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잇단 법정관리 직행…‘도덕적 해이’ 논란
한겨레 | 입력 2011.04.13 20:50 | 정세라 /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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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이어 삼부토건도 워크아웃 논의조차 안해
부도 직전 CP 집중 발행…개인들 피해 불보듯
경영권 보전 가능하고, 법정기간 단축도 영향
중견 건설사 삼부토건이 엘아이지(LIG)건설과 닮은 꼴로 채권단에 알리지도 않고, 법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직행한 데다, 최근 한달 동안 기업어음(CP) 727억원어치를 집중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은 법정관리 철회를 요구하는 채권단과 삼부토건에 '원만한 해결'을 주문하는 한편,
삼부토건 기업어음 발행 과정과 투자자 피해 문제에 대해서도 주시할 뜻을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 삼부토건 기업회생절차 철회 갈등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채권단이 후속 조치를 상의중인 것으로 안다"며,
"다음주 월요일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좋은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삼부토건이 부도 직전에 기업어음을 대량 발행한 것과 관련해 검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삼부토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간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채권단과 삼부건설이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삼부토건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담보 제공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건설사들이 은행 채권단과 제대로 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논의도 없이
법원 회생절차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기업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기업 오너의 경영권을 보전해주는데 관대하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법원은 법정관리 기업의 자회사 경영권 등은 터치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법원 직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부토건이 채권단으로부터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의 담보 제공을 요구받자,
이를 내놓지 않으려고, 법정관리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은 삼부토건이 95%의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이다.
이런 선택에는 새로 도입된 법원의 패스트트랙 제도도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수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걸리던 법정관리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짧게하는 이 제도를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채무 상환만 동결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는 기업어음 등
일반 상거래 채권까지 모두 지급이 정지돼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운다.
■ 기업어음 시장 얼어붙나
엘아이지건설과 삼부토건은 부도 직전 기업어음을 집중적으로 발행했다.
삼부토건은 지난달 25일 60억원어치의 기업어음을 발행했고, 엘아이지건설은 법정관리신청 열흘 전 42억원을 발행했다.
기업어음은 지난 2008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발행주체(상장사 등), 만기(1년 이내), 최저액면금액(1억원),
신용등급(B이상) 등의 발행 요건이 모두 삭제되면서 단기자금 융통 수단으로 각광받아왔다.
'07년말 55조원대이던 기업어음 발행 잔액규모는 '08년말 68조원대로 증가했고, 올 2월말에는 83조원대로 커진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어음은 원래 단기자금 조달용이지만, 문제가 된 기업들은 은행권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3~6개월짜리 기업어음 돌려막기로 장기 자금 수요에 대처한 것 같다"며,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던 개인들이 이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도
투자 위험도를 너무 쉽게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어음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양수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장은 "삼부토건 때문에 기업어음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 같다"며,
"기업어음 발행 수요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고,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