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에는 행선지가 없다
내가 온 길을 돌아본다고
내가 갈 길을 아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디로 가려고 걷는 게 아니다.
내가 걷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그냥 걸을 뿐이다.
걷다보면 저 멀리 내가 몸담았던 집이 보인다
내가 사는 곳이 저 곳이구나
허름하고 낡고 오래된 집
지붕 위를 떠도는 선한 구름과 묵직한 의지의 산 아래
보일 듯 말 듯, 무너질 듯 말 듯 위태로운 집
나는 집으로 잘 돌아가기 위해 집에서 나온다
가끔씩 노을에 물든 갈대가 흔들릴 때
집에서 나왔던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마주칠 때가 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파도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나무들이 물 속으로 가지를 뻗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지는 해와 뜨는 달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을 때가 있다
첫댓글 유상쌤은 시크한 글로 위안을 주고..
자넨 아찔한 글로 위안을 주고..
과정이 목적이면 좋겠어.
아니.. 목적도 없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