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54. 바사닉왕,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천성이 어질고 효성스러웠기 때문에 어머니가 붕어하자 슬피 울부짖고 애타게 사모하면서 스스로 견디지 못하였다. 어머니를 화장하고 나서 스스로 목욕하느라고 옷과 머리털이 젖어 있었다.
그때 그는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어디서 오셨는지 옷과 머리털이 젖었소이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자모께서는 정이 지극하시고 존경스런 분이셨는데,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느라고 멀리 들판에까지 가서 장사를 지낸 뒤에 새로 목욕하며 씻느라고 옷과 머리털이 젖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어머니를 극진히 사랑하고 존경하오?”
왕이 즉시 대답하였다.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저의 어머니를 다시 살아나시게 할 수만 있다면, 저는 코끼리 부대ㆍ전차 부대ㆍ기마 부대ㆍ보병 부대를 다 주어서 저의 어머니 목숨을 잇는다 해도 뉘우치거나 한스러운 마음이 없습니다. 설령 나라의 절반을 상으로 준다 해도 역시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왕이 또 말하였다.
“부처님 말씀은 참으로 진실하니, 온갖 살아 있는 것은 마침내 반드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진실로 그렇고, 진실로 그렇소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 마련이니, 5취(五趣)와 4생(生)에서 죽지 않는 자가 없으며, 왕과 신하와 백성과 바라문들도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며, 관정(灌頂)을 인왕(人王)도 위력이 자재로워서 국토를 통솔하고 있으나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며,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사천하에서 왕노릇을 하고 7보(寶)가 구족하나 마침내 죽게 되며, 5통(通) 신선이 산 숲에 있으면서 물을 마시고 과일을 먹으나 역시 죽음으로 돌아가오.
33천이 지극한 쾌락을 누리면서 얼굴이 빛나고 아름다우며 천궁(天宮)에 살면서 수명이 길어지지만 역시 죽게 되며, 모든 아라한들이 무거운 짐을 벗고 자기의 이익을 얻으며, 모든 번뇌를 다해서 마음의 자재로움을 얻고, 바른 지혜로 해탈을 한 최후의 몸도 역시 흩어지기 마련이며, 모든 벽지불(辟支佛)이 홀로 단 하나의 짝도 없이 항상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나 또한 사라지기 마련이며, 부처님 정각(正覺)께서 10력(力)을 갖추시고 4무외(無畏)를 지니셨으며, 네 가지 걸림 없는 변재를 얻어서 능히 사자후를 하시나 그 몸도 역시 무상하여 마침내 사라지고 마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내가 대왕을 위하여,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 마련이라는 것을 갖가지로 분별하였소. 간추려 말해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이오.”
부처님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태어난 것은 모두 죽기 마련이며
목숨은 반드시 마치게 되는 법이니
업을 따라 인연의 과보를 받아서
선가 악이 제각기 과보를 얻네.
복을 닦으면 천상에 오르고
죄악을 지으면 지옥에 들어가며
도를 닦아서 생사를 끊으면
영원히 열반에 들게 되리라.
허공에 들어가든 바다 속에 들어가든
산 속에 들어가든 바위 속에 들어가든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네.
여러 부처님과 연각(緣覺)들
보살과 그리고 성문(聲聞)도
오히려 무상한 몸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모든 범부의 몸이랴.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면서 다시는 근심하지 않고 기뻐하며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