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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七言律詩(시0칠언률시)
수241~수270(30수를 올립니다
241. 謝天叟
昨日山堂病長卿。歸來旅枕更多情。遙知雨歇雲窓畔。宿醉初醒懶看經。
천수에게 답하다
어제 산당에선 병든 장경이었는데 / 昨日山堂病長卿
돌아오매 나그네 베개 새삼 다정하구나 / 歸來旅枕更多情
멀리서 생각하니 비 멎은 산창 앞에서 / 遙知雨歇雲窓畔
어제 취한 술 깨자 게을리 책을 읽겠지 / 宿醉初醒懶看經
242. 寄慶瓚
靑鞋曾踏碧山隈。山上雲扃晝不開。無主風烟輸客詠。有情猿鶴若相猜。
경찬에게 부치다
짚신으로 푸른 산골짜기 찾아갔더니 / 靑鞋曾踏碧山隈
산 위에 서린 구름 낮에도 개지 않네 / 山上雲扃晝不開
주인 없는 바람 연기 나그네 노래 실어 전하니 / 無主風煙輸客詠
다정한 원숭이와 학 시기하듯 우는구나 / 有情猿鶴若相猜
243. 不勝悲感
流年冉冉去無情。直到今朝意更驚。孤夢不言身在網。故園中夜薦微誠。
슬픈 감정에 겨워
흐르는 세월 쉼없이 무정하게 달리어 / 流年冉冉去無情
바로 오늘 아침 닥쳐 마음 새삼 놀란다 / 直到今朝意更驚
외로운 꿈은 말이 없고 몸은 감옥에 있어 / 孤夢不言身在網
한밤 중에 고국 향해 조그만 정성 드린다 / 故園中夜薦微誠
244. 聞鵑次好仁韻
弟兄皆瘦孰能肥。夜半鵑聲勸客歸。挾彈漆兒多害物。月明村樹莫來飛。
두견새 소리 듣고 호인(好仁)의 운을 따라
아우와 형 다 여위었는데 누가 살찌우랴 / 弟兄皆瘦孰能肥
밤중의 두견새 소리는 나그네 돌아가길 권하누나 / 夜半鵑聲勸客歸
총을 든 왜놈들 생물 많이 해치거니 / 挾彈漆兒多害物
달 밝은 마을 나무에 날아오지 말아라 / 月明村樹莫來飛
245. 聞鵑卒賦
天津橋上兩眉攢。浣花溪頭雙鬢鮮。今宵啼了不如歸。直送羈人孤枕邊。
穿雲惹月引蝶回。我有何孤嗟爾鵑。鄕山曾聽夜半啼。拜向西雲關路緜。
腥塵一自汙崖鷳。吉了夢冷秦山州。阿波江上去年春。月白梨花心幾煎。
看羊澤中雁書遲。一籠星霜三見遷。歸來遼鶴滯孤島。又是風光三月天。
羈懷元自夜難過。一聲何處飄江烟。無情一任啼。復啼有耳斯人愁緖纏。
巴山何處舊棲空。一般歸心還可憐。遙知此夜故園月。鶴髮高堂應未眠。
慈烏林下助悽悲。越鳥枝上增酸然。聞來添却幾莖霜。看取明朝明鏡前。
令人堪恨豈獨渠。反哺聲邊腸更穿。千聲萬音摠是西。血染花枝年復年。
陰山老死李衛徒。側耳其能無愧焉。啼難盡啼人未歸。任敎殘血流如泉。
終宵轉輾不能寐。又恐朝來鸎舌圓。
두견새 소리 듣고 갑자기 짓다
천진교 위에 눈썹 찌푸리게 했고 / 天津橋上兩眉攢
완화계 머리에 귀밑 세게 했거니 / 浣花溪頭雙鬢鮮
오늘 밤 울어 대는 두견새 소리 / 今宵啼了不如歸
나그네의 외로운 베갯머리에 바로 보내네 / 直送羈人孤枕邊
구름을 뚫고 달을 당기고 나비를 끌어 돌아오는데 / 穿雲惹月引蝶回
내게는 무슨 외로움 있어 너 두견을 슬퍼하는고 / 我有何孤嗟爾鵑
고향에서 일찍이 밤중에 우는 소리 들었거니 / 鄕山曾聽夜半啼
서쪽 구름 먼 국경선을 향해 절하네 / 拜向西雲關路緜
전쟁 먼지가 한번 애한을 더럽힌 뒤로 / 腥塵一自汚崖鷼
