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머무를 것인가
만약 거대한 폭풍우가 몰려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반?, 하강? 아니면 머물러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실제 부딪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한가지 사실만은 지속적으로 증명되어 왔었다. 기상악화로 인한 빅월에서의 사망사고는 적절한 장비와 현명한 판단으로도 대부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적절한 장비란 합성 섬유원단, 통기성있는 방수원단, 포타렛지 레인 플라이(포타렛지가 있던지 없던지 간에..), 등반용 장갑을 포함한다.
만약 폭풍우가 몰려올때, 지상이나 정상까지 도달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지상으로 내려가든 정상까지 가든 그렇게 하라, 그렇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면 물 폭포를 피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가장 가까운 장소로 이동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일반적으로 탈출하는 것이 좋은 장비로 적절하게 비박지점에서 머무르는 것 보다 훨씬 위험하다. 등반을 하던 탈출을 하던 간에 겉에 입은 자켓 안으로 물이 스며들고 확보장비가 물을 머금고 있으면 홀딱 젖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동작을 멈추고 있으면 비바람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리고 체온이 떨어지면 손도 카라비너를 더듬거릴 정도가 되어버리거나 아예 아무런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적지 않은 수의 클라이머들이 엘캐피탄 정상까지 불과 몇 피치 남겨 놓지도 않고 죽음을 맞이 하여 왔다. 그들은 아마도 등반하기 때문에 체온이 유지될거라 판단했었거나 현재 상황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서 탈출할려고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방수기능의 장비와 은신할 수 있는 몇가지 장비( 비비색이나 레인 플라이)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악화된 기상 속에서 등반을 하거나 탈출하는 것보다 파트너와 함께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머무르고 있는 것이 항상 최상의 방법은 아니다. 폭풍우 속에서 빅월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위험은 폭포 형태로 떨어지는 물이다. 아주 작은 형태의 폭포조차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신이 확보용으로 연결한 모든 것들이 수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에 젖는 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물에 젖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체온이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레벨이다. 바위에 보이는 흑색 무늬층은 폭풍우 때 생기는 폭포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흑색무늬층이 아니라 할 지라도 엘캐피탄의 뤅킹피어(Lurking Fear)나 웨스트 버트리스(West Buttress)와 같은 곳에서는 비가 내리면 물이 당신 머리위에서 지속적으로 가만히 모여 있다가 거대한 물 폭탄이 되어 떨어진다.
엘캡에서 폭풍우를 기다리고 있다.
기상과 관련없는 탈출 또는 안전과 관련한 요인들 :
나는 온몸이 쑤시고 아프기 때문에 탈출하는 것인가? 아님 순간 바위에 압도당해서 탈출하는 것인가?
몇몇 다른 신체적 행동들도 이러한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2,900피트의 직벽을 오를 때 느끼는 감정적 흥분을 동반하기도 한다. 엘캡을 등반한다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몰입되는 순간 대부분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위험한 등반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이곳은 자연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만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런 환상적인 경험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몇 가지 지점에 관해서는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엘캡 메도우(Meadow)에서 심한 고통을 느낀다든지 또는 스토브렉 크렉(Stoveleg Crack)에서 트레버스를 갈려고 하면 아마도 탈출하고 싶은 충동이 솓구칠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거벽 클라이머들이 이것을 경험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당신이 위험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이 지점들에 대한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공포심을 느낄 수 밖에 없고 등반을 지속할 수가 없다 아니면 당신이 약간 똘아이던지...
인공등반의 마스터 맥닐리(Mcneely)가 얘기했던 것처럼 " 처음 며칠은 탈출해야 될 이유들이 머리속에서 소용돌이 치게 되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이러한 이유들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에 의존해 성공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사전에 대비하여 훈련해왔던 모든 것들이 빛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만약 당신이 이 책에서 얘기하는 요점들을 단계별로 따라하고 훈련을 했다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약간의 지극히 당연한 공포심만 느낄 것이다. 빅월 기술에 대한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데 집중해라 그러면 공포심은 녹아 없어 질 것이다. 만약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탈출하는 것이 최상의 옵션일 수 있다. 당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등반중에 하나로 기록될 수 도 있는 이 등반이 기록에서 지워지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자신감 있게 이곳을 등반하길 원할 것이고 스릴 넘치는 이들 피치에 대해서 진정어린 감사를 표할 자격을 가지고 싶을 것이다.
만약 진짜로 사전 준비도 없이 빅월에 간다면 당신 자신과 당신의 파트너, 그리고 출동할 지도 모를구조대까지 모두 위험 속에 몰아 넣는 것이다.
거벽에 압도 당했을 때, 대처 방법
1.- 당신이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좋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벽에 압도 당했을 때 몇 개 되지 않은 나의 조언 중의 하나는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훈련을 하고 왔다면 천천히 등반하면서 긴장을 풀고 앞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떠한 벽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다.
2.- 노래를 불러라. 이렇게 하는 것은 무서운 인공등반을 특히나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래를 부르는 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등반내내 부르지는 마라. 그저 무섭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만 불러라.
3. - "추락먹고 싶다" 고 정신적으로 자신을 속여라. 이건 에이몬한테 얻은 최신 기술이다. 완전히 직관으로 보는 것과 반대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추락이란 것이 대부분 머리속에서만 그려지기 때문에 때때로 심리적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4.- 등반 잘하는 파트너가 연속으로 선등하게 하지 말라. "Stronger Partner Malaise" 라고 불리우는 빅월에서 널리 알려진 현상이 하나 있다. 만약 파트너가 당신보다 등반력이 좋다고 연속으로 선등을 하게 놔두면 당신은 소극적인 자세로 빠져버리게 되고 선등에 대한 두려움이 갑작스럽게 더욱 깊어 진다. " 말에서 떨어지면 다시 올라타야 한다" 라는 말과 비슷하다.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을 선등시키도록 노력해라. 그럼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이다. 아마 당신 파트너는 남은 피치를 선등해서 등반을 마치려고 하겠지만 말이다. 나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양쪽 입장을 수도 없이 겪어 봤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 Stronger partner Malaise" : 한국에 없는 말이라 참 난감하네요! 직역을 하면 "등반 잘하는 파트너 병?" 아마도 등반 잘한다고 선등만 자기 혼자하는 사람들 보고 약간 비웃듯이 불리우는 용어 같네요 하나의 병으로 불리우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중2병이 있는 것처럼.
5.- 머리속에서 되새겨라. " 느린 것이 순조롭고 순조로운 것이 빠르다" 이 말은 사실 군대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빅월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벽을 오르기 위한 수천가지의 개별 행동들은 감정적 흥분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천천히 순조롭게 하나하나 해내다 보면 모든 벽들이 발아래로 지나가게 된다. 효율적으로 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은 미친듯이 캠을 부여잡고 비너에 클립하지 않는다. 그들은 벽에 오르기 위한 모든 행동들을 시종일관 순조롭게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