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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 21일 월요일 맑음
아침은 별 생각 없이 숙소에서 나와서 길에 앉아 쌀국수를 한 그릇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과일주스 집에 들러 주스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머물면 습관이 생기는구나. 여기 호치민 시는 우리나라 차 프라이드 베타가 시의 공영택시다. 흰색 프라이드도 여기서는 고급스러워 보인다. 주인이 항상 깨끗이 닦아서 번쩍거린다.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지도상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기나긴 해안선을 가진 밀렵과 물의 나라다.
삼촌의 월남전, 후진국, 람보 등이 생각나는 나라다. 월남전의 보트피플, 민속의상의 아오자이, 플래툰이라는 영화가 제일 생각난다. 생각보다 키 작다는 것은 옛말인 것 같다. 체격이 비슷하다. 온순하고 친절한 성격으로 이웃의 다른 나라에 비해 부지런하고 영리하며 손재주가 뛰어난 이 나라 사람들은 강대국과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보잘 것 없는 환경에서도 전쟁의 상처를 딛고 견뎌내는 인내심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끈기, 뛰어난 현실 적응력을 몸에 익혀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전체적으로 고온다습한 나라이지만 워낙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하노이와 호치민은 상당히 차이가 있단다. 호치민은 연간 평균 영상 26도인데 하노이의 겨울은 약간 춥단다. 우리가 방문한 1월은 건기다. 여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한낮의 뜨거움은 좀 숨차게 한다. 첫인상도 좋은데 지내보며 느끼는 느낌은 매우 좋은 민족인 것 같다. 침략을 당하지만 침략하지 목할 것 같은 인상들이다. 호치민 시는 해방 전에는 사이공이라고 불렸다. 아직도 사이공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잘 통하는 것 같다.
현재의 호치민이 도시로 확립된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그 역사는 비교적 짧다. 도시가 조성될 당시에 베트남은 프랑스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 대문에 지금도 호치민의 도로를 뒤덮을 정도의 가로수길, 빨간 기와지붕의 집들 등, 시가지 곳곳에 프랑스 영향을 볼 수 있다. 남북 베트남 분할 시에는 미군병사 상대의 술집과 매춘부가 득실거리고 음악과 패션도 미국화 되어 있었단다. 1975년 구사이공이 함락되자 이번에는 많은 러시아인이 찾아와서 보드카가 유입되었단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서구를 비롯해서 아시아 각국의 자본이 유치되고 경제개방화가 활발해 지고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벤탄시장 앞으로 걸어갔다. 벤탄 시장은 주월 한국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란다. 시장 앞의 넓은 광장 한편에는 빨간색 삼륜트럭이 수 십 대가 주차해 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사라져 버린 삼륜트럭이 생각난다. 호치민의 장터가 벤탄 시장이다. 1919년에 개장한 이래 많은 시민의 생활을 충족시켜왔던 호치민 최대의 시장이다. 시내 중심에 있는데 시장 안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활기가 넘치는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아주 흥미로운 곳이다. 고목 가로수 길을 따라 옛날 대통령 궁으로 이동했다.
화려함이 없는 직선의 단순함과 절제됨이 느껴지는 하얀색 현대식 건물이다. 궁 정면에 길게 뻗은 고목 숲이 인상적이다. 파리의 개선문에서 내려다보는 상젤리제 거리 같은 분위기다. 입장료는 외국인은 15000동이다. 소박한 건물 앞에 중국식 큰 분재가 잘 가꾸어져 있다. 한국 가이드가 관광객을 이끌고 설명을 하며 다녀서 잠시 귀동냥을 한다. 150년 전에 돌을 쌓아서 만든 견고한 건물이다. 중국과 프랑스 양식이 혼합된 실내외 모양이란다. 2층부터 올라가며 대통령실, 부통령실, 내빈실 등이 있고 영사실과 전시품 전시실 침실 실내정원 등이 있다.