길료의 꿈 진 나라 산천에 싸늘해졌네 / 吉了夢冷秦山川
지난봄 아파강 가에 / 阿波江上去年春
밝은 달 배꽃에 마음 얼마나 탔던고 / 月白梨花心幾煎
양을 지키는 늪 가운데 기러기 소식 더디어 / 看羊澤中雁書遲
장 속에서 세월 바뀜 세 번이나 보았네 / 一籠星霜三見遷
돌아온 요학이 외로운 섬에 머무르니 / 歸來遼鶴滯孤島
그 때의 풍광 또한 삼월이었네 / 又是風光三月天
나그네 회포는 원래 밤을 지내기 어려운데 / 羈懷元自夜難過
어디서 오는 한 소리가 강 연기에 나부끼는고 / 一聲何處飄江煙
무정한 너는 마음대로 울고 또 울지만 / 無情一任啼復啼
듣는 이 사람은 깊은 시름에 얽혀드네 / 有耳斯人愁緖纏
파산 그 어디에 옛 둥우리 비었는고 / 巴山何處舊棲空
가엾구나 가고픈 마음 너나 나나 같은 것을 / 一般歸心還可憐
멀리서 알겠거니 오늘 밤 고향 달에 / 遙知此夜故園月
아버님의 높은 당에서 아마 잠 못 이루시리 / 鶴髮高堂應未眠
숲속의 어미 까마귀는 슬픈 마음을 더하게 하는데 / 慈烏林下助悽悲
남쪽 가지에 깃들인 월조는 괴로움을 보태네 / 越鳥枝上增酸然
네 울음 들을 때마다 세어진 머리카락 / 聞來添却幾莖霜
내일 아침 거울 앞에서 뽑아 보리 / 看取明朝明鏡前
사람으로 하여금 한하게 하는 것이 어찌 너뿐이랴 / 令人堪恨豈獨渠
까마귀 소리 들으면 창자 더욱 찢어지네 / 反哺聲邊腸更穿
천 소리 만 소리 모두 서쪽의 그리움이거니 / 千聲萬音摠是西
해마다 꽃가지를 붉은 피로 물들이네 / 血染花枝年復年
음산에서 늙어 죽은 이ㆍ위의 무리들 / 陰山老死李衛徒
그 말 듣고 어찌 부끄럼이 없으랴 / 側耳其能無愧焉
끝없이 울고 울어도 사람은 돌아가지 못하니 / 啼難盡啼人未歸
흘린 피 눈물되어 샘처럼 흐르누나 / 任敎殘血流如泉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새 잠 못 드는데 / 終宵轉輾不能寐
내일 아침 꾀꼬리 소리 또 어이 들을고 / 又恐朝來鸎舌圓
246. 主僧玄規求詩贈之
作客三年不下樓。一春蕭寺苦淹留。胷中懷緖如山積。鬢上光陰逐水流。
碧海長天空費夢。白雲殘日幾回頭。禪師莫說吟詩事。及到吟成字字詩。
주승 현규가 시를 청하기에 지어 주다
나그네로 삼 년 동안 누대에 못 내렸는데 / 作客三年不下樓
봄 한 철을 절에서 괴로이 머무르네 / 一春蕭寺苦淹留
가슴 속의 회포 산처럼 쌓였는데 / 胸中懷緖如山積
머리 세게 한 세월 물처럼 흘러가네 / 鬢上光陰逐水流
푸른 바다 먼 하늘에 부질없는 꿈만 꾸고 / 碧海長天空費夢
흰 구름 지는 해에 몇 번 머리 돌렸던고 / 白雲殘日幾回頭
선사야 시 읊는 일 말하지 말라 / 禪師莫說吟詩事
읊조림 끝내니 글자마다 시인 것을 / 及到吟成字字詩
247. 別主僧玄規
一春山閣共徘徊。萬里孤懷賴以開。今日扁舟相話別。客中愁緖轉難裁。
주승 현규와 이별하다
봄 한 철 산집에서 함께 배회하면서 / 一春山閣共徘徊
만 리 외로운 회포 그대로 인해 풀었네 / 萬里孤懷賴以開
오늘 조각배 타고 서로 이별 말하니 / 今日扁舟相話別
객지의 애달픈 시름 더욱 누르기 어려워라 / 客中愁緖轉難裁
