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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보물 설치
확보물을 설치하는 기술은 암벽을 선등할 수 있는 클라이머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확보물이란 등반자와 추락을 '심하지 않게', 특히 리더가 추락했을 때 땅바닥 또는 테라스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중간에서 막아 주는 인공 또는 자연적인 보조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십여년 전만 해도 선등자는 떨어지지 않는게 상책일 뿐, 상당한 거리를 중간확보 없이 추락시의 중상 또는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하며 등반하곤 했다. 당시의 클라이머들은 오히려 가급적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고 등반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기존 확보물 이외의 확보물을 설치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훨씬 어려운 루트를 등반하는 요즘에는 선등자가 추락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이다. 하지만 등반은 보다 안전하게 행해진다. 클라이머가 추구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라 곤란이다. 지금처럼 '보다 곤란한 루트를 보다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현대의 혁신적인 확보물들과 세련된 설치 기술 덕택이라 할 수 있다.
확보물
암벽과 클라이머(또는 클라이머가 묶고 있는 자일)를 연결하는 수단이면 어떤 것이라도 확보물이라 할 수 있다. 즉 암각이라든지 나무, 바위의 구멍, 촉스톤, 얹혀져 있는 커다란 바위 등 자연적인 확보물도 있고, 하켄, 너트, 프렌드, 볼트 등 인공적인 확보물도 있다. 이중 볼트를 제외한 인공적인 확보물은 그것을 설치하려면 크랙이나 구멍 등 적당한 조건이 바위에 있어야 한다.
확보물은 한쪽 방향으로만 힘을 받아 주는 방향성 확보물과 어떠한 방향으로도 힘을 받아 주는 비방향성 확보물이 있다. 즉 나무, 볼트, 바위의 구멍, 잘 설치된 하켄 등은 비방향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확보물을 설치할 때는 반드시 전체적인 확보 시스템을 고려해 각각 알맞는 방향으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
클린 클라이밍
기술적인 등반이 시작된 1920년대부터 하켄은 불가능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만능의 도구로 시대를 앞서가는 클라이머들에 의해 애용되고 있었다. 유럽의 연질 하켄은 미국으로 건너와서는 요세미테의 거벽등반에 알맞게 변형되었다. 즉 반복되는 설치, 회수에도 잘 찌그러들지 않는 단단한 재질의 하켄이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바위보다도 강한 이 하켄을 일년에도 수백의 팀이 등반하며 암벽에 박았다 뺐다하니 바위가 성할 리 없었다. 얇은 블레이드형 하켄이 들어가던 크랙은 이제 중형 앵글 하켄이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고, 앵글이 들어가던 곳은 발이 들어갈 정도가 되었다.
하켄이 바위에 남긴 상처는 클라이밍의 매력 - 미지에의 도전감 등 - 을 감소시킴은 물론 자연을 파괴하게 되었다. 60년대 후반 미국의 클라이밍계를 리드하던 로열 로빈스, 더그 로빈슨, 존 스태나드 등은 그래서 '클린 클라이밍'을 주장하게 된다.
즉, 암벽에 흠집을 내는 하켄 대신 자연적인 확보물과 너트를, 힘 대신 기술을, 해머 대신 손가락을 사용하여 조용히 아무 흔적없이 등반하자는 것이다. 등반가들에게 크랙이란 일종의 탐미의 대상이다. 클린 클라이밍을 통해 클라이머들은 이제 누가 같은 루트를 오르더라도 초등반에서 맛볼 수 있는 모험심과 창조의 기쁨, 등반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확보물은 언제 설치하나
확보물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지점은 대개 확보물을 설치하기 가장 곤란한 지점일 경우가 많다. 미숙한 선등자일수록 확보물을 설치하가 좋은 쉬운 지점은 그냥 지나친 후, 어려운 부분에 직면해서 그제서야 확보물을 설치하려고 애를 쓰는데, 이미 등반하기 어려운 부분은 확보물을 설치하기도 어렵기 마련이다. 든든한 확보물을 설치하는 일은 선등자가 해야할 일 중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등반하기 쉬울 때 미리미리 확보물을 설치하라! 즉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확보물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또한 확보물은 필요할 때, 즉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낄 때 해야 한다. 확보물 설치가 필요한 때란 다음의 경우이다.
