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슬토(mistletoe)와 암: 미슬토, 정말 효과가 있나?
미슬토, 들어보신 분도 많으실 것이고 사용해 보신 분도 많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구글에서 (한글로) 미슬토를 검색하면 약 78,300개의 검색결과가 나오고, (영어로) mistletoe 라고 검색하면 약 3,220,000 개의 결과가 나오네요. 이렇게 많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고, 특히 영어로 검색해도 나오는 것은 영어권 국가에서도 흔히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슬토 (mistletoe)란 무엇이며, 누가 언제 암 치료에 도입했는지, 그리고 정말 암환자에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
1. 미슬토 (mistletoe)란?
미슬토라는 이름만 들으면 순한글이름 같은데, 알고보면 유럽에서 사는 식물입니다. 우리말로는 "겨우살이"라고 합니다. 학명으로는 Viscum album, family Santalaceae, order Santalales입니다. 미슬토는 일반적인 나무나 풀은 아니고, 기생식물입니다. (정확히는 반기생식물 hemi-parasite)
미슬토는 여러 종류의 나무에 붙어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Haustorium이라는 구조물을 숙주에 꽂아 넣은 후 영양분과 물을 빨아들여 성장합니다. 미슬토에 감염된 숙주는 성장에 방해를 받게 되고, 감염이 너무 심하게 되면 죽기도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종류의 미슬토가 있지만, 보통 약제로 사용되는 식물은 유럽의 미슬토입니다. 원래 미슬토 (mistletoe)라는 명칭은 유럽 미슬토 (viscum album)에만 사용했으나, 이후로는 다른 종 (species)에도 미슬토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약용으로 사용되는 미슬토는 유럽 미슬토이며, 따라서 앞으로 기술하는 내용은 Viscum Album에 대한 것입니다.
2. 누가, 언제 암치료에 도입했나?
유럽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슬토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질긴 생명력이나 회복력을 경탄하며 그와 관련된 풍습이나 전설, 신화 등이 있습니다. 지금도 유럽쪽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미슬토를 걸어놓고, 그 아래에서 만나는 젊은 남녀는 키스를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네요.
고대 켈트족의 드루이드들은 미슬토를 종교의식에 사용했다고 하며, 유럽에서는 민간요법으로 부종, 간질, 간질환, 출산통, 심부전, 습진, 피부궤양, 화상 등에 사용해 왔다고 합니다.
미슬토가 암치료에 도입된 시기는 1916년으로, 인지학 (Anthroposophy)의 창시자인 Rudolph Steiner가 최초라고 합니다. 인지학은 교육, 의학 등에 많은 영향을 준 사상으로, 위키백과에서는 "지각적 체험과는 관계 없는 일종의 사고를 배양함으로써, 인지적 상상, 영감적 고취, 직관의 능력들을 계발하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합니다.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불가능하네요)
45세 때의 Rudolph Steiner
그가 미슬토를 암치료에 사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특정식물은, 인체 내에서 그 식물과 형태가 닮은 장기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미슬토는 숙주에 붙어 사는 기생체이며, 심한 경우 숙주를 죽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암도 숙주에게 기생하며, 최후에는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요. 따라서 기생식물인 미슬토가 기생세포인 암을 죽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치료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별로 의학적이거나 과학적인 생각이 아니지요.
마치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미슬토는 암에서 사용하는 대체의학 약품 중 현재 유럽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목이라고 합니다. 특히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은 아주 흔히 처방한답니다. 미국에서는 암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FDA에서 암 치료에 승인을 받지 못하여 임상시험 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암 환자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미슬토가 처방이 되고 있습니다.
3. 정말 암치료에 도움이 될까?
