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5. 저녁 5시, 수서역 인근 궁마을에 있는 맛집 "청국장과 보리밥집"에서 거고11회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때마침 우리모임을 축하해 주듯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 아름다운 밤 이었습니다.
모처럼만에 17명(남11,여6)의 친구들이 참석하여 창밖에 내리는 눈꽃보다 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70줄에 들어서며 백발에 주름진 얼굴들이지만, 우리가 나눈 담소는
50여년전 피어오르던 그 시절의 그것처럼 격의없고 풋풋했습니다.
17명 중 9명은 아침 10시부터 대모산에 등산 했습니다.
날씨는 포근하고 산은 그리 높지 아니하여 산책길에 나선 것처럼 가볍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찬 바람을 피해 아늑한 곳에 자리를 깔고 막걸리잔을 들고 건배를 시작하자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메마르고 삭막하게만 보였던 도심의 대모산이 순식간에 흰 눈의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것 같아 나는 눈 쌓인 산과 들을 좋아합니다.
흰 눈이 내리는 날에는 언제나 나 혼자라도 우리 동네 뒷산을 올라 봅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세상의 온갖 혼탁한 것들을 눈세탁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하니 세상사 모두 잊고 그저 즐겁고 신나기만 했습니다. 마치 어린 사춘기의 소년처럼.
하산하며 우리는 인문특강(?)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떼웠습니다.
이만방의 최근 곡, "어디에서 어디로"(From where To Where )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난 자라면서 교육을 통해 수많은 우리 것을 잃어왔고,잊어왔다. 철저히 우리 것을 잊기위해 유학까지 다녀왔다. 이젠 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에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내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우리 나이에 맞는 화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이 나이엔 한번쯤 지나온 삶을 회고해 보며 가져보는 물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2014년 갑오년이 다가기 전에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말 등산과 송년회에 참가해 준 친구들에게 건강과 축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