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줄 메모장>에 너무도 오랜만에 독한 작업이 들어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1주일 기한에 약15k 분량이었어요.
이틀 후 납기를 연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5k가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거래처에서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고민할 시간을 주더군요.
고민 끝에 언제 또 독한이 들어오랴 싶어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차분을 끝내고 지금 추가분 작업 중인데, 내용은 직원 교육용 동영상 원고입니다.
추가분에 대해서는 원본 스크립트도 안 주네요.
이 문서는 오디오 녹음을 하는 부분이 있고, 안 하고 스크린에만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히 오디오 부분은 자연스럽게 번역하고, 이 두 부분이 겹치는 경우 동일하게 번역해달랍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어느 것이 오디오 부분인지 알아보는 방법을 제시해 놓았네요:
메모큐 작업인데, 각 세그먼트 끝에 있는 주황색 풍선을 클릭하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670개가 넘는 세그먼트를 일일이 클릭해서 오디오인지 아닌지 확인하라? 헐...!
애초에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제가 일차적으로 잘못입니다.
변명이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 더구나 너무도 오랜만에 받는 독한 작업인데, 재고 따지고 할 여유가 있나요?
아직 갈 길이 먼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열이 치받쳐서 작업을 중단하고 여기에 쏟아 놓습니다.
두통이 생길 지경이에요.
퀄리티 번역을 요구하면서 이렇게 열악한 조건을 제시해도 되는 겁니까?
원청업체의 태도가 괘씸할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들어온 독일어라고, 좋다고 최선을 다하던 제 어리석음에 치가 떨리도록 화가 납니다.
언젠가 가드너님께서 해주신 "최선을 남발하지 말라"던 조언이 떠오릅니다.
이제 오디오든 안 오디오든, 너무 이상하지만 않게 중립적인 표현을 쓰기로 했습니다만,
왜 이런 지혜는 어리석음으로 치를 떨고 나서야 생각나는지...ㅠ
황당하게도 이 상황에서도 이성이 작동하여, '이게 다 공부니라' 하고 자신을 타이릅니다.
자연스럽게 느낀 진리가 아니라 억지로 해석한 것이다 보니 머리에 화살이 박히는 기분이네요. 젠장...
하도 씩씩거려서 배가 고픕니다. 밥 먹으러 일어섭니다.
첫댓글 불황이던 어떻든 재고 따져야 합니다. 불황이라고 많은 번역사가 저자세로 나오면 안됩니다. 정말 20년 전보다 지금이 번역 환경이 더 안 좋은 것 같아요. 나린님 작업 얘기를 들으니 제가 다 화가 나네요. 무슨 670개가 넘는 세그먼트를 일일이 확인한답니까. 그에 합당한 작업료를 줍니까? 진짜! 저도 며칠 전에 드럽게 짜증 나는 작업 때문에 PM하고 한바탕했어요. 작업료를 올려주긴 했지만, 그 작업이 다시 온다면 안 받을 거에요, 요즘 번역 환경에 한숨만 나와요. 진짜 최선을 남발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주의사항에 나와 있는 그 설명을 간과했어요. 살폈더라도 작업은 수락했겠지만... 아무튼 불황이라고 저자세로 나오면 안된다는 말씀 명심할게요. 그리고 거래처에도 앞으로 이런 조건으로 의뢰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말해야겠어요.
저도 메일을 차분히 읽지 않아 골탕 먹은 적이 있습니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이 나이 탓일까요? 아무튼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ㅠㅠ
반가운 마음에 성급하게 굴었죠. 이제 좀 차분해질 때도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