지금도 많이 처방되고 있고, 암치료에 사용된 역사가 길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미슬토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실험실 단계에서의 실험 (세포실험)에서는 미슬토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신뢰성이 높은, 제대로 수행된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을 늘린다거나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1) 미슬토 약제의 다양성 미슬토는 이전부터 민간 약제로 사용되었는데, 가지와 잎을 사용하되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를 유발) 최근 사용되는 피하주사용 제제들은 미슬토 추출물입니다. 미슬토 추출물의 경우 만드는 방법이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약제들에 대한 임상시험도 평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가령 물로 추출했는지 아니면 알콜 같은 용매를 사용했는지, 발효를 시켰는지, 어느 계절에 수확한 것인지 등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어서 판매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Abnoba extracts는 신선한 미슬토를 물로 불린 것이고, Helixor와 Isorel extracts는 찬 물에 추출한 것이며, Iscador extracts는 미슬토를 발효해서 추출한 것입니다. Eurixor와 Lectinol extracts는 겨울에 포를러 나무에 기생하는 미슬토를 수확해서 물에 추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2) 전임상시험의 결과들 인체에서 시행하는 임상 시험 이전의 실험을 전임상시험 (preclinical study, 또는 non-clinical study)이라고 합니다. Rudolph Steiner의 생각은 과학적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많은 세포실험 (in vitro test)에서 미슬토나 그 구성 성분 (alkaloids, lectins, 그리고 viscotoxins)은 항암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보고되는 효과들로는 세포자멸사 (apoptosis) 유도, 면역세포 자극, 면역세포를 보호하는 것 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그리 놀랍지는 않은 것이, 식물 추출물로 실험해 보면 항암물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중에는 실제로 항암제로 사용되는 물질들도 있습니다. 빙카 (periwinkle)에서 추출된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 그리고 주목나무에서 추출된 탁솔들이 그 예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암물질이 있는 식물추출물들은 독성이나 약동학적 특성으로 인하여 약제로 개발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슬토의 시험관 내에서의 항암효과를 보고 인체내에서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유추해 낼 수는 없습니다.
3) 메타 분석들의 결과 미슬토를 사용한 수많은 임상연구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후향적 연구 (retrospective trial)이거나 무작위 배정이 되지 않은 코호트 연구 (Cohort study)로, 연구의 신뢰성이나 재현성이 떨어지고 있고, 따라서 개별적인 연구를 살펴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근거중심의학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메타분석에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고 있는지 몇 개의 메타분석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근거중심의학에서 근거의 단계 http://oncologist.kr/220088166528)
A)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2003년에 게재된 체계적 고찰 (systematic review)에서는 10개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randomized controlle trial)을 검색하여 리뷰를 하였고, 이들 중에서 방법론적으로 질이 낮은 임상시험에서는 미슬토가 효과가 있는 경향을 보였지만 방법론적으로 흠 잡을 데 없이 수행된 연구에서는 모두 미슬토가 삶의 질이나 생존율 향상을 보이지 못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B) 가장 공신력 있는 잡지 중의 하나인 Cochrane database review에 2008에 실린 메타분석에서는 21개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분석하였습니다. 이들 중 13개의 연구에서는 생존율에 대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고, 16개에서는 삶의 질에 대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서 나온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연구의 질이 낮은 경우에 미슬토를 사용하면 생존율이 좋아진다는 경향이 있지만 방법론적으로 잘 수행된 연구에서는 생존율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보여주었고, 종합적으로는 미슬토가 생존율 향상을 시켜준다는 근거는 미약하다라고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The evidence from RCTs to support the view that the application of mistletoe extracts has impact on survival or leads to an improved ability to fight cancer or to withstand anticancer treatments is weak.).
그렇지만 삶의 질에 대한 연구에서는 미슬토가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보고가 된 연구가 많았고, (비록 그들 중 2개의 연구만 방법론적으로 잘 수행되었지만) 저자들은 유방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미슬토를 사용하면 삶의 질을 높여줄 수도 있지만, 연구 규모 등을 고려하면 삶의 질의 향상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에서 효과가 재확인되어야 한다라고 결론은 내렸습니다. (there is some evidence that mistletoe extracts may offer benefits onmeasures of QOL during chemotherapy for breast cancer, but these results need replication.)
C) BMC Cancer에 2009년에 게재된 체계적 고찰은, Iscador 한 가지 상품에 대한 49개의 연구들을 모아서 분석하였습니다. 선택된 연구들은 후향적 연구도 있었고, 전향적 연구 (prospective study)들 중에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은 11개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연구들을 모아서 통계를 냈을 때는 Iscador를 사용할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생존율이 향상된다 (전체 생존율 overall survival에 대한 위험도 hazard ratio 0.59, 95% 신뢰구간 0.53-0.66, p<0.0001)고 나왔지만, 무작위 임상시험만을 따로 모아서 분석하면 미슬토를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생존율 차이가 없었습니다. (Overall survival HR 1.24, 95% CI 0.79-1.92, p=0.35).