1. 출발 초기에 설치하라.
가장 위험한 추락이란 확보자 머리 위로 바로 떨어지는 추락이다. 등반을 시작한 후 초반 5~6m 안에는 튼튼한 확보물을 두개 정도 설치하여 피치 진행의 교두보로 삼는다. 최초의 확보물은 확보자 바로 위에 설치한다.
2. 추락할 경우 어딘가에 부닥칠 것 같은 자리에 설치하라.
등반하기 쉬워도 위험한 암벽이 있다. 예를 들면 경사가 완만하고 암각이나 테라스, 렛지 등이 많은 곳은 오르기는 쉬운데 떨어지면 그만큼 부딪힐 확률이 크다. 선등자는 쉬운 루트라도 이같은 위험을 내포하는 지대를 지날 때는 미리 알맞은 확보물을 설치해야 한다. 스타트는 무조건 6급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땅바닥이나 커다란 테라스에서 바로 등반을 시작할 때다. 이런 지점은 초반에 확보물을 설치하더라도 어느 정도 올라가서 확보물을 설치하기 전까지는 땅바닥까지 추락하는 것을 면할 수가 없게 된다.
3. 확보물을 설치하지 않으면 심한(또는 긴) 추락이 예상될 때 무조건 설치하라.
이러한 지점에서 미숙한 클라이머는 자신이 처한 상황를 깨닫고 공포심 때문에 몸이 굳어 오히려 부적절한 동작을 취한 나머지 균형도 깨지고 힘도 빠져 결국 떨어져 버리는 수가 많다. 이런 곳에는 반드시 확보물을 설치한 후 자신있게 오르도록 한다.
확보 시스템과 방향성
개개의 확보물은 보통 아래 방향으로 힘을 받도록 설치한 후 자일이 통과된다. 이 경우 확보물이 만약 일직선상에 설치되어 있다면 추락시 가장 높이 설치된 확보물과 맨 아래의 확보물이 각각 힘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선등자는 똑바로만 등반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홀드나 확보 지점을 찾아 이리저리 올라가면 확보물을 좌우로 설치하게 된다. 이때 좌우로 설치된 확보물에 그대로 자일을 통과시키면 로프는 확보물을 옆으로도, 윗방향으로도 당기게 되어 결국 뽑히기도 한다.
선등자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점에 유의하여 확보물을 설치해야 한다.
1. 등반 라인은 일직선이 안되더라도 확보물은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설치한다.
2. 러너(흔히 슬링이라 함)를 사용하여 확보 포인트가 일직선상에 정렬되도록 한다.
3. 확보물은 가급적이면 위로, 또는 옆으로도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한다.
4. 일정 방향으로만 힘을 받는 확보물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설치하여 비방향성 확보물이 되도록한다.
5. 확보자를 떠나 맨 처음 설치하게 되는 확보물은 윗 방향으로도 옆방향으로도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한다.
마지막 상황은 전체 확보 시스템 중 가장 중요하다. 이는 물론 그 다음 확보물을 설치하기 전까지 선등자 충격을 전부 받아내야 하는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확보물을 설치한다 해도 추락시의 충격은 확보자의 제동력과 더불어 이곳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번째 확보물은 각별히 신경을 써서 윗방향으로도 또는 옆방향으로도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한다.