248. 書懷示仲謙。
山河大地東來盡。星斗長天北望遙。古寺中宵人不寐。孤城畫角五更潮。
회포를 적어 중겸에게 보이다
산하 대지가 동쪽으로 와서 다하니 / 山河大池東來盡
먼 하늘 북극성 바라볼수록 멀구나 / 星斗長天北望遙
옛 절 한밤 중에 나그네 잠 못 이루니 / 古寺中宵人不寐
외로운 성의 나팔 소리 오경의 조수 소리네 / 孤城畫角五更潮
249. 聞鸎贈子敬
忽聞巧舌又綿蠻。春盡天涯客未還。囀報窓間孤枕夢。覺來歸思滿鄕關。
꾀꼬리 소리 듣고 자경에게 주다
아리따이 우는 소리 문득 들려오니 / 忽聞巧舌又綿蠻
타향의 봄 다 갔건만 나그네는 돌아가지 못하네 / 春盡天涯客未還
꿈 꾸는 창 앞에 와서 우는 꾀꼬리 / 囀報窓間孤枕夢
깨어나매 돌아갈 생각 향관에 가득하다 / 覺來歸思滿鄕關
250. 次櫻花韻
白櫻裝點梵王家。一樹春風竹外斜。風致若敎和靖見。心情何必向梅花。
萬朶千枝黃鳥家。靑苔厚處自欹斜。狂歌醉舞春天暮。花伴遊人人伴花。天叟
天涯遠客苦思家。來扣禪扉日欲斜。花下孤吟仍有感。故園何處落閒花。
白櫻樹下忘歸家。醉裏吟詩惜夕斜。不識明年又看否。老身恰似待風花。玄蘇
앵화시(櫻花詩)의 운을 따라
흰 벚꽃이 범왕의 집을 점점이 꾸미는데 / 白櫻裝點梵王家
한 그루 푸른 나무 대숲 밖에 비껴 있네 / 一樹春風竹外斜
만일 이 풍치를 화정으로 하여금 보게 했으면 / 風致若敎和靖見
그 심정 어찌 꼭 매화만 향했으랴 / 心情何必向梅花
천수의 차운
만 송이 천 가지는 꾀꼬리의 집인데 / 萬朶千枝黃鳥家
푸른 이끼 두터운 곳에 비스듬히 섰구나 / 靑苔厚處自欹斜
미친 노래 취한 춤에 봄 하늘이 저물어 / 狂歌醉舞春天暮
꽃은 나그네를 짝하고 나그네는 꽃을 짝한다 / 花伴遊人人伴花
하늘 끝 먼 나그네 집 생각에 괴로워 / 天涯遠客苦思家
절문 두드리니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 來扣禪扉日欲斜
꽃 밑에서 외로이 읊다가 인해 느낌 있으니 / 花下孤吟仍有感
고향 어느 곳인가에도 지는 꽃이 있겠지 / 故園何處落閒花
현소의 차운
흰 벚꽃나무 밑에서 집에 돌아가기를 잊고 / 白櫻樹下忘歸家
술에 취해 시 읊으며 지는 해를 아낀다 / 醉裏吟詩惜夕斜
모르겠네 명년에 또 이 꽃을 볼는지 / 不識明年又看否
늙은 몸이라 마치 바람에 지는 꽃과 같은 것을 / 老身恰似待風花
251. 雨夜獨坐
無端一夜空階雨。滴碎思鄕萬里心。此句千秋誰解道。半窓羈客淚難禁。
비 오는 밤에 홀로 앉아
무단히 하룻밤 빈 뜰에 내리는 비 / 無端一夜空階雨
고향 생각은 만 리의 마음을 산산이 다 부순다 / 滴碎思鄕萬里心
이 글귀 천추에 누가 읽어 이해할고 / 此句千秋誰解道
반쯤 열린 창 앞에 나그네 눈물 걷잡기 어렵네 / 半窓羈客淚難禁
252. 送晦伯等鹽村
杖藜裹飯去悤悤。踏盡春山第幾重。洞雨沾衣何足惜。許多心事不言中。
회백등을 염촌(鹽村)에 보내면서
지팡이 짚고 밥 싸들고 총총히 떠나니 / 杖藜裹飯去悤悤
넘어야 할 봄산 몇 겹이나 되는고 / 踏盡春山第幾重
비에 옷 젖은들 무엇이 아까우랴 / 洞雨沾衣何足惜
하고 많은 그 심사는 말 없는 가운데 있네 / 許多心事不言中
