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일 쏟아지는 폭설에 걱정이 늘었다.
티브이에서 잘 보지 않던 날씨 예보를 귀담아듣고, 인터넷에서 수시로 수도권과 제천의 날씨를 찾아봤다.
다행히도 행사가 진행되는 토요일(11.30)은 맑음이라서 한시름 놓았지만, 주말 도로 상황이 걱정되서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걱정이 많은 나는 안양권 회원님(개동 발행인, 윤은진 시인, 장석민 시인)들에게 안양역 9시30분 출발을 통보했다.
그분들이야 인천에서 픽업을 위해 더 일찍 출발해야 하는 나를 배려하여 알겠다고 대답을 해줬다.
윤은진 시인님이 갑작스런 몸살감기로 참석을 못한다는 전화를 받고 안양에서 3명이 출발했다.
다행히 도로는 뻥 뚫렸다. 걱정이 걱정인 나에게 보란듯이 설산의 풍경이 차창을 스쳐갔다.
푸른 소나무 위에 눈이 점점이 박혀 있고, 산자락은 흰눈에 덮여 있고, 그 사이에 갈색 단풍들이 물든 채로
겨울 산의 풍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손은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마음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저 눈길을, 눈 덮인 저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에 핸들은 결국 방향을 바꿨다. 시간의 여유가 1시간 반 남짓 있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베론성지가 떠올랐다.
지난 여름 안태영 시인님의 시화전 행사를 진행하면서 제천의 아름다운 명소를 검색하다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베론성지는 종교를 떠나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하여, 새로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한번은 다녀갈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설산 아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흰 눈 위에 서 있고, 대성당과 신학교와 최양업 신부의 조각상들이 눈에 덮여 있었다.
성당에서 흘러나오는 성가가 마음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모여든 신자들과 조선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황사영 백서가 쓰여지던 그 시대를
지혜롭게 지나왔다면 우리의 근현대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날들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시기였다.
일본이 열린 사고로 섬나라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며 앞서갈 때
우린 우리 것이 최고라는 선민 의식과 중화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들을 포악스럽게 처형했고,
그들은 이 산중에서 숨어지내다가 조용히 순교했다.
설산 위로 펼쳐진 순례길을 뒤로 하고 우리는 베론성지를 떠나왔다.
되돌릴 수 없는 역사를 가슴에 안고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본분은 작가회 자매지인 청명시조문학상 시상식에 참여하여 그들의 행사에 박수를 쳐주는 일이다.
해마다 늦가을에는 문학의봄 자매지인 <청풍명월정격시조> 문학회에서 주관하는 청명시조문학상이 열린다.
문학의봄과 청명(청풍명월)시조문학회는 자매지인 만큼 계간<문학의봄>에도 '시조 초대마당'으로
청명 시인님들의 작품을 게시하고 있으며, 서로의 행사를 오가며 응원해왔다.
사실 수도권(인천, 김포, 안양권 등)에서 제천에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우리는 공식적으로 연 1회 참석이지만, 제천에서는 연 2회 참석을 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것과 직접 현장에 와서 박수를 쳐주는 것은 많이 다르다.
올해로 8회인 행사는 예년보다 많이 풍성해졌다.
제천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해오름의 민속 공연이 있었고 지역 인사들의 축사도 넘쳤다.
작가회에서는 개동 이시찬 발행인님의 자매지로서의 돈독한 관계를 증명하며 축사를 하셨고,
김경순 시인님과 동호회 회원들의 팬플릇 연주가 있었다.
작가회를 대표해서 동호회 회원들과 동행하여 멋진 연주를 보여주신 김경순 시인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시상식 중간에 깜짝 이벤트로 진행한 퀴즈 풀기에서 장석민 시인과 김경순 시인이
재치를 발휘해 정답을 맞춰서 경품을 받았다.
만찬장에서 따뜻한 전골을 먹고, 가방 가득 챙겨주신 선물을 받고, 다음주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인사를 했다.
여량정혜 회장님의 '정선 아라리' 노래가 시작하는 상황이라서 미련이 남았지만 떠날 때는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
돌아오는 길도 수월했다.
장석민 시인이 좋아한다는 노사연의 노래와 개동님이 좋아하는 배호의 노래를 들으니
인생은 노사연의 노랫말처럼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작가들 중에 우리는 문학의봄작가회로 만났다. 수많은 작가회들 중에 청명시조문학회를 만났다.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자, 돌아오는 토요일은 문학의봄의 축제이다.
시간이 없다고, 거리가 멀다고 오지 말아야할 구실을 내놓지 말고 오시라.
일년에 단 두 번뿐인 우리의 날이다.
우리의 새식구를 맞이하는 날이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들 오셔서 즐겨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첫댓글 부채춤과 함께 풍성한 행사가 되었군요.
수고 많았습니다!
오가며 수고 많았어요.
긴 거리인데 항상 챙겨줘서 고마워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잘 하셨슈ㆍ수고했슈
저도 몸살감기로 아직 휘청거립니다.
몸조심 하세요
멋집니다~명실공히 청명시조문학상,
출판기념회와 문학상 수상하신 선생님께 큰 박수 보냅니다.
추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멋진 기행수필, 잘 감상합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먼길 다녀가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