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을 하고 한달 동안 아이가 잘 지내는 듯 하였습니다. 전학을 한 학교 에서는 첫 날부터 친구도 사겼다고 하고 표정도 밝아졌습니다.
저도 이젠 나름대로 초등학교 남자아이 엄마 흉내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총회에 참석해서 임원을 뽑을 때 학부모회에 이름을 적어 냈지요. 학급에서 부대표를 맡았고 또 남자아이들은 축구팀에 들어야 친구관계가 확장된다 해서 반대표 엄마가 주선하는 축구팀에도 가입하고 집들이를 핑계로 축구팀남자아이들과 엄마들을 초대해 집들이도 하였습니다. 그 무렵 저희 아이는 토요일 3시면 1시간씩 닌텐도 시간이 주어졌는데 토요일 오전에 축구를 하고 집들이를 하였습니다. 3시가 되자 친구들 과 엄마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저희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아...이제 다들 집에 갔으면 좋겠다.'하고 말했습니다. 황당하고 민망하고..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10살인데 싶지만 그땐 너무 민망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학교생활에 참여하고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적극적으로 친구만들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날 무렵부터 아이가 울고 오기 시작했고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하는 말이 '친구들은 나만 그래'였습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한달쯤 지나자 아이의 단점에 꼬투리를 잡고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고 선생님께 이르기 시작했습니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단체를 가장 중요시하는 분이었는데 모둠활동을 잘하면 많은 보너스를 주셨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런 시스템에 잘 따라가지 못했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모둠이 점수를 못 받으니 친구들은 아이를 따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친구들의 부정적 반응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저희 아인 몰랐습니다.
3학년사회에 우리고장에 대해서 배우는데 학교 주변을 도보로 돌아보는 체험학습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아이가 굉장히 예민했던 것 같습니다. 도보로 다니면서 옆에 친구가 계속 저희 아이를 괴롭혔고 아이는 계속 짜증을 내고 행렬에서 이탈을 해서 선생님을 무척 힘들게 했던 모양입니다. 그날 선생님께 전화가 와서 학교엘 갔고 저는 긴시간 저희 아이의 단점을 들어야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질문이 너무 많아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얘하나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계속 질문을 해대니 무척 힘들다. 일지를 쓰는데 저희 아이에 대한 내용이 제일 많다. 사소한 일에 친구들과 다투고 시비를 건다. 뭐 이런애가 다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머니 가정에서 아이한테 어떻게 하시냐?.....................
내가 뭘 잘못했길래....내가 그렇게 애를 잘못 키웠나? 때려서 그런가? 내 목소리가 너무 큰가? 애아빠가 잘 안 받아줘서 그런가? 집에선 괜찮은데 학교에서 왜 그러지? 전생에 내가 나라를 팔어 먹었나? 별의별 생각과 원망을 다했습니다. 그래도 2학년을 겪었다고 일기 말미에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동안 훌륭한 아들로 자라기를 기도했다'라고 썼더군요.
하지만 그뒤로도 학교에선 수시로 전화가 왔고 주 내용은 저희 아이때문에 너무 힘들다 였습니다. 정말 어쩌라구요. 그럼 제가 학교에 가서 의자라도 놓고 앉아 있을까요? 뭐라고 대꾸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식둔 죄인마냥 죄송합니다만 하고 학급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습니다. 다행인건 그때의 학급엄마들은 저희 아이에게 호의적으로 대해 주었고 지금까지도 좋은 친구로 제게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그때의 학급임원을 맡았던 엄마아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저희 아이이야기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고 그러던중에 3학년 전체가 영어마을로 2박3일 캠프를 가게 되었습니다. 캠프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와 저희 아이가 싸웠는데 상대방아이가 '저 새끼 죽여버리게 칼 가져와'라고 했고 저희아인 그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싸운 일로 전 또 학교에 불려 갔지요. 캠프이후로 아이는 학교생활을 더욱 힘들어하고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터뜨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신발도 벗기 전에 울고 분노했습니다. 여전히 사건의 전개는 전혀 전달이 안되고 '애들이 나한테만 그래'였지요. 자세한 사항은 담임선생님이나 주변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봐야만 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절 가장 힘들게 한건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가정탓을 하며 계속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더군요. 주변에선 뇌물을 주라고도 하였지만 그 선생님은 만원짜리 김도 안 받으시는 분이었어요. 차라리 돈을 받고 좀 참아나 주지 대체 날 보고 어쩌라고...그 때 아이가 청소년 수련관으로 수영을 다녔는데 벽보에 종합심리검사를 보고 저걸 받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대기일이 꽤 길었지만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싶진 않았고 담임선생님도 ADHD는 아닌 것 같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했습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2학기 개학을 했는데 9월은 정말 하루도 넘어갈 날이 없었습니다. 사소하게는 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와 부딪혀서 식판을 엎었는데 아이가 '저거 치우려면 주번 고생 좀 하겠군'했다는 겁니다.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 반응이 상식을 벗어나서 말썽이 커지고 선생님이 말려도 아이가 제어가 안되고 선생님과 아이의 기싸움으로 교실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같은 반 친구들은 점점 더 아이를 무시하고 악순환의 반복이었어요.