253. 晦伯日內未還。直倭覺之。百般㥘辱。
纔離羅網鎖鵰籠。多罪還慚有此躬。萬慮千思多鬼責。空將一笑向蒼穹。
회백이 당일에 돌아오지 못하고, 왜인(倭人) 각지(覺之)를 만나 온갖 곤욕을 당하다
겨우 그물을 벗어나자 다시 조롱에 갇혔으니 / 纔離羅網鎖鵰籠
죄가 많아 도리어 이 몸 있음 부끄럽다 / 多罪還慚有此躬
천만 가지로 생각해도 귀신의 벌이 많음이라 / 萬慮千思多鬼責
부질없이 푸른 하늘 향해 한바탕 웃네 / 空將一笑向蒼穹
254. 聞鵑贈仲謙
嶺海迢迢絶萬重。不如歸意寄微禽。孤城花落春疑夢。遠樹烟生月似襟。
已誤馬卿題柱志。漫懷工部問時心。百年悲樂雙蓬鬢。東向東風怨越吟。
두견새 소리를 듣고 중겸에게 주다
만 겹의 산과 바다 아득히 멀고 멀어 / 嶺海迢迢絶萬重
불여귀의 그 뜻을 작은 새에 부쳐 둔다 / 不如歸意寄微禽
외로운 성에 꽃 지매 봄이 꿈만 같은데 / 孤城花落春疑夢
먼 나무에 아지랑이 어리니 달빛 내 마음과 같네 / 遠樹煙生月似襟
기둥에 글 쓴 마경의 뜻을 이미 어기었는데 / 已誤馬卿題柱志
때를 묻는 두보의 마음을 부질없이 생각한다 / 漫懷工部問時心
백 년의 슬픔과 즐거움에 흐트러진 쑥대머리 / 百年悲樂雙蓬鬢
다시 동쪽 바람을 향해 월음을 원망한다 / 更向東風怨越吟
255. 書懷示子敬
濃陰滿地綠苔新。客舍蕭然不見人。萬里風烟連嶺路。一年時物屬殘春。
簾纖晩雨天將暝。寂寞羈愁誰與陳。回首故山空渺渺。白雲西望一傷神。
회포를 적어 자경에게 보이다
짙은 그늘이 땅에 가득하니 파란 이끼가 새롭고 / 濃陰滿地綠苔新
쓸쓸한 객사에는 사람 볼 수 없구나 / 客舍蕭然不見人
만 리의 바람 연기 고갯길에 연했는데 / 萬里風煙連嶺路
한 해의 시물은 늦은 봄에 속했구나 / 一年時物屬殘春
고운 저녁 비오고 하늘은 어두우려 하는데 / 簾纖晩雨天將暝
적막한 나그네 시름 누구에게 하소연할고 / 寂寞覊愁誰與陳
고향으로 머리 돌리면 하늘만 아득한데 / 回首故山空渺渺
서쪽으로 흰구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노라 / 白雲西望一傷神
256. 寄玄蘇
曾見淸詩句句奇。及觀風致過於詩。平生不學藏人善。歸去朝鮮說禪師。
현소에게 부치다
일찍이 맑은 시 보고 글귀마다 신기했는데 / 曾見淸詩句句奇
이제 그 풍치 보매 시보다 훨씬 낫네 / 及觀風致過於詩
평생에 남의 선 감추기를 배우지 못했으니 / 平生不學藏人善
조선에 돌아가면 선사를 잘 말하리 / 歸去朝鮮說禪師
257. 諸友各賦一詩。爲後日記念之資。
八年兵敗古廬餘。江北江南草木疏。萬里鄕關春寂寞。南來飛雁不傳書。子敬
未死餘生罪有餘。瘴烟千里鬢毛疏。天長地久無終恨。禿盡毛錐不盡書。舍兄
隻影天涯恨有餘。韶華客裏鬢毛疏。牧羊大窖人誰在。雁足無由繫帛書。仲謙
三載孤囚萬里餘。星星白髮鬢邊疏。衡陽歸雁飛無數。只帶愁來不帶書。仲源
濱死天涯一影餘。水生南國雁來疏。何當鼓棹滄波上。臥聽黃郞報水聲。子平
羈腸消盡已無餘。鄕國迢迢夢亦疏。水底雙鱗如有識。爲人須寄半行書。
又
中宵歸夢向何歸。每向白雲飛處飛。覺後鄕園能記得。草廬苔逕小柴扉。
春歸不與遠人歸。魚不傳書雁不飛。想得故園人絶處。苔侵枯井竹侵扉。
春去江南我未歸。歸心却與夢魂飛。南隣北廓依俙是。故宅無人空掩扉。仲源
