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천재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분명 그들은 보통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며 남들이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추구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그들이 비상한 두뇌와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면 많은 의문점이 남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성취감을 맛볼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그러한 점이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천재들의 삶이란, 일반적인 보통사람들의 삶과는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너무나도 비상한 사고방식 때문에 일반인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한다는 건 어찌보면 불행함,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비상한 두뇌가 만들어낸 초현실적인 환영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건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몇단계 앞서가는 뇌구조때문에 겪어야하는 고통.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아니, 이해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세계. 바로 존 내쉬의 인생이 그러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무뚝뚝함 그 자체. 남들과 쉽게 융화하지 못하면서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충만한 모습.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삼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잔뜩 적어놓고 무언가를 찾는데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천재의 모습입니다.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금발미녀를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천부적인 직관으로 "균형이론"의 단서를 찾게되는 존 내쉬. 마치 그의 삶은 연구 이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 듯이 보입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현상도 그에겐 수학공식으로 표현이 가능하며, 그의 천재적인 발상은 그 무엇도 불가능해 보이질 않습니다. 천재로서의 그의 삶은 그 후로 탄탄대로를 걷는 듯 합니다.
당대 최고의 명문인 MIT의 교수를 맡게 되었으며, 당시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정부의 요청으로 비밀요원 윌리엄 파처(에드 해리스)를 만나 소련의 암호해독 프로젝트에도 참가하게 됩니다. 당연히 존 내쉬는 천재적인 직관은 여러 암호를 풀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랬던 그에게 어느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난제가 생깁니다. 그의 수업을 듣던 학생인 알리샤(제니퍼 코넬리)와의 사랑입니다.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해 승승장구해왔던 존 내쉬에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두 글자. 그런데 이 사랑이라는 두 글자는 여지껏 불가능이란 것이 없다고 믿어왔던 내쉬를 당황케 합니다. 무척이나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것인데, 당췌 이 사랑이란 것은 어디서 부터 시작해서 어디쯤에서 끝나는 것이지, 그 실체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주라는 곳을 가 본 적은 없지만 믿는 것처럼 사랑 또한 그러하다는 알리샤의 대답. 우주라는 것이 대충 어떠할 것이다하고 대충 짐작은 가능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선 확실하게 알 수 없듯이 사랑 또한 대략 어떤 것이라고 예상은 가능하지만 막상 무엇이라고 결론은 쉽게 내릴 수 없는 것. 적어도 존 내쉬에게 있어서는 이제껏 그가 경험했던 그 무엇보다도 풀기 어렵고, 난해한 것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어떤 공식으로도, 어떤 개념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입니다. 그리고 존 내쉬는 그를 그렇게 당황스럽게 만든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마치 그 깊이와 넓이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우주 공간과도 같은 그 사랑 속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내쉬의 행복한 삶은 그리 오래가질 못합니다. 그가 맡아서 수행해 온 여러 프로젝트들은 점점 그의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소련의 스파이가 자신을 뒤쫓아오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게다가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찰스라는 인물은 수시로 그의 앞에 나타나 혼란스럽게 합니다. 일에 매달릴수록 더욱 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내쉬. 드디어 그는 정신병원에까지 수용되는 처지가 됩니다. 도무지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이 지옥같은 생활. 하지만 그에겐 알리샤가 있었습니다. 내쉬 자신이 그렇게 우습게 생각했던 수많은 이론들과 프로젝트의 굴레에 사로잡혀 괴로워할 때 그를 진정으로 보살피고 다독거려 준 것은 그가 유일하게 풀어내지 못한 사랑이라는 공식입니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찌보면 축복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비극적이기도 합니다. 남들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많은 천재라는 호칭을 들었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인물들이 허다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이기도 한 존 내쉬의 삶 또한 무척이나 드라마틱한 삶입니다. 거칠 것 없고,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자만심 가득했던 그의 삶. 하지만 실제 그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던 건 지독한 정신적인 파탄이었습니다. 너무 생각이 많았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을까. 현실과 허구의 세계조차 구별할 수 없었으며 그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상속의 인물들로 인해 하루도 평온한 삶을 살아가질 못합니다. 마치 형이상학적인 그 어떤 문제도 술술 풀어냈던 그의 천재적인 두뇌처럼 그의 삶 자체도 형이상학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영화 후반부 노벨상 시상식에서 밝혔듯이, 이러한 그의 삶을 지탱해 준 것은 바로 사랑의 힘입니다. 천재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통과 괴로움이 점철된 삶을 살아온 그이지만 항상 그의 마음 한 구석을 꼭 부여잡고 유지시켜온 아름다운 마음. 그 어떤 방식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공식인 바로 사랑이라는 힘에 의해 존 내쉬는 최고 영광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이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이렇게 어느 천재수학자의 드라마틱한 삶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힘이 그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으며 그를 어떻게 이끌어가게 되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글래디에이터]에 이어서 또 한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노렸던 주인공 존 내쉬역의 러셀 크로우는 아쉽게 수상은 못했지만 자폐적이면서도 오만함. 그리고 진실한 사랑에 눈을 떠가는 존 내쉬역을 정말이지 멋드러지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알리샤역의 제니퍼 코넬리와 윌리암 파처역의 에드 해리스, 그리고 존 내쉬의 룸메리트였던 찰스역의 폴 베타니 등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를 계기로 제니퍼 코넬리와 폴 베타니는 결혼에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영화속 찰스의 여러가지 대사처럼 존 내쉬는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추구해 온 인물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천재로서의 운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은 결국 그를 고통속에 가두어 놓게 되었으며, 그의 정신세계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갑니다. 정작 자신의 눈 앞에 놓인 것은 보질 못했던 존 내쉬. 하지만 그의 곁에는 항상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느끼고, 감사하게 되면서 존 내쉬의 인생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 또한 가슴속에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되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여전히 그를 괴롭혔던 망상들은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두렵거나 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그 모든 것들도 그가 인정해야 할 것들이며, 그가 사랑이라는 영원히 풀 수는 없지만 그의 인생을 또 다시 뒤바꿔놓게 만드는 실체를 확인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그 무엇도 그의 삶을 이토록 행복하게 하질 못했습니다. 비록 뛰어난 두뇌와 수많은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너무나도 힘든 불행한 삶을 살아온 어느 천재수학자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게 되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는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 뷰티불 마인드.
개봉한 지 십년도 더 지나긴 했지만 다시 봐도 정말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예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