화려함보다는 엄격함이 더 인상적이다. 매점에는 자개 작품과 그림들을 판매한다. 베트남의 자연 모습과 삶의 모습이 주로 그려져 있다. 종종 현관에서 내려다보는 정면 숲은 정말 멋지다. 제일 윗 층에 자리 잡고 있는 사방실에 들어섰다. 이곳은 놀이장소란다. 춤과 노래를 즐기던 장소라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숲을 보니 멀리 왼쪽에는 포철에서 지은 포스코 건물이 우뚝 서 있고 오른쪽에는 호치민에서 제일 높은 33층의 무역센터 건물이 보인다. 옥상에는 헬기장이 있고 실제 헬기가 있다.
1945년 4월 8일 폭탄 2발이 이곳에 떨어졌단다. 옥상은 사방 60cm 정도 되는 사각형 돌 판이 바둑판 같이 깔려있다. 모두 밟으면 덜컹거린다. 이는 더운 날에 에어컨 역할을 한단다. 비가 오면 사이로 스며들어 물이 고이고 이 물이 태양열에 증발되면서 영을 빼앗아가는 원리란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의 그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궁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1968년 6월 29일 베트남의 전쟁 상황이 집계되던 중심본부였단다. 상황실에는 그 당시 군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미군이 541,933명, 따이한(한국)이 50,355명이 있었다고 적혀있다. 전쟁 당시의 통신시설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 최고의 시설이란다. 비밀보안 유지가 철저한 텔렉스의 모습도 그대로 있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니 일직 사령관에 의한 당직 장교실이 있었다. 그 당시 전쟁은 전면전이 아니라 게릴라전이었고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경유해서 공격해 들어오곤 했단다. 한 부분이 전쟁터가 아니고 어디서나 전쟁터였기에 병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었단다. 한 곳에 가니 북한의 정신적 지도적인 인물인 황장엽씨가 도이 서기장과 직은 사진이 있다. 북한의 대표로 회담하는 장면이다.
후에 황장엽씨는 우리나라로 망명해 왔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마지막 사이공의 모습이 흑백 사진으로 여러 장 전시되어 있다. 지하 식당에는 아직도 쓸 수 있는 여러 주방기구가 넓게 설치되어있다. 베트남의 마지막 티우 대통령이 타던 하얀색 벤츠도 있다. 가이드와 여행객이 모두 건물을 빠져나갔다. 어딘가에 악기 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오자이를 입은 예쁜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2층 왼쪽 구석에 있다고 알려준다. 찾아가보니 마침 나이 많은 일본 여행객들이 앉아서 연주를 관람하고 있다. 연주자들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 주고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실로폰, 외줄 현악기, 대나무 실로폰, 두꺼비 우드 블럭, 대나무 통 타악기, 참 아름답고 고운 소리다. 멋진 곳이 끝날 때마다 박수다. 직접 두들겨보고 연주해 보기도 한다. 비슷한 소형 악기를 매점에서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대통령 궁을 빠져나와 입장료가 없다는 전쟁박물관으로 걸어갔다. 궁에서 한 블록 위로 올라가서 도로로 가니 보인다. 입장료는 10,000동씩 받고 있었다. 왔으니 들어가기로 했다. 베트남 전쟁의 비참함을 전해주는 곳이다. 전쟁이 이념과 생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손미 마을 학살을 시작으로 미군에 의한 대량학살, 파괴행위 사진, 고엽제의 영향으로 태어난 기형아의 실태, 실제로 포르말린에 담긴 기형의 태아 등 참혹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돌렸다. 입구 오른쪽에는 아이들 눈에 비친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초등학생들이 그려놓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잊고 싶은 심정으로 박물관을 나왔다.
