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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일(월)
Ice House Canyon Trail - Ice House Saddle - Timber Mountain(8303피트) - Telegraph Peak(8985피트) - Thunder Mountain(8587피트) - Baldy Notch - Ski Lift 탑승 - Trail Head
노동절 연휴 기간이었지만 1일 토요일은 장모님이 산호세로 돌아가시는 날이라 공항에 모셔다 드려야 했다. 2일 일요일은 집의 여러가지 수리할 것들을 손 보기 위해 핸디맨이 오후 3시에 온다고 해서 오전에 집안 청소를 하고 꼼짝 않고 기다렸다. 토요일, 일요일 정말 더웠다. 모처럼 뒷 뜰에 문 닫아 놓았던 스파를 열어 물을 덥히지 않고 찬물에서 놀았다. 놀다가 심심하면 집안에 들어와 텔레비젼 보다가 또 다시 나가 물 속에서 놀았다.
3일, 월요일(노동절이라 휴일이다)에 함께 산에 가기로 한 친구가 전화했다. 내일 날씨가 무지무지하게 덥기 때문에 산행하기 어렵겠다며 다른 날로 미루자고 했다. 즐겁게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나 난 혼자 가기로 했다. 오래 전부터 꿈꾸어 오던 3 Tee들을 정복하기로 했다. Ice House Canyon Trail로 올라서 Ice House Saddle을 거쳐 1)Timber Mountain(8303피트), 2)Telegraph Peak(8985피트), 3)Thunder Mountain(8587피트)를 차례로 올랐다. 그리고 오던 길로 내려오지 않고 Baldy Notch로 가서 산장에 들렸다가 Ski Lift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에서 내 차가 있는 Ice House Canyon Trail Head까지 차 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사실 계획을 짜면서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이 되었으나 무대뽀로 밀어 붙히기로 했다. 미국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자식 유학 보냈다가 잘못될까봐 잘 다니던 직장 사표내고
무대뽀로 와서 잘 살고 있는 내가 까짓 신작로 내리막길 한 4마일을 두려워 할소냐?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언제나 처럼 수도쿠를 풀면서 볼 일을 보고, 어제 밤에 비닐을 닫지 않고-식으라고- 그저 넣어 두었던 밥 덩어리 두 개를 잘 포장해 배낭에 넣고 반찬들도 챙겨 넣었다. 집을 나서며 자동차 시계를 보니 3시 4분, 주유소에 도착해 개스를 가득 채우고 떠날 때 3시 12분이었다.
03시 20분 57번 프리웨이에 올랐다. 바깥 온도가 75도, 새벽 3시에 75도다. 210번 갈아타면서 보니 81도다. Base Line 내리면서 보니 83도, 오메 난 죽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4시, Head Lamp부터 찾아 머리에 동여 맨다. 신을 바꿔 신고 Mona Vie젤을 두 봉지 빨아 먹는다. 빈 속에 먹어야 효과가 좋단다.
04시 08분 산행 시작, 잠시 후 내가 시계를 안 차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화기도 안 갖고 왔다. 선 스크린도 안 갖고 왔다. 날 덥다는데 오늘 죽었다.
사진기는 배낭에 있다. 사진기를 꺼내 주머니에 넣는다. 천상 시간을 알고 싶으면 사진기의
시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하얀 반달이 내 머리 위에 있다. 수 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 놓고 있다. 정면에는 북두칠성이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지. 짐승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부엉이 소리도 들리고 오른 편의 계곡의 물 소리가 잠시 들리다가 끊긴다. 워낙 가물어서 그럴거다. 지난 겨울에 눈도 그리 많지 않았다. 깜깜한 밤에 오직 머리에 맨 헤드 라이트(램프)에 의지해 산 길을 간다.
스스로 자신을 찍어 본다. 여러장을 찍은 후에 간신히 한 장 얻었다. 걸으며 사진기 갖고 장난을 논다. 이 이마에 동여 맨 램프가 없었으면 걷기 어려웠을 거다. 반달의 희미한 기운으로 길 찾아 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땀이 흐르고 있다. 머리, 이마, 콧잔등, 등줄기까지
이제 1마일 왔다. 2.6마일을 더 가야 Ice House Saddle이다.
1.8마일을 왔다.
약수터에서 물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갈림길이다. Cedar Glen 쪽으로 올라오면 여기서 만난다.
이 사슴은 내 길 정면에 서 있었다. 나를 보고도 꼼작 않고 있었다. 사진기를 들이대고 후레쉬를 터트리며 마구 찍었으나 모두 찍히지 않는다. 후레쉬가 마구 터져도 그리 놀라지 않고 천천히 길 아래로 내려 간다. 나를 무시하는 듯 보인다. 아니면 내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새끼 사슴이 저 만치에서 아침 응아를 하고 있었다. 다 눴는지 엄마 곁으로 다가 온다. 모든 동물의 새끼는 예쁘다.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아 비데오를 찍었다.
서서히 동이 트고 있다.
드디어 Ice House Saddle에 도착했다. 3.6마일, 본래 계획은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침낭 속에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이 깰까봐 그냥 좌회전해서 비탈을 오른다. 하얀 침낭은 여자다.
아침 햇살이 제법 사납다.
Timber에 도착했다.
통을 여니 빨간 통이 나온다.
빨간 통을 여니 비닐에 싼 수첩이 두권 나온다. 내가 마지막 페이지에 기록을 남긴다. 한 권은 새 것이다.
수첩에 오늘 날짜를 적고 내가 다녀 갔음을 남겨논다.
