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동물을 어떻게 유혹할까?
야생 딸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딸기 씨가 덜 여물어 아직 땅에 심어질 때가 아니면, 과육도 ㅍ른색에 단단하고 신맛을 낸다.
그러다 씨가 마침내 성숙해지면 딸기과육도 붉은 색에 달콤하고 부드러워진다..
이런 색깔의 변화는 개똥지빠귀 같은 새들한테 열매를 따 먹고 멀리 날아가
씨를 뱉거나 배설하라는 유혹의 신호로 기능한다.
물론 야생 딸기가 씨를 널리 퍼뜨릴 준비가 되었을 때 의식적으로 새들을 유혹하는 것은 아니다.
개똥지빠귀도 야생 딸기를 작물화하려는 의도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다.
야생 딸기는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 것이다.
설익은 딸기가 푸른빛을 더 짙게 띠고 신맛이 강할수록 그걸 먹음으로써
씨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새의 수는 줄어든다.
반면 완전히 익은 딸기가 붉은 색을 더 짙게 띠고
달콤해질수록, 완전히 여문 씨를 널리 퍼뜨리는 새의 수는 많아진다.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식물의 열매가 특정한 동물 종한테 먹혀 널리 퍼져나가는 방법에 적응했다.
딸기가 새에 적응한 것처럼, 도토리는 다람쥐에게, 망고는 박쥐에,
일부 사초과(莎草科)는 개미에 적응했다.
소비자에게 더 유용한 방향으로 어떤 원종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려는 노력을 작물화라고 정의 한다면,
동물을 통안 씨앗의 전파는 이러한 정의를 부분적으로 충족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진화 과정을 작물화라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새와 박쥐를 비롯해 여러 동물 소비자가 이러한 정의의 나머지 부분을 충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 동물들이 식물을 의식ㅈ거으로 재배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야생식물이 작물로 진화한 초기의 무의식적 단계에서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식물을 재배하지 않았다.
식물이 인간으로 하여금 열매를 먹고 퍼뜨리도록 유인했을 뿐이다.
땅돼지의 배설 장소처럼 인간의 배설 장소도 최초로 작물을 무의식적으로 육종하던
사람들의 실험장이었을 것이다.
배설 장소는 우리가 먹는 야생식물의 씨를 우연히 뿌리는 많은 장소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먹을 수 있는 야생 식물을 채집해 집으로 가져올 때
일부를 도중에 혹은 집 주변에 흘리기도 한다.
어떤 열매는 씨가 완벽하게 여물었는데도 과육이 썩어서 먹히지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종자는 유리가 입에 넣는 과일의 일부인데,
딸기씨의 경우에는 무척 작아서 그냥 삼킨 후 배설하지만 다른 큰 씨앗의 경우에는 삼키지 않고 뱉어낸다.
따라서 우리가 배설하는 곳과 더불어 씨앗을 뱉는 곳과 쓰레기장소는 최초의 농업 연구소였던 셈이다.
그런 '연구소' 중 어느 곳에 떨어지든 그 씨는 먹을 수 있는 식물 중 특정한 개체,
즉 우리가 어떤 이유로든 선호하는 개체일 가능성이 컸다.
지금도 우리는 야생 딸기를 따러 나가면, 특정한 덤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초기의 농경민이 마침내 씨를 의도적으로 뿌리기 시작했을 때,
큰 딸기의 씨가 더 큰 딸기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유전 법칙까지는 몰랐겠지만
주로 채집하던 덤불의 씨를 뿌렸을 것이다.
우리가 덥고 습한 날에 모기와 시름하면서 가시덤불을 헤치며 걷는 것은
아무 딸기나 따려고 그러는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우리는 어느 덤불에 딸기가 많이 다렸을 지,
과연 그런 고생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때 우리 무의식에서 작용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첫 번째 기준은 크기이다. 누구나 큰 딸기를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현편없이 작은 딸기 때문에 햇볕에 타고 모기한테 물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많은 농작물이 야생 원종보다 열매가 훨씬 더 큰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딸기와 불루베리가 야생의 것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하지만 그런 크기의 차이는 수 세기 전에야 뚜럿이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식물에서 이런 크기의 차이는 농경 초기가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컨대 초기에 재배하던 완두콩은 인간의 선택을 통해 진화를 거듭한 끝에
야생 완두콩보다 10배나 무거워졌다.
오늘날 우리가 야생에서 작은 블루베리를 채집하듯이 ,
수렵.채집민도 수천 년 동안 야생에서 작은 완두콩을 채집했다.
그러나 야생에서도 큰 완두콩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므로,
그런 완두콩을 우선적으로 수확해 심음으로써 이른바 농경이 자연스레 시작되었고,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완두콩의 평균 크기도 커졌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에 진열된 사과는 대체로 직경이 7.5센티미터이지만
야생 사과는 2.5센티미터에 불과하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옥수수 속대는 1.8센티미터를 넘지 않지만,
멕시코의 인디언 농경민은 기원후 1500년에 속대가 이미 15센티미터를 넘는 옥수수를 개발해냈고,
요즘에는 속대가 45센티미터에 가까운 옥수수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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