千里鄕關夢自歸。覺來支枕不能飛。羈懷別有難堪處。風掠疏簷月入扉。舍兄
嗟我鄕山幾日歸。未歸今夜夢先飛。想應鶴髮無人慰。揮淚長時獨揜扉。仲謙
君辱親亡愧有身。當年邊帥可貽巾。還家他日門閭變。要問新移來住人。
與君同作異鄕身。憔悴行裝一幅巾。羨子羈蹤猶勝我。鴒原應有望歸人。
他鄕萬里未亡身。半夜歸心淚滿巾。海闊天長音耗絶。三年孤客又逢春。子敬
여러 벗이 각기 한 구씩 지어 후일의 기념으로 삼다
[
팔년 난리 중에 옛집 남았는데 / 八年兵敗古廬餘
강 북쪽과 강 남쪽엔 초목만 무성하구나 / 江北江南草木疏
만 리 고향에 봄이 적막하거니 / 萬里鄕關春寂寞
남으로 오는 기러기도 소식 전하지 않네 / 南來飛雁不傳書
자경
죽지 못해 남은 목숨 죄만 더욱 많은데 / 未死餘生罪有餘
천 리 타향 독한 연기에 귀밑털만 성기었구나 / 瘴煙千里鬢毛疏
하늘 멀고 땅 오래듯 끝없는 한 / 天長地久無終恨
붓털 다 닳아도 이루 다 쓰지 못하겠네 / 禿盡毛錐不盡書
사형
타향의 외로운 그림자 남은 한이 있어 / 隻影天涯恨有餘
젊었던 몸 타향살이에 귀밑털이 다 빠졌네 / 韶華客裏鬢毛疏
양 치고 굴에 갇혔던 사람 지금 어디에 있는가 / 牧羊大窖人誰在
기러기 발에 편지 맬 길 전혀 없네 / 雁足無由繫帛書
중겸
삼 년을 만 리 밖에서 외로이 갇혀 있어 / 三載孤囚萬里餘
희끗희끗 흰 털이 귀 밑에 성글었다 / 星星白髮鬢邊疏
형양에서 오는 기러기 수없이 많건만 / 衡陽歸雁飛無數
시름만 가져올 뿐 편지는 안 전하네 / 只帶愁來不帶書
중원
타향 땅에 거의 죽게 된 외로이 남은 몸 / 濱死天涯一影餘
물이 나는 남국에 기러기 드물게 오네 / 水生南國雁來疏
어떻게 하면 푸른 물결 위에 노를 두드리면서 / 何當鼓棹滄波上
황랑의 물때 알리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 臥聽黃郞報水聲
자평
나그네 창자 다 녹아 이미 남음 없는데 / 羈腸消盡已無餘
고국은 멀고 멀어 꿈조차 드물어라 / 鄕國迢迢夢亦疏
물 밑의 두 마리 잉어야 만일 앎이 있거든 / 水底雙鱗如有識
나를 위해 반 줄의 편지나마 부디 전해 주려마 / 爲人須寄半行書
258. 贈主僧玄規
鍾拂烟蘿鶴拂苔。石房淸絶法香灰。浮生半日淡閒味。雲自無心水自廻。
주승 현규에게 주다
종소리 은은하고 학은 고목에 나는데 / 鐘拂煙蘿鶴拂苔
깨끗한 돌방에 향불마저 꺼졌구나 / 石房淸絶法香灰
덧없는 삶의 반나절 담박하고 한가한 맛은 / 浮生半日淡閒味
무심히 떠도는 구름이요 저대로 흐르는 물일세 / 雲自無心水自廻
259. 天叟示一詩。乃我國使臣鶴峯詩。仍次。
只隔孤篷半日程。家山烟樹夢中行。茫然一十年前事。却咏遺篇盡有聲。
此去扶桑問幾程。感君千里鉢余行。淸詩忽自山中至。細和孤篷曉雨聲。鶴峯金誠一
천수가 시 한 수를 보이는데 그것은 곧 우리나라 사신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의 호)의
시였으므로 곧 차운하다
조각배로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길인데 / 只隔孤篷半日程
고향 산 나무숲 꿈속에서만 가보네 / 家山煙樹夢中行
