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8일 금요일
출발 한시간 전, 집채만한 겨울침낭을 난쟁이 똥자루만한 배낭에 쑤셔넣느라 삐질삐질 땀을 빼면서부터 후회는 시작대요.
이걸지고서 열두시간 산길 눈속을 어케 걸어간단 마리냐고요...으엥~~~~~완죤 삐리리댔어요.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비박을 해야는데 그렇다고 얼어죽을순 엄서요. 억울해서 몬죽어요.
침낭도 챙기고, 빨래판도 챙기고, 내피용우모복,외피용우모복,고어자켓,윈드프루프바지,마스크,버프,장갑네벌, 기타등등...
빠짐없이 챙기느라고 챙겼는데, 나중에 자려고보니 침낭커버가 엄서요.
제꺼랑 완전 똑같은 다나커버를 갖고 계신 종훈님을 계속 꼬나봤지만 절대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건 자기꺼래요. 쳇~~~
할수엄시 첫날은 근형님의 타프를 둘둘 말아자고, 둘째날은 역시 근형님의 비비색을 둘러쓰고 자요
근형님, 감사해요. 좀드럽긴 했지만 엄시 잤으면 기분이 더 드러웠을 돗자리 빌려준 정상군도 고마워요.
눈빨 휘날리는 새벽에 화장실 편히 댕겨오라고 고운 설신 빌려주신 기태님 감동이에요.
덕분에 귀한목숨, 얼어죽진 않았어요. 모두들 대따대따 사랑해요.
여섯시 사십분에 영등포역서 일차 접선, 천안 들러 한차에 몰아타고 부앙부앙~~~
지곡 아이씨서 빠져서 용추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넘었어요.
겨울이라 장사를 안하는 계곡 옆 음식점 천막아래 자리를 잡아요
이제부터 이박삼일, 본격 그지 쌩고생 리얼 버라이어티 시작이라고 성식대장이 좋아라 해요.
허거덩~ 몽미...
카메라를 살짝 흔들어 모자이크 처리를 해요
배를 채우기전에 일단 잠자리부터 봐두어요. 기본중에 기본이에요.
이거 빼먹고 술먹고 삐리리대면 민폐끼치고 담날 죽도록 미안해하거나 아님 걍 얼어죽어야 해요.
신희는 추위를 마이 탄대요
그래도 담날 아침 계곡물에 머리끝을 빨고왔어요
그새 꽁꽁 얼어붙은 머리끝을 정성스레 어루만지며 차마 모근은 담그질 몬했다며 아쉬워했어요
고산에선 삼천미터 넘어서 머리 감으면 바로 고소먹는댔더니 그래서 자긴 고산에 안간대요
정말 깔끔 절정 킹왕짱 아가씨에요!
저녁 안주는 안심스때기에 부침개, 그리고 과메기에요. 맛은 물론 환상이에요.
천안서 용주군이 협찬해준 고창 복분자도 뽕가게 독했구요...때깔도 주겨줘요.
아영선수, 행복해요. 볼떼기가이 볼그레족족해졌어요. 추운건 벌써 다 까묵었어요.
근형님 얼굴에도, 정상군 얼굴에도 복분자가 비치어요.
어둠을 가르며 벡터맨이 등장했어요. 이마랑 팔이랑 번쩍번쩍해요.
일끈나고 집에가자마자 짐꾸려 바로 달려오신 종훈님이에요. 방가방가~~ 모두들 버선발로 나가서 맞이해요.
***
그리고 긴 밤이 지났어요.
음...밤새 좀 샤킹한 일이 있기도 했는데, 우리 산행의 신비감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차원에서 담날로 바로 패스하기로 해요.
***
원래 자려고 했던 정자에요. 지난밤엔 깜깜해서 몬찾았어요.
시멘트바닥에서 자보니 한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어지간하믄 맨땅에서 딩구는게 날거같아요.
입돌아갈뻔한 성식대장이 동계용 매트 공구로다가 추진한대요. 여러분의 많은 협조 부탁드려요.
아침에 눈을 떠보니 고드름이 너무너무 이뿌게 매달렸어요. 뜨아...입뿌다~!
마음씨착한 신희양이 하나 똑딱~ 뜯어서 건네주었어요...
"언니, 배고풀때 드세요잉~~"
"가
철엄는 언니는 걸로 냅다 광선검을 만들어요.
"내가 니애비답...야압, 내칼을 바다랏~!!!"
신희양 완전 퐝당, 어이엄서해요.
야압, 야압!! 혼자서 쌩쇼를 해요. 녹색 고드름, 빨간 고드름도 있음 더 잼났을텐데~~~~
다들 짐 챙기느라 정신이엄서 칼이 꽂히는줄도 몰라요.
먼저 벡터맨부텀~!
성식대장, 등을 조심해야지!
야압, 야압, 근형님도.
정상군...넌 무사할 줄 알았더냐, 뽀하하하...
알아요, 안다구요, 저 마흔둘 맞아요...ㅠㅠ
어쨌거나 드디어 출발이에요. 날씨 너무 좋아요. 보무도 당당해요.
이때까지만 해도 우린 기백산까지 후딱 갔다올줄 알았어요.
그렇게까지 먼 길이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