자일의 끌림
자일 한 동은 약 4kg의 무게가 나간다. 여기에 암각, 확보물 등을 지나고 바람까지 받게 되면 자일의 중량감은 몇 갑절로 늘어난다. 등반자가 느끼기에 자일이 순조롭게 끌려 오지 않는다는 것은 자일이 확보물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것은 확보물이 자일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일의 끌림(rope drag)은 추락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확보물을 빠지게 하고 동시에 자일의 충격흡수 기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선등자는 확보물을 설치할 때 자일이 끌리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 러너를 사용한다.
러너는 자일의 끌림을 방지하는 동시에 자일의 움직임이 확보물에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해 준다. 특히 등반라인에서 다소 벗어난 곳의 확보물이나 크랙 깊숙이 설치한 확보물에는 적당한 길이의 러너를 사용해 준다. 아래 방향으로만 힘을 받도록 설치된 확보물에는 러너에 여분의 장비 등 무게를 달아 자일의 움직임에도 옆으로 당겨지지 않고 밑으로 쳐지게 해 준다. 러너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확보물은 거의 없다.
2. 일렬로 설치된 볼트나 고정 하켄에는 카나비나를 두 개 이어 건다.
첫번째 카라비나는 확보물에, 두번째 카라비나에는 자일을 통과시켜 러너를 대신한다. 이때 카라비나 개폐구의 방향을 자일 진행방향과 잘 맞춘다.
3. 오버행이나 돌출된 암각, 또는 모서리를 지날때는 넉넉한 길이의 러너를 걸어준다.
이렇게 해야 카라비나나 모서리에서 자일의 꺾임이 줄어 끌림이 줄어든다. 미숙한 후등자는 위로 올라갈 때보다는 옆으로 횡단할 때 더욱 곤란함을 느낀다. 더구나 선등자가 위험을 느껴 확보물을 설치하고 어려운 동작을 성공시켜 넘어선 다음 옆으로 트래버스를 하거나 비스듬히 위로 올라갔을 경우(이때 선등자는 쉬운 지대로 무심코 멀리 건너가 버린다!) 뒤따라 이 부분을 지나가야 할 후등자는 상당한 위험과 곤란에 노출된다. 가엾은 후등자는 확보물을 회수한 후 어려운 부분을 무사히 넘어가지 못하면 크게 진자식 추락을 하여 맞은편 벽에 충돌하거나 다음 확보물까지 날아가 버린다.
트래버스 중 확보물 설치
트래버스를 하려는 선등자는 후등자를 위해 반드시 어려운 부분의 전후를 살펴 후등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확보물을 설치해 주여야 한다. 특히 암벽의 상태가 만약 후등자가 떨어지면 허공으로 퉁겨지거나 다른 벽에 부딪힐 만한 상태라면 이러한 곳에 확보물을 설치하는 것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선등하는 편보다 따라가는 편이 더 어렵고 위험한 피치가 있다. 횡단하는 루트가 대개 그런데, 초보자를 이런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가급적 피할 일이다.
확보물 설치 간격
한편 과도한 확보물의 설치는 등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도전감 등의 매력을 감소시킨다. 자신의 팔이 닿는 부분에 미리 확보물을 설치하고 그런 다음에야 등반동작을 취한다는 것은 사실 톱로핑(top-roping)과 마찬가지 스타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확보물을 설치한다는 것을 자신이 용기가 없거나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기며 가급적 확보물 설치를 피하며 자신의 과감성을 내보이려는 클라이머도 있다.