그리고 출판편향 (publication bias, 결과가 좋은 연구만 출판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연구는 알리지 않아서 출판물만 보면 결과가 좋게 보이는 편향)을 알기 위해 시행하는 Funnel plot에서 분석 대상 연구들에 출판편향이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무작위 임상시험만 모아서 분석한 결과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타 분석이 강력한 분석방법이기는 하지만, 후진 연구를 모아서 분석해봐야 후진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Garbage in, garbage out)
D) 위에 나온 메타 분석 또는 체계적 고찰 이외에도 European Journal of Medical research (2203년, 2007년), Evidence 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0년) 메타 분석 또는 체계적 고찰에서도, 삶의 질은 향상시킬 수도 있으나 생존율 향상은 방법론적으로 제대로 수행된 연구만 놓고 보면 향상된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고 종합할 수 있습니다.
4. 부작용은 없을까? 미슬토는 일반적으로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본인, 보호자 또는 의료진이). Cochrane database review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보고들을 분석하며 생명에 지장을 주는 큰 부작용은 없고 대개의 경우 부작용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 부작용은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부작용들은 주사부위 발적, 감염, 아나필락시스 (심한 알레르기반응), 호흡곤란, 출혈성 대장염, 대상포진, 단순포진, 관절통, 신부전, 림프관염 (lymphangitis), 이상감각 (paresthesia), 피부궤양, 현기증, 유육종증 (sarcoidosis)등이 있습니다.
5. 결론 미슬토가 완전히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의 근거수준으로는 암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뚜렷하게 효과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대로 설계되고 잘 수행된 대규모 전향적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있어야 정확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환자가 저에게 혹시라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맞아 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면 원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답해 드릴 것이며, 부작용이 없지는 않으며 근거중심의학에서 이야기하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것을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미슬토를 처방하는 의사들은, 아직까지는 생존율 향상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정확한 비용 (일주일에 3회를 맞으면 수 만원 가량 들어감) 및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하며 (미슬토가 비싸서 미슬토를 맞기 위하여 표준치료인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안 맞으려는 분도 계심), 그렇지 않으면 의료윤리의 기본 원리인 충분한 정보 제공 을 듣고 나서 치료를 선택 (informed consent)하는 환자의 자율권 (Autonomy)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의료윤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 therefore recommend mistletoe as a Christmas decoration and for kissing under but not as an anticancer drug. - Edzard Ernst, professor of complementary medicine. in British Medical Journal 2006
참고문헌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 2003. Mistletoe for cancer?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European Journal of Medical Research 2003. Mistletoe in cancer - a systematic review on controlled trials. European Journal of Medical Research 2007. Complementary cancer therapy: a systematic review of prospective clinial trials on anthroposophic mistletoe extracts. BMC Cancer 2009. Survival of cancer patients treated with mistletoe extract (Iscador): a systemiatic literature review. Evidence 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0. Individual patient data meta-analysis of survival and psychosomatic self-regulation from published prospective controlled cohort studies for long-term therapy of breast cancer patients with a mistletoe preparation (Iscador).
British Medical Journal 2006. Mistletoe as a treatment for cancer: Has no proved benefit, and can cause harm. Lancet oncology 2013. Mistletoe: for cancer or just for Christmas?
자료출처: 종양내과 전문의 박인근
NOTE: 암환자분들은 의료적인 전문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어떠한 정보에 관하여 무작정 신뢰를 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말에 잘 현혹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접하는 수 많은 정보들이 오히려 혼돈을 일으키고 과연 어떠한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문 의료진과 상의를 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처 방법이지만 개인에 따라 자연 요법으로 대응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다양한 보조적 요법이나 보완적 방법중에서 유효성이 가장 높은 것을 잘 선택하여야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금전적 손실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암과 투병하면서 좋다고 하는 것들은 수도없이 많이 존재를 합니다.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모두다 시도 할 수 없기에 환자와 보호자는 신중하고 검토를 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여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슬토주사와 같은 것도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분들이 시도하는 것이며 치료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극심한 가려음증상이나 대상포진과 같은 것이 발병하면 암과 투병하기도 버거운데 이중고를 겪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판단을 하여야 합니다.
그 동안 많은 암환우님들이 기본적으로 미슬토주사를 맞고 가정에서 자가 주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경험 사례를 종합해 보면 굳이 맞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강하게 듭니다. 암과 투병하면서 뭐라도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게 되지만 가능하면 환자에게 부작용없이 회복에 도움이 되는 그러한 요법들을 잘 선택하였으면 하는 생각 입니다
현대의학 자연의학 그리고 의용공학의 세계 더라이프 메디칼 ㅣ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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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의학,자연의학 그리고 의용공학의 세계 원문보기 글쓴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