히 낀 안개를 말하는거자너... 내가 갔을땐 아무것도 안보였어..ㅡㅡ
저..바람개비.. 보면서 지나갔습니다..강원랜드를 찾아서..ㅎㅎ
아, 2만원 잃으러 간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