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알코올성분 들어가면 안돼 중동에 식품수출 하려면 '할랄' 필수
부산에 있는 농심 라면 공장 내 12개 생산 라인 중 3개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분말 수프에서 고기 성분을 빼는 것은 물론, 면발 및 수프를 만드는 수십 가지 첨가물에도 돼지고기나 알코올(0.5% 이하)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할랄 신라면' 전용 라인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인가? 아니다. 무슬림이 먹는 식품인 '할랄(halal)' 인증을 받아 중동·동남아 등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도축·생산·가공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할랄 인증이 이슬람 국가 수출에 필수 조건이 되면서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인증 붐이 불고 있다. 풀무원과 농심의 라면, CJ제일제당의 김치·햇반·김, 크라운해태제과의 죠리퐁·콘칩,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뿌리삼·홍삼농축액 등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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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고기와 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마약같이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도 안 된다. 육류는 이슬람 율법이 정하는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만 먹을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도축 전 코란 기도문을 암송한 뒤 동물 머리를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 방향으로 돌리고 칼로 목을 따 피를 제거한다.
할랄 인증 기관은 전 세계 200여개에 이르며, 기관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인증은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인증 업무를 맡고 있다. 재인증·신규 등을 합해 지난해 120여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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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중앙회의 박창모 할랄위원장은 "라면은 수프에서 고기 성분을 뺐는지, 과자는 고소한 맛을 내는 돼지기름을 첨가했는지 여부를 주로 체크한다"며 "할랄과 하람은 'P (Poisonous·독)·I(Intoxicate·취〈醉〉)·H(Hazardous· 위험)'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고 했다. 그는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 중금속, 잔류 농약, 방사성물질인 세슘 등 새롭게 대두한 위험 요소들도 판정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이태원 이슬람 사원 인근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만 취급하는 할랄 식당과 식료품점이 몰려있다. 식당 입구와 제품에는 할랄 표시가 되어 있다. 국내에는 할랄 전용 도축장이 없어 할랄 고기는 전량 수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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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코셔 율법은 할랄보다 기준이 엄격해 유대인들은 할랄 식품을 못 먹어도 무슬림들은 코셔 식품을 먹을 수 있다"며 "할랄·코셔 식품은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타 종교인 사이에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품질보증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2014-04-19 전문참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8/20140418015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