색색으로 되어있는 떡 반죽으로 예쁜 용과 동물들을 만드는 아저시가 왠지 처량해 보인다. 박물관 건너편에는 영어 학원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붐빈다. 몇 년 전만 해도 서로 적으로 죽이고 죽던 사이였는데, 먹고 살아야하기에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게 참 이상하게 보였다. 풍성한 삶을 위해서는 아픈 과거가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하얀색 아오자이를 입은 고등학생들이 보인다. 민속의상이 교복으로 변한 것 같다. 모자는 현대판이다.
고목 가로수 길을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돌아서니 사이공 대성당이 깔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교회 문이 닫혀 있어 밖에서만 본다.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단다. 베트남 호치민 여행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빠질 수 없는 관광지인데 이곳은 1877년 프랑스가 외벽의 벽돌을 하나하나 가져와서 직접 지은 성당이란다. 유럽스타일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 졌다.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 호치민 여행에서 5대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한다.
우체국으로 발을 옮겼다. 성당에서 왼편에 있는 프랑스 풍 건물이다. 우체국 앞에서는 웨딩 촬영을 하는 신랑 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1800년대에 지어진 예쁜 건물이다. 사이공 중앙우체국(중앙우체국)은 베트남 호치민 여행에서 호치민 1군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흔히 노트르담성당과 같이 있어 두 곳을 묶어서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다. 중앙우체국 역시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가 참여해서 프랑스가 직접 만든 건축물이다. 그 덕분인지 건물 외벽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들의 이름들이 적혀있다. 포토 존은 아마 중앙우체국의 정 중앙에 위치한 대형시계 아래에서 많이들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콜로니얼 양식의 외관 이다. 중앙우체국을 들어서면 맙소사.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우체국업무를 보는지라 우체국업무를 보는 현지인과 각 국의 관광객과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인들의 모여들어 복잡하다. 저 멀리 베트남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독립운동가 호찌민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아치형 높은 천장이 멋지다. 건물 외벽의 양 옆에는 역사적인 지도가 벽에 위치해 있고 각 나라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들도 걸려있어서 이 곳이 국제적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우체국의 느낌이 든다. 설계는 Alexandre Gustave Eiffel가 했단다. 에펠탑을 설계한 분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당시 역사)을 모델로 지어졌다고 한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쉰다.
밖으로 나왔다. 영감님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한문을 똑같은데 차와 포를 같이 쓰고 있다. 포항제철에서 세웠다는 다이아몬드 프라자 앞으로 해서 동물원 쪽으로 걸어간다. 벌써 지친다. 시간은 12시다. 동물원 앞 길바닥 식당에서 돼지고기 구이와 밥, 근대 국을 먹었다. 두당 3,200동이다. 콜라가 5,000동이다. 밥값보다 비싸다. 동물원의 입장료는 8,000동이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동물들만 사는 동물원이다. 식물원도 같이 있고 역사박물관도 안에 있다. 사이공 강가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역사박물관에는 기원후 2세기경에 베트남 남부에 존재했던 나라와 무역도시 오케오 유적의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지중해에서 인도를 경유해서 이곳까지 온 유물도 있다. 동물이라고 하지만 각종 식물들이 많이 있고, 예쁜 꽃들, 잔디, 고목들이 시원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봉숭아 꽃 모음이 눈에 띄고, 금잔화 등 우리와 친숙한 꽃들이 많다. 연못에 가득 핀 연꽃이 복스럽다. 동물들도 많다. 악어, 코끼리, 원숭이, 멧돼지, 호랑이 등의 공통점은 더위로 축 늘어져 있다는 것이다. 조류들도 물속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무료한 코끼리 암수의 낯 뜨거운 사랑의 모습을 보았다. 성인 10명 정도가 둘러싸야 할 거대한 고목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나무를 전지하는데 일일이 중을 매고 사람이 올라가 작업을 한다. 동물원 뒤편으로 흐르는 시꺼먼 강물이 보인다. 악취가 난다.
