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11권
31. 공양사리품[2]
[색신과 전신사리의 법성의 차별]
이때에 장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3세를 통달함에 걸림이 없으시고 신통이 청정해서 법신의 매우 깊고 미묘하심을 연설하시었나이다.
물어 여쭙고자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대성인(大聖人)께서는 연민으로 돌아보고서 깨달음을 열어 주십시오.”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의심나는 바 있거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여래께서 마땅히 낱낱이 분별하리라.”
그러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색신(色身)과 전신사리(全身舍利), 이 두 가지는 법성(法性)에 어떠한 차별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그대의 물음이여.
여래의 색신은 여러 가지 덕이 쌓여서 도의 가르침을 연설하여 펼침에 세 가지 업[三業]으로 하나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는가?
첫째는 몸으로 하는 행위가 청정하여 선하지 않음을 막고,
둘째는 입으로 하는 말이 참되고 성실해서 그르고 삿된 것을 말하지 않고,
셋째는 뜻이 오로지 도를 향할 뿐 다른 딴 생각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소위 세 가지 업을 갖추어서 청정하게 도량에 이른다고 말하느니라.
전신사리는 비록 참된 몸[眞體]이나, 이 세 가지 업을 여의어서 영원히 언교(言敎)가 없고, 다만 위신(威神)의 광명이 있어서 공경히 받들어 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 우열이 있느니라.”
그때에 장로 수보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세 가지 업의 유무(有無)에 따라 각각 우열의 차별이 있사오나,
이른바 색신을 공양하는 것과 전신사리를 공양하는 것은 본래 법성(法性)이 똑같아서 법에 약간(若干)의 다름도 없나이다.
제가 아까 여쭈운 것은 부처님의 색신과 전신사리에 관한 것이었지, 여래의 세 가지 업의 가르침은 여쭈지 않았사온데,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세 가지 업으로써 답하시나이까?
대저 세 가지 업은 식계(識界)에 속하는 것이니, 식은 색신이 아니고 색신은 식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전신사리의 광명위덕(光明威德)은 여래의 색신(色身)과 다름이 있느냐, 없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전신사리도 또한 위신과 공덕이 있어서 사람이 염(念)하는 바에 따라 각각 그 소원을 채워주고, 여래의 색신은 여러 가지 상호(相好)를 갖추었고 또한 위신의 공덕도 있어서 중생을 접하여 교화함이 끝[窮極]이 없으니, 제도하는 바가 각각 다르므로 차별이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여래가 나타내는 변화는 광명을 갖추어서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채웠고, 권도의 방편으로 형상에 따라 알맞게 교화한다.
전신사리에도 또한 이와 같은 공훈이 있느냐, 없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본생계경(本生契徑)에서 설하신 바와 같나이다. 정왕(頂王)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 12나유타 겁 동안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시다가 설법을 두루 마치시고는 곧 그 목숨을 버리셨나이다.
그리고 무여열반계에서 반열반하시면서 몸의 사리를 남겨서 세계를 두루 채워, 다시 12나유타 겁을 지나도록 세상 사람이 부처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공양했으니, 법문을 설하여서 교화하고 제도 받는 바도 또한 같았나이다.
이런 까닭에 세존이시여, 여래의 색신이나 전신사리는 서로 차별이 없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정왕여래의 전신사리가 세상에 있으면서 교화하신 것이 본식(本識)이냐, 본식이 아니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본식이 아니옵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두 이 정왕여래의 위신(威神)이 접한 바이옵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느니라. 너의 말대로 이것은 정왕의 위신으로 인해 전신사리에 이 언교(言敎)가 있는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색신과 전신사리는 법성(法性)이 같지 않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문득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 정왕부처님
세상에 계시면서 오래 교화했으니
12나유타 겁 동안에
법을 설해도 늘거나 준 것 없네.
두루 끝내고 멸도를 취해서
몸을 남겨서 가르침을 펴시니
제도한 바가 한량이 없어
하나를 닦아서 성불로 나아가네.
사리의 식(識)은 식이 아니고
정왕불의 위신인 까닭에
근본을 버리고 근본에 집착하지 않아서
담연(澹然)하여 무위에 들어가네.
그대 이제 비록 공(空)을 얻어
번뇌가 다하여 걸림이 없지만
여래의 경계를 분별함에는
너의 좁고 낮은 헤아림으론 안 되네.
그때에 좌상에 있던 8만 4천 여러 하늘과 인간 백성들은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면서
‘우리들이 뒤에 부처가 되었을 때에는 모두 정왕여래가 하신 교화와 다르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그때에 수보리는 부처님을 세 번 돌고서는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