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홍수
인지혁명과 이전의 인간 종은 모두가
아프로아시아 육괴(아프리카와 아시아가 합쳐진 고대륙)에서 살았다.
물론 가까운 거리의 섬 몇 곳은 헤엄을 치거나 급조한 땟목을 타고 건너가서 정착하기도 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의 플로레스 섬은 85만 년 전에 이미 거주지로 개쳑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큰 바다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할 용기가 없었으며,
아무도 아메리카, 호주 혹은 더욱 먼곳인 마다가스카르, 뉴질랜드, 하와이에는 가지 못했다.
바다라는 장벽은 인간만 가로막은 것이 아니다.
아프로시아 육괴에 살던 동식물 중 많은 종이 '외부세계'로 나아가지 못했고,
그 결과 호주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먼 곳의 생물들은 고립된 상태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여
형태나 성질이 멀리 아프로시아 친척들과는 아주 달라지게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은 각기 구별되는 여러 생태계로 나뉘어 있었고,
구역마다 각자 독특한 동식물이 살고 있었다.
바야흐로 호모 사피엔스는 이 같은 생물학적 풍요로움에 종말을 가져올 참이었다.
인지혁명의 결과 사피엔스는 기술과 조직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으며,
그 덕분에 아프로아시아를 벗어나 외부세계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정망까지도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초의 업적은 약 45,000년 전에 호주에 정착한 것이었다.
학자들은 이 위업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호주에 도달하려면 수많은 해협을 건너야 하는데, 일부는 폭이 1백 킬로미터를 넘는다.
그리고 그들은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하룻밤 만에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해야 했다.
가장 합리적인 이론에 다르면,
약 45,000년 전에 인도네시아 제도(아시아 대륙과 좁은 해협으로 분리된 섬들로 섬 사이의 거리도 좁다)에서
살던 사피엔스가 최초의 항해사회를 발전시켰다.
이들은 대양을 항해하는 배를 건조하고 움직이는 법을 습득해서 장거리 어부, 교역자, 탐험가가 되었다.
이는 인류의 능력과 생활방식에 전대미문의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다.
바다로 나간 다른 포유동물, 즉 바다표범, 바다소, 돌고래 등은
전문화된 장기와 유체역학적 신체를 얻기 위해 엄청나게 오랜 기간 진화해야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유원인의 후손인 사피엔스는
물가퀴를 길러내거나 고래처럼 코가 머리 꼭대기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태평양의 해상 여행자가 되었다.
그 대신 그들은 배를 건조하고 조종하는 법을 배웟다.
이런 기술 덕분에 호주까지 가서 정착할 수 있었다.
11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