아득하구나 십 년 전 그 모든 일들 / 茫然一十年前事
남긴 시편 읊어 보니 글귀마다 소리 있네 / 却咏遺篇盡有聲
학봉 김성일의 시
여기서 부상이 며칠 길이나 되는고 / 此去扶桑問幾程
천 리의 내 걸음을 위로하는 그대에 감사하네 / 感君千里鉢余行
산중의 스님이 와서 맑은 시를 읊으니 / 淸詩忽自山中至
외로운 배 새벽 비소리가 화답해 주네 / 細和孤篷曉雨聲
260. 次子平韻
托契殊方德不孤。望雲冤淚共沾袍。生還他日如相訪。夜雨江湖一枕高。
자평의 운을 따라
타향에서 서로 의탁하니 외롭지 않아 / 托契殊方德不孤
구름 바라보며 원한의 눈물 함께 흘리네 / 望雲冤淚共沾袍
다른 날 살아 돌아가 서로 만나게 되거든 / 生還他日如相訪
밤비 내리는 강호에서 한 베개 높이 베세 / 夜雨江湖一枕高
261. 夜聞將死鳥
終宵欲死緣何事。未死羈人怨一般。願死餘生猶未死。聲聲和月滿空山。
밤에 죽으려는 새 소리를 듣고
무엇 때문에 밤새도록 죽으려고 하는가 / 終宵欲死緣何事
죽지 못한 나그네와 그 원한 같구나 / 未死羈人怨一般
죽으려다 살아남아 아직 죽지 못했거니 / 願死餘生猶未死
소리소리 달에 섞여 빈 산에 가득 찼네 / 聲聲和月滿空山
262. 次子敬韻
生逢四海一家春。暮釣朝耕奉二親。地裂如今身萬里。羈蹤隨處影爲隣。
憔悴孤根不識春。半生忠孝負君親。客中肝膽雙龍劍。一影天涯喜有隣。
家在錦城松峴村。望雲天末幾消魂。北堂萬里音塵斷。日暮遙指獨倚門。
자경의 운을 따라
사해가 모두 한 집처럼 살아서 봄을 만났더라면 / 生逢四海一家春
고기 낚고 밭 갈면서 어버이 섬기렸더니 / 暮釣朝耕奉二親
국토는 찢기고 몸은 만 리 밖에 있으니 / 地裂如今身萬里
나그네 신세 가는 곳마다 그림자만이 따르네 / 羈蹤隨處影爲隣
말라 빠진 외로운 뿌리 봄을 알지 못하고 / 憔悴孤根不識春
반평생 충과 효는 임금과 부모를 저버렸네 / 半生忠孝負君親
객지의 간과 담은 한 쌍의 용검인데 / 客中肝膽雙龍劍
만 리 타향에 외로운 그림자 하나 이웃 되니 기쁘네 / 一影天涯喜有隣
집이 금성 송현 마을에 있거니 / 家在錦城松峴村
하늘 끝의 구름 보며 얼마나 애태웠던고 / 望雲天末幾消魂
만 리 밖 어버이 계신 곳에 소식 아주 끊겼으니 / 北堂萬里音塵斷
해질 무렵이면 문에 기대어 이 몸 오기 바라시리 / 日暮遙指獨倚門
263. 記懷示諸君
滿街喧笑三盃酒。掛樹鞦韆百尺絲。自從七載兵戈後。一半華風入卉夷。
對馬城邊逢五五。客心今日轉堪驚。傍人莫怪偏怊悵。節序如流感我情。
회포를 적어 여러 사람에게 보이다
거리에 가득한 건 시시덕거리며 술마신 사람들이고 / 滿街喧笑三盃酒
긴 그네줄은 높은 나무에 매여 있네 / 掛樹鞦韆百尺絲
칠 년 전쟁이 끝난 뒤로부터 / 自從七載兵戈後
반쯤이나마 중화(조선)의 풍속이 오랑캐 땅에 들어왔네 / 一半華風入卉夷
대마도의 성에서 오월 오일을 만나니 / 對馬城邊逢五五
나그네 마음 오늘에 더욱 놀라워한다 / 客心今日轉堪驚
사람들아 괴상타 말라 너무 슬퍼한다고 / 傍人莫怪偏怊悵
절서가 물같이 흐르니 내 마음에 느낌 있어서네 / 節序如流感我情
264. 夢中歸覲父親。覺卽記之。
父子相思萬里餘。存亡兩地絶音書。夢中罔極劬勞德。覺後思來淚滿裾。