과도한 확보물 설치와 너무 드문 설치는 다 같이 등반에 유리하지 못하다. 확보물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능력과 암장의 특성, 주어진 시간과 장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확보물 설치의 일반적인 원칙은 '그것을 설치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낄 때' 이므로, 즉 떨어져도 부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거리마다 설치해 주는 것이 좋겠다. 등반자는 진행함에 따라 자신의 '잠재 추락거리'를 고려해 본다. 추락거리는 통상 마지막 확보물을 통과하여 진행한 거리의 갑절로 알기 쉬운데 사실은 그 이상 나간다.(약 30% 정도) 우선 자일이 늘어나며, 확보 시스템에서 늘어졌던 자일이 충격을 받으면서 펴지고, 확보자가 어느 정도는 놓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선등자는 자신의 '잠재 추락거리' 이상을 확보물 설치없이 진행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추락하는 거리보다는 추락계수(fall factor)에 있다. 추락계수란 추락한 거리(로프의 신장분은 제외)를 확보자와 등반자 사이에 풀린 자일의 길이로 나눈 숫자이다. 즉 클라이머가 확보자릉 떠나 20m를 진행한 후 확보물은 설치하고, 그 지점에서 5m 를 더 올라가다가 추락했을 때 추락거리는 5m× 2=10m가 된다. 이것을 등반에 소요된 로프의 길이 25m(20m+5m)로 나눈 숫자 0.4(10/25=0.4)가 추락계수이다.
추락계수가 클수록 클라이머의 몸이나 중간 확보물에 가해지는 충격은 커진다. 이는 추락계수가 등반 초기에 크고, 자일이 많이 풀려나간 피치 후반부터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꾸어 생각하면 등반 초기(피치 하단)에는 확보물을 자주 설치해야 하겠고, 높이 올라갈 수록 어느 정도 적게 설치해도 괜찮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우리는 확보물을 이용해 좀더 쉽게 바위를 오르자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확보물 설치 기술은 클라이머로 하여금 좀 더 수준 높은 클라이밍을 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방편인 것이다.
* 확보물의 종류
장비의 휴대량
장비는 얼마나 가지고 등반해야 하나? 코스 전체의 모든 사이즈의 크랙에 설치할 확보물과 거기에 걸 카라비나를 다 가지고 가려면 장비걸이의 부피와 무게는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등반할 때 한 피치를 등반하고 곧 그 피치에 사용된 장비를 회수, 다시 다음 피치를 오를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공등반이 아닌 자유등반인 경우 한 피치에 소요되는 확보물은 많아야 15개 내외라 볼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찾는 기존 코스에는 볼트, 하켄, 나무, 암각 등 대개 고정확보물이 있기 마련이니 15개도 많다고 하겠다. 보통 코스의 경우 작은 사이즈(3~30m/m)의 스토퍼(사각 너트) 10개 정도와 큰 사이즈의 헥센트릭(6각너트) 5개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같은 크기의 확보물을 다량으로 요하는 루트도 있을테고, 기존 확보물이나 자연적인 확보물들이 많아 거의 새로운 확보물 설치가 필요없는 루트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선등자는 암장이나 코스에 따라 소요장비를 예측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확보물은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간격으로 설치해야 할까? 추락이나 부상을 입을까 두려워 매 등반 동작을 취할 때마다 확보물을 설치하는 클라이머가 있다. 이들은 아직 그 피치를 절반도 채 오르기 전에 장비걸이에 걸린 확보물을 다 써버리거나 등반시간을 상당히 지연 시키기도 한다.
장비걸이(gear rack)
등반에 필요한 여러가지 장비(주로 확보물)을 휴대하기 편하게 만든 것을 장비걸이(gear rack)라 한다. 장비걸이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너트, 프렌드 등의 확보물과 카라비나, 슬링 등 상당한 부피와 무게가 걸리므로 오랜 등반 중에도 편히 어깨에 두를 수 있도록 넓은 테이프 슬링을 알맞은 길이로 묶어(또는 재봉하여) 사용한다. 장비가 걸리는 부분은 쉽게 장비를 뽑아 쓸 수 있도록 좁고 둥글게 만든다. 장비걸이 슬링은 때에 따라 러너로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강도를 가져야 한다.