그렇게 버티다 10월16일 심리검사를 받았고 처음으로 지능검사를 하였습니다. 전체지능 133이고 언어성지능은 135 동작성지능은 125였지요. 보고서에 의하면 최우수 지능에 해당하고 아이의 심리상태가 분노가 축적되어있고 여러가지면에서 불안정해 보이나 ADHD소견도 없고 앞으로 적절한 정서적 지지를 받는다면 잘 해나가리라 예상된다 였어요. 지능이 높은 아이들 중에 부적응 사례가 있는데 아이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라는 말이였지요. 선생님께 보고서르 보여드리고 많이 힘들어하니 다른 아이와 똑같이만 하려고 하시기보다는 좀 배려해주십사 부탁드렸어요. 그날 이후 담임선생님께서 저희 아이가 없을 때 반아이들에게 저희 아이는 사소한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 다는 말과 친구들이 배려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고 선생님도 아이를 이해하려 애쓰셨습니다. 일년이 몇초인지 계산해야 겠다고 하면 수업을 해야 하더라도 아이는 혼자서 계산을 하고 있도록 놔두고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선생님도 알려줘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수학전공자라 아이가 가지는 관심사는 높게 평가해 주셨지요. 그렇게 학기말은 전보다 좀 조용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분노했고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아이 아빠는 지능이 높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저도 너무나 어렵기만 했습니다. 지능이 높아서친구들과 싸우고 선생님께 대든다니요. 어이가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암기력이나 재능을 나타내는것도 없고 공부도 다른아이들에 비해 이해는 좀 빠른 듯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아인 시험도 곧잘 틀리고 공부를 꼼꼼히 안하니 외부경시도 엄두도 안 나고 영재에 도전하려 해도 탐구보고서도 안되니 우수성을 입증은 시도도못하고 그냥 문제아로지내야 했습니다.그러던 중에방송에 유명한 소아정신과 의사가 출연하는 것을 아이아빠가 보고 그병원에 가서 -심리검사는 받았으므로- 집중력 검사만 받았습니다. 검사받을 때 아이는 병원에 있던 메이플 만화책에 빠졌고 검사를 대충하고 나왔지요. 검사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는 날 의사말이 우수한 ADHD라는 겁니다. 이런식으로 검사하고 이런식으로 진단을 내린다니 어이가 없었어요. 의사가 아이를 본 것은 3분도 되지 않았고 질문은 두마디 였습니다. 너가 젤 하고 싶은게 뭐니? 라는 질문에 아이가 대답을 하기 전에 아빠가 이렇게 말하면 싫어 할것 같다고 하면서 귓속말을 해도 되냐고 하면서 '게임이요'라고 귓속말을 하는 행동은 전형적인 ADHD라는 거였어요. 보통의 아이들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긴장감을 가지기 때문에 의사한테 귓속말 같은거 안한다고 하더군요. 점집에 가도 이렇게는 안할거라는 생각에 신뢰가 가지 않았지요. 일년이 지나 웩슬러검사를 다시 받게되면 다른 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아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2학기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 아이가 과호흡증상을 보여 서울대 병원까지 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비롯해 각종 검사를 하였지만 신체적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느 날 부터인가 축구를 너무 너무 가기 싫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냥 친구들이 다 자기를 싫어하고 선생님도 자기를 싫어한다 였습니다. 축구하는 친구중에 똘똘한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니까 한달도 전에 축구가는 봉고안에서 같은반 남자아이가 우리반에서 전학갔으면 좋겠는 애가 누구냐고 물으면서 난 쟤라고 하고 다른 애들도 동조하도록 만든 사건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지요. 몇몇아이들에게 사실을 더 확인하고 축구를 그만 뒀습니다. 전 지금도 동네에서 그아이를 만나면 절대 곱게 보지 않습니다. 이친구가 전에 캠프때 싸웠던 그 친구입니다.
그즈음 아이는 영어학원에서 선생님과 싸우고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수학학원에 보냈더니 첫 날 수업에서 누워서 문제를 풀더랍니다. 모든 학원에서 못 가르치겠다고 하던군요.
봄방학을 할 무렵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지만 전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내면에선 더 큰 분노가 자라고 있고 아이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걸...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줄어들어 학급이 조용해진 거지 아이가 나아진게 아니라는 걸요.
지금 1학년 아들이 거의 똑같은 언행에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어요..저 역시 최근에 알게된 소소한 괴롭힘 등으로 좋아하던 축구클럽(같은반 남자 12명 중에 10명이 하던)도 끝내 그만 두게 되었네요.. 아직은 스스로 버티겠노라 액션을 취하긴 하지만 풍전등화처럼보여 내내 조바심 내고 방학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갑갑하네요..울컥하기도 하고요..
첫댓글 에고... 저희 아이와 비슷하네요 ..
글을 보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네요..
다음 이야기 꼭 써주세요...
저두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고있어요
이렇게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흐미~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
진짜ㅡㅡ;;;저도같이고민해봅니다~
저도 일학기한차례폭풍이지나갔지만..
결코 끝난건아닌것같기에,
긴장상태입니다ㅡㅡ;;;
지금 1학년 아들이 거의 똑같은 언행에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어요..저 역시 최근에 알게된 소소한 괴롭힘 등으로 좋아하던 축구클럽(같은반 남자 12명 중에 10명이 하던)도 끝내 그만 두게 되었네요..
아직은 스스로 버티겠노라 액션을 취하긴 하지만 풍전등화처럼보여 내내 조바심 내고 방학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갑갑하네요..울컥하기도 하고요..
제가 글을 써 놓고 계속 읽으면서 수시로 수정을 하며 기억나는 것들을 덧붙이고 있습니다.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해요..저희아이와 다른것이 하나도 없어요..T.T
어찌 이렇게 비슷한지..아...
세상에~~ 저희 큰애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랬어요.
에효...정말 눈물날 만큼 많은공감입니다.
오늘 볼륨님 글 정독하네요
저와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일들을 겪으셨네요 토닥토닥
마음이 아파요
글을 읽으며 저희 아들과 비슷한 점도 있고..울컥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며 정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