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교회에서 나와 다음으로 찾아간곳은 금마면 신룡리 구룡마을이다
우리나라 대나무숲의 북방 한계선이자 현존하는 대나무숲중 국내에서 가장 큰 50,000㎡ (약 만5천평)으로 담양의 죽록원보다
더 큰 대나무 숲이다. 죽록원이 잘 꾸미고 가꾸어 세련된 도회지 아가씨의 느낌이 난다면 이날 본 구룡마을 대나무 숲은
꾸미지 않고 수수한 시골처녀의 모습이라 더욱 정겨웠다.
그러고 보니 익산은 우리나라 야생차의 북방한게선이기도 하니 대나무의 북방한계선과 함께 지리적, 식물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인것 같다.
예전에는 이 대나무로 죽세품을 만들어 우리나라 3대시장의 하나인 강경장에 내다팔고 이 죽제품들이 경기도 충청도까지 비싼값에
팔려나갔기 때문에, 생금(生金)밭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대나무 몇그루에 쌀 한가마의 소득이 나온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출현으로 인해 대나무숲이 방치되었고, 많이 황폐해졌으며 특히 2005년 겨울에 냉해를 입어 많은 대나무가
말라 비틀어져 죽어 버렸다고 한다.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지금은 많이 복원되고 있는중이다.
죽록원과는 다르게 마을 한가운데 있고 평지에 있다. 다만 죽록원의 대나무 보다 굵기가 작았다.
폭 100m, 길이 700~800m 정도로 아주 큰 대나무숲이다.
입구
바닥에 다발로 묶여진 대나무가 2005년 겨울에 냉해를 입은 것들이다.
대나무는 늦은봄 죽순으로 나와 한달만에 다 커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60년만에 모든 대나무가 한꺼거번에 꽃을 피운다음 다 죽어버리고
다시 새로 태어난다고 한다. 대나무 숲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마을 이장님. 이장님 이 젊었을대 대나무가 꽃을 피우고 죽는것을 딱 한번
보았다고 한다.
작년에 새로 자란 대나무
길바닥에 죽은 대나무 잎이두껍게 깔려 아주 푹신푹신 하다.
성근 대나무숲 사이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고 어두컴컴한 숲을 혼자 거닐면 아늑한 느낌도 들것같다.
익산시에서는 이곳을 잘 정비해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너무 요란하지 않게 모두가 좋아하고 걸어보고 싶은 대나무 숲으로 가꿨으면 한다.
15~6년전 태풍으로 쓰러진 거목.. 참나무인데 쓰러진 상태에서도 일부 뿌리에서 영양분을 섭취해 도토리가 달린다고 한다.
이 대나무숲을 거닐며 복효근 시인의 "대숲에서 뉘우치다" 란 시를 떠올려 본다.
바람 부는 대숲에 가서
대나무에 귀를 대보라
둘째딸 인혜는 그 소리를 대나무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라 했다
언젠가 청진기를 대고 들었더니 정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우긴다
나는 저 위 댓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가
대나무 텅 빈 속을 울려 물소리처럼 들리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 뒤로 아이는 대나무에 귀를 대지 않는다
내가 대숲에 흐르는 수천 개의 작은 강물들을
아이에게서 빼앗아버렸다
저 지하 깊은 곳에서 하늘 푸른 곳으로 다시
아이의 작은 실핏줄에까지 이어져 흐르는
세상에 다시없는 가장 길고 맑은 실개천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바람 부는 대숲에 가서
대나무에 귀를 대고 들어보라
그 푸른 물소리에 귀를 씻고 입을 헹구고
푸른 댓가지가 후려치는 회초리도 몇 대 아프게 맞으며
첫댓글 인혜가 말하던 그 푸른물소리에 귀를 씻고 입을 헹궈 보고는 싶은데,
유담형님! 회초리는 사양할게요 ㅎㅎㅎㅎㅎㅎㅎ
쭉 따라 사진을 보며 읽어 내려온 포스팅의 마지막에 저런 멋진 시 한소절까지 겻들여지니
점점 속세에 찌들어가는 권형에게 삶의 묘약과도 같습니다. ^^
멋진 시 한소절 가슴깊이 담아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