꿈속에 고향에 가 아버지를 뵙고 깨어나서
부자가 만 리 밖에서 서로 생각하지만 / 父子相思萬里餘
두 곳의 죽고 삶 전혀 소식 끊겼구나 / 存亡兩地絶音書
꿈속에서도 망극한 부모의 은덕인데 / 夢中罔極劬勞德
깨어나 생각하니 눈물이 옷깃을 적시누나 / 覺後思來淚滿裾
265. 有人貽詩。次贈。
古閣淹留已半年。此生歸路遠依然。千尋海岸潮侵石。一雨山庭草自烟。
蝴蝶夢中桑榟杳。杜鵑聲裏玉蟾懸。淸詩來破禪窓夢。快似披雲覩碧天。
爲客殊方積歲年。望鄕懷抱幾潸然。有時歸夢生孤枕。半夜啼猿隔水烟。
舊業已隨征戰盡。片帆誰趂好風懸。吉凶莫向波臣問。只恨深讎戴一天。
어떤 사람이 시를 주기에 차운해 주다
옛집에 머문 지 이미 반 해 지났는데 / 古閣淹留已半年
이승에서 돌아갈 길 아득하기만 하네 / 此生歸路遠依然
천 길 바닷가엔 조수가 돌을 치는데 / 千尋海岸潮侵石
비 내린 산 뜰엔 풀만이 자욱하네 / 一雨山庭草自煙
호접의 꿈속에도 상재는 아득한데 / 蝴蝶夢中桑榟杳
두견새 울음 속에는 옥섬이 떠 있구나 / 杜鵑聲裏玉蟾懸
맑은 시가 날아와 선창의 꿈 깨우니 / 淸詩來破禪窓夢
시원하게 구름 헤치고 푸른 하늘 보는 듯 / 快似披雲覩碧天
타향에 나그네 된 지 여러 해 되었는데 / 爲客殊方積歲年
고향 그리는 회포에 눈물 얼마나 흘렸던고 / 望鄕懷抱幾潸然
때때로 돌아가는 꿈 외로운 베개에서 꾸고 / 有時歸夢生孤枕
밤중에 우는 원숭이 소리 안개 낀 강 건너서 나네 / 半夜啼猿隔水煙
옛 업은 이미 전쟁 따라 끝났는데 / 舊業已隨征戰盡
조각 돛을 누가 좋은 바람 따라 달아 줄고 / 片帆誰趁好風懸
길흉일랑 부디 파신을 향해 묻지 말라 / 吉凶莫向波臣問
원수와 한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 한스럽네 / 只恨深讎戴一天
267. 守直倭曰我大明溫州人。名吳東川云。
異鄕初見大明人。氣岸溫溫別有春。莫惜一場談笑穩。伶仃俱是憶鄕人。
수직왜(守直倭)가 ‘나는 명 나라 온주(慍州) 사람으로 오동천(吳東川)이라 한다’고 했다
타향에서 처음 보는 명 나라 사람 / 異鄕初見大明人
뛰어난 기품 온후하여 봄바람 같네 / 氣岸溫溫別有春
한 자리 정다운 담소 아끼지 마오 / 莫惜一場談笑穩
다같이 고향 그리는 외로운 사람이거니 / 伶仃俱是憶鄕人
267. 大唐使船來泊。朴壽永送人來報。
病骨難堪暑氣熏。倚窓無語對西暉。忽聞華使從東至。喜淚千行自濕裙。
당 나라 사신의 배가 와서 닿았다고 박수영이 사람을 보내어 알리다
병골이라 찌는 무더위 견디기 어려워 / 病骨難堪暑氣熏
창에 기대어 말없이 지는 해 바라본다 / 倚窓無語對西暉
갑자기 중국 사신이 동쪽에서 왔다는 말 듣고 / 忽聞華使從東至
천 줄기 기쁜 눈물 절로 옷깃 적신다 / 喜淚千行自濕裙
268. 次河汪二人韻
寸舌能驅萬甲兵。東藩今日致升平。元功盛烈知誰比。麟閣端宜記姓名。
腹裏懷藏幾萬兵。吐出朝鮮便太平。屬國黎民今有賴。只恐吾皇無姓名。河應朝
言勝貔貅百萬兵。倭奴巢穴一時平。回朝要覓封侯印。只恐奸臣隱姓名。汪洋
三霜客夢繞楡桑。一影伶仃瘴海傍。邂逅玉人成勝話。開樽相對淚斜陽。
肩承皇事到扶桑。幸遇賢豪在我傍。功名仗出賢人口。收拾葵心向太陽。河應朝