동물원을 빠져나와 메콩 강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건물 담 벽에 거울하나 걸어놓고, 의자에 손님을 앉혀 놓고 이발해 주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늘이 없는 뜨거운 거리를 지나서 메콩강변에 왔다. 강가는 지저분하다. 물살이 제법 센 강물 위로 옥잠화 등 풀들이 함께 떠내려 간다. 건너편에는 강 따라 판자촌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강 따라 길을 가니 옛날 장군 동상이 있고 고층 빌딩이 즐비한 곳이 나온다.
동코이 거리로 다시 들어서서 교회 쪽으로 걸어간다. 이전에는 미군병사들을 상대하는 술집과 카바레가 즐비하던 거리란다. 지금은 골동품 가게와 선물 가게 옷 가게, 그림 가게로 변모하였다. 시원한 분수가 있는 곳에서 잠시 머물며 옆에 있는 슈퍼로 들어갔다. 비누를 비롯해 몇 가지 필수품을 사기위해서다. 에어컨이 나와 시원했다. 걸어서 성당가지 갔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늘 보던 성당의 모습이다. 쇼핑을 하고 싶다는 아내의 이야기로 다시 동코이 거리로 왔다. 아내가 옷을 고르는 동안 무료해서 그림을 구경했다. 유명 작품을 모사해서 그리는 집들이 많다. 두 청년이 하나는 르노아르 작품을 한 청년은 피카소의 작품을 그리고 있다. 사진을 보며 그리는데 제법 비슷하다. 유명하다는 작품은 다 보인다.
시청사 앞의 호치민 동상 앞에 있는 곳까지 왔다. 동상 앞에서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사이공 중심가를 구경하는 호치민 동상은 어린이를 앉고 있는 모습이다. 시청사는 프랑스 풍 예쁜 건물이다. 빨간 바탕에 노란색 별 하나가 있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인다. 동상에서 오른 편 길 건너에는 유명한 렉스턴 호텔 건물이 있다. 밤에는 화려한 쇼가 유명하단다. 맞은편에는 사이공 센터 빌딩이 육중하게 검은색으로 솟아있다. 이 주변은 모두 쇼핑센터다. 벤탄 시장쪽으로 걸어간다. 길을 건너는 것이 꼭 곡예 같다. 신호로 건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눈치로 조심스럽게 건너간다.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못하면 바로 사고다.
팜누라오 거리에 와서 TKD 여행사에서 라오스 비자를 찾고 돈을 지불했다. 두당 54달러이다. 숙소에서 잠시 쉬면서 대충 샤워를 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한가한 도로로 나와 밤거리를 구경한다. 밥과 고기 1인분에 7,000동짜리 식사를 했다. 가격도 싸고 맛있다. 이제 좀 호치민과 친해지고 익숙해지니 마지막 밤이다. 벤탄 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다. 시원한 밤거리에 오토바이를 탄 남녀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네온사인이 번쩍 거린다. 밤거리가 화려하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은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아내는 도 옷가게를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50% 세일이라고 일본 사람들도 많이 쇼핑을 한다. 우리나라 롯데리아도 보인다.
또 호치민 동상 앞에서 주저앉았다. 어린아이들이 손에 쥔 화약이 불꽃을 만들어 축제의 밤 같다. 뿜어대는 분수에 색색 조명이 화려하다. 밤 9시가 되어서 무엇을 샀는지 모르지만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숙소로 걸어오는 밤이 왠지 아쉽다. 신카페에서 내일 후에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했다. 두당 14.4달러이다. 신카페는 베트남 전 지역에 교통망을 갖고 있다. 도시 도시를 이어저어 편리하다. 국철이나 공용버스는 외국인에게 요금을 더 받고 있어 불편하다. 신카페의 여행버스를 이용하면 아주 편리하다. 더구나 도시를 구경하고 가고 싶은 날에 타고 가면 되기 때문에 여행객에게는 참으로 도움이 된다. 신카페 앞에서 출발이 아침 7시 30분이다. 또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