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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틀새 번갈아 더위·폭설… ‘이상기후 역습’에 수백명 숨져 [세계는 지금]
박영준별 스토리 • 어제 오후 9:22
“여름이에요. 날씨가 미쳤어요.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 캠퍼스에는 반바지와 반소매 티, 민소매나 배꼽을 훤히 드러낸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로 한여름 같았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남학생은 “날씨가 정상이 아니다”면서도 “겨울에 여름 날씨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웃었다. 식당이나 커피숍의 야외 테이블이 가득 찼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없이 가벼웠다. 이날 워싱턴의 낮 최고기온은 27.2도를 기록했다. 워싱턴 지역 방송사인 WTOP 등은 1874년 이후 149년 만에 2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포토맥강 공원 인근을 찾은 남녀가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기자© 제공: 세계일보
앗 그런데, 여름 날씨도 잠시, 이틀 뒤인 25일 워싱턴 낮 최고기온은 4.4로 떨어지고, 눈발이 흩날렸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는 24일, 34년 만에 겨울 폭풍 경보가 발령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일부터 26일까지 LA 북부와 동부 산악 지대에 약 2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졌다. LA에서 200㎞ 남동쪽에 있는 샌디에이고에는 사상 첫 눈보라 경보가 발령됐다. 당국은 LA에 몇 년간 이어진 폭염, 폭염에 따른 산불의 영향으로 폭설이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 기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셈이다.
◆워싱턴 벚꽃 개화 코앞… 서부는 눈 폭풍
미국 이상 기후는 이번 겨울 절정에 달했다. 미국 동부에는 기록적인 온화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서부지역에는 겨울 폭풍과 폭설, 한파가 이어지면서 양극단을 달렸다.
6일 워싱턴 벚꽃 구경의 명소인 조지 메이슨 메모리얼과 토머스 제퍼슨(이상 미국의 국부이자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꽃구경을 나온 연인과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 거리에는 목련과 개나리가 만발했다.
美, 이틀새 번갈아 더위·폭설… ‘이상기후 역습’에 수백명 숨져 [세계는 지금]© 제공: 세계일보
워싱턴을 감싸고 흐르는 포토맥 강가 주변에는 이미 활짝 핀 벚나무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자주 이곳에 들른다는 캘빈씨는 “올해는 확실히 꽃이 일찍 피었다”면서 “열흘만 있으면 벚꽃도 활짝 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ABC방송은 최근 워싱턴에 봄이 빨리 찾아오면서 3월 중순에는 벚꽃이 만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벚꽃이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루는데 지난 1월 워싱턴의 평균 기온이 약 7.3도로 평년인 2.9도보다 무려 4.4도나 높아 벚꽃 절정도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서부지역에서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폭설이 쏟아졌다. 사막이 많은 애리조나에는 2월 말부터 폭설이 내렸다. NWS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시에 3.3m가 넘는 눈이 쌓였다. 선인장이 눈에 뒤덮인 광경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폭설로 곳곳에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는 주민들에게 지붕 붕괴 징후를 확인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