하응조(河應朝)와 왕양(汪洋) 두 사람의 운을 따라
세 치의 혀로 수많은 군사를 휘몰아 / 寸舌能驅萬甲兵
동쪽 이웃 오늘에 태평세월 이루었네 / 東藩今日致升平
큰 공과 장한 사업 누가 그에 짝하리 / 元功盛烈知誰比
마땅히 기린각(麒麟閣)에 그 성명을 기록해야 하겠네 / 麟閣端宜記姓名
하응조의 시
몇만 명의 군사를 뱃속에 간직했던가 / 腹裏懷藏幾萬兵
쏟아 내매 조선에 태평세월 이루었네 / 吐出朝鮮便太平
딸린 나라 백성들 이제 의지할 데 있으니 / 屬國黎民今有賴
우리 임금 성명 모를까 그것이 걱정이네 / 只恐吾皇無姓名
왕양의 시
사나운 백만 명의 군사보다 한 마디 말이 나으니 / 言勝貔貅百萬兵
왜놈의 소굴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 倭奴巢穴一時平
조정에 돌아가면 벼슬을 얻겠지마는 / 回朝要覓封侯印
간신들이 성명 숨길까 그것이 걱정이네 / 只恐奸臣隱姓名
삼년 동안 나그네 꿈은 고향을 감돌았는데 / 三霜客夢繞楡桑
외로운 그림자 장해 가에 떠돌아다니네 / 一影伶仃瘴海傍
옥 같은 사람 만나 고아한 이야기 주고받으며 / 邂逅玉人成勝話
술잔 앞에 마주앉아 지는 해에 눈물 짓네 / 開樽相對淚斜陽
하응조의 시
나랏일 어깨에 메고 부상으로 건너오니 / 肩承皇事到扶桑
다행히 어진 사람 만나 같이 있게 되었네 / 幸遇賢豪在我傍
공명은 원래 현인 입에서 솟구쳐 나오는 것 / 功名仗出賢人口
해바라기 마음 거두어 태양을 향하네 / 收拾葵心向太陽
269. 次倭僧元規賣酒以餞題詩以贐
未別先言別後思。千金那直一篇詩。明朝試掛征帆去。矯首回瞻落日時。
餞席陪君多所思。不通言語只題詩。平生肝膽向人約。別後何忘十二時。元規
왜승 원규가 술을 사서 전송하면서 시를 선물하기에 그 운을 따라
이별하기 전에 먼저 이별한 뒤의 그리움 말하니 / 未別先言別後思
천금인들 어찌 한 편의 시에 값할 수 있겠는가 / 千金那直一篇詩
내일 아침 떠나는 배에 돛 올리면 / 明朝試掛征帆去
머리 들고 해질 때를 돌이켜 생각하리 / 矯首回瞻落日時
원규의 시
전송하는 자리 그대와 함께하니 생각이 하도 많아 / 餞席陪君多所思
말이 통하지 않으니 시만을 지어 주네 / 不通言語只題詩
평생에 속마음을 서로 약속했거니 / 平生肝膽向人約
이별한 뒤 어느 때인들 잊을 수 있겠는가 / 別後何忘十二時
270. 與華人同船發行。快若登天。
亂水奔波接遠空。一颿西日駕長風。鄕山遙指孤雲外。望斷天東目力雄。
중국 사람과 한 배를 타고 출발하매 시원하기 하늘에 오르는 듯하다
거친 물 사나운 파도가 먼 하늘에 닿았는데 / 亂水奔波接遠空
한 돛으로 지는 해에 긴 바람을 타고 간다 / 一颿西日駕長風
멀리 가리키는 고향은 외로운 구름 밖인데 / 鄕山遙指孤雲外
하늘 동쪽 끝까지 바라보니 시력도 건장하구나 / 望斷天東目力雄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77
수 276 중 수241~수270(30수) 수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