버너와 코펠을 꺼내고 물을 1통 넣고 성냥을 찾으니 없다. 라이타도 없고 어쩌란 말이냐? 그냥 맨 밥에 김치, 멸치를 넣고 흔들어서 먹는다. 삶은 달걀로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코펠에 넣은 물을 마음껏 마신다. 그래도 다 마시긴 어렵다. 과감하게 버린다. 물을 많이 갖고 왔다. 오늘 코스는 물이 마지막 경유지인 Baldy Notch의 산장에나 가야 있기 때문이다. 먹은 후 자연에게 돌려 줄 시간이 왔다. 적당한 곳을 찾아 즐겁게 돌려 준다. 돌과 흙으로 정성스럽게 묻는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이정표를 찾지 못해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근처에 높은 봉우리가 Telegraph Peak과 Thunder Mt. 딱 두갠데, 하나는 오른 편에 있는데 하나를 그냥 지나쳤다. 가다가 뒤 돌아 보니 지나 온 곳에 제법 높은 봉우리가 있다. 다시 돌아 간다. 멋진 장식처럼 고목들이 반긴다. 난 이곳을 Thunder Mt.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나서 이틀이 지난 9월 5일, 이곳이 Thunder Mt. 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Thunder Mt.은 Baldy Notch에서 불과 1.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스키 리프트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어 전혀 정상같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Telegraph Peak에서 북쪽으로 1.5마일을 더 가야 나온다. 난 그저 리프트 승강장인가보다 하고 그 밑을 지나친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사람이 찍어 놓은 사진을 옮겨 논다. 나의 산행 순서대로 본다면 Telegraph Peak을 거쳐서 또 다시 1.5마일을 가야 나온다.
Thunder Mountain(8587피트), 이렇게 불도저로 밀어 놓아 정상같지 않은 정상이다.
2003년 5월 26일 이곳을 찾았던 사진 속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이곳에서의 느낌을 밝히고 있다.
'The broad top of Thunder Mt. has been bull-dozed and commandeered as the top of ski lift. It certainly doesn't have the feel of a "real" peak and is not the highest mountain around. But none the less, it was a good place to have lunch while enjoying nice views of the desert to the northeast, Baldy Notch, the canyons below, the Mt. Wilson area peaks to the west, Mt. San Antonio looming on the north, and Telegraph Peak looming to the south.'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Mt. San Antonio는 Mt. Baldy의 원래 이름이다.
Telegraph Peak 정상이다. 역시 깡통이 있다. 뚜겅을 열고 몇 자 적는다.
여기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침낭에 자고 있었던 사람들 빼고.
남녀 둘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서 3Tee를 하고 다시 리프트 타고 내려갈 예정이란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Mt. Baldy이다.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Mt. Baldy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편하게 갈 수 있는데 너무 돌아 간다. 그래서 난
경사 90도(?)의 이 길을 내려가기로 했다. 적어도 20분은 단축할 수 있다. 위험하지만 내리막 길을 내려가는 요령이 있다. 그냥 바로 내려가면 위험하다.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내려간다. 발 끝이 좌 우로 향하게 하면서 내 디딘다.
정말 심한 경사 길을 잘도 내려왔다.
드디어 Baldy Notch에 도착했다. 오늘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경품 뽑기도 한다. 내게도 표를 한 장 주길레 기다렸으나 꽝이다. 도착하자마자 세면을 하고 콜라 한 통과 얼음 한 컵을 사면서 더운 물을 얻을 수 있냐고 물었다. 더운 물을 한 컵 준다. 컵라면에 부었다. 스프를 2/3만 넣고 5분있다가 열은 후 밥 한 덩어리를 넣고 김치도 넣고 신나게 먹었다. 그리고 콜라. 죽인다.
이제 걱정이 태산이다. 어떻게 이 땡볕에 자동차 매연과 먼지를 먹으며 4마일을 걸을 것인가?
아무튼 덤벼든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을 터덜 터덜 걷는다. 어깨를 좌악 피고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한 걸음, 한 걸음 경쾌하게 걷는다. 정말 뜨겁다. 자동차들이 오르 내리며 뿜어대는 매연
내려가는 자동차들의 브레이크 밟으며 타이어 타는 냄새 장난이 아니다.
한참 내려오다가 Mt. Baldy Zen Center(일본 사람이 운영하는 절이다.) 앞에서부터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하나 둘 세기로 했다. 100을 세면 왼 손 손가락을 하나씩 접고 5개를 다 접은 후에는 다시 펴서 1,000을 카운트 한 다음에 오른 손 손가락을 하나 접는다. 오른 손은 천 단위이다. 이렇게 재밌게 2천 5백 쯤 세고 가는데 왠 트럭이 내려가다가 차를 세우더니 내게 물었다.
"너 Ride필요하냐?"
"물론이지."
잽싸게 트럭 조수석 문을 열고 뛰어 들었다. 자기가 올라가면서 내가 내려가는 것을 봤단다. 내려 가면서 또 보이길레 물었단다.
고마운 사람이다. 자기는 이 동네에 사는데 오늘 울트라 마라톤에 진행요원으로 봉사했단다. 이 마을 시티 디렉터로 자기 걸프렌드가 일하는데 무조건 봉사요원으로 책정했단다. 그런데 걸프렌드는 벌써 끝내고 집에 갔고 자기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면서 여자들의 명령에 남자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서 너는 그렇지 않냐고 묻는다. 나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과연 나도 그런가?
내 차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자기 이름은 존이라면서 악수를 청한다. 내 이름을 알려주면서 손을 굳게 잡았다. 제법 단단한 손이다. 노동을 많이 한 손이다. 자동차 시계는 13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 지도는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인데 난 왼쪽 하단의 Ice House Canyon Trail 부터 시작해서
Ice House Saddle을 거쳐 Timber Mountain까지 들렸다 가니까 이 지도에 다 나와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