개개의 확보물마다 카라비나를 한 개씩 걸어 장비걸이에 걸면 좋으나 여의치 못하면 비슷한 크기의 너트를 한 카라비나에 함께 걸어 쓰기도 한다. 이때 너트는 크기 순으로 정리하여 카라비나에 건다. 러너는 목이나 어깨에 걸치는데 미리 러너에 카라비나를 한 개씩 걸어두면 편리하다. 장비걸이에 휴대하는 확보물은 눈을 감고도 바로 뽑아슬 수 있도록 자기 나름의 거는 방법을 정하고 익숙토록 한다. 실제로 눈을 감고 특정한 크랙에 맞는 확보물을 골라내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장비걸이에 필요로 하는 확보물을 골라낸 뒤 그것을 한 손으로 뽑는 다음과 같은 요령도 알아둘 만하다.
1. 원하는 너트를 골라잡고 그것을 다른 너트와 가른다.
2. 고른 너트를 입에 문다. 이때 너트는 아직 카라비나에 걸려 있는데, 카라비나의 개폐구가 위로, 자기쪽으로 향하도록 한다.
3. 카라비나 개폐구를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 열고 너트를 문 입(턱)을 아래로 내리며 뽑아낸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카라비나는 따로 다른 쪽 어깨걸이 슬링에 두세 개씩 사슬을 만들어 걸어 놓는다. 장비걸이에 장비를 휴대한 상태를 보면 그 클라이머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클라이머는 자신의 장비걸이를 최대한 편하고 효과적으로 잘 정돈시켜 등반 중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미묘한 동작이나 격렬히 힘을 쓰는 중이라도 원하는 확보물이나 카라비나를 머뭇거림없이 부드럽게 뽑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 캠
캠이란 장비는 당길수록 바위틈새에서 캠이 양방향으로 벌어지는 너무 획기적인 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캠은 인공등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이고 또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크랙이 잘 발달된 곳에서는 최적의 장비이다.
캠의 종류는 후렌드, TCU, 후렉시블 후렌드, 캠머롯 등 다양하고 그 제조회사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원 기능에는 별 차이가 없다. 크기 별로 다양하게 쓰이긴 하나 그 수량에 비율은 큰 치수보다는 작은 치수에 더 많이 두어야한다. 캠은 설치와 회수가 빠르기 때문에 주요 확보물로 사용되지만 작은 치수일수록 안정성이 떨어진다.
특히 작은 치수의 캠은 매끈한 바위 면에서는 캠 각도의 가용범위도 적은데다 캠의 회전각도 마저 커서 더욱 잘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캠이 닿는 바위 접촉면을 잘 관찰하여 적당한 각도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
바위 질이 약하거나 바위입자가 거칠은 곳은 바위 표면이 부스러지며 캠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런 점만 조심한다면 긴요하게 사용되는 0번 또는 00번 같은 매우 작은 치수의 캠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너 트
초기의 영국 클라이머들은 크기가 조금씩 다른 작은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고 바위를 하다가 적당히 크랙에 키워 넣어 확보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 확보용 돌멩이는 기계용 너트로 바뀌고, 이것이 오늘날의 세련된 각종 너트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인공등반에서 주로 사용되는 너트는 일반적으로 와이어가 달린 알루미늄 재질에 밑이 좁은 마름모꼴 육면체인데, 그 기능은 밑이 좁고 위가 넓어 바위틈새에 쐐기처럼 미끄러져 들어가며 안정감을 갖는다.
너트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하켄과 비교된다.
① 너트는 가볍고, 설치와 회수가 빠르고 쉽다. 너트는 매우 까다로운 동작을 요구하는 지점에서도 한 손으로 설치할 수 있어 어려운 루트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등반할 수 있게 해 준다.
② 하켄을 박는 것보다 너트를 끼우는 편이 등반을 더욱 흥미롭게 해 준다.
③ 너트는 바위의 구멍 등 하켄 설치가 곤란한 곳에도 설치할 수 있다.
매우 작은 것들은 바위 면과의 접촉이 적은 관계로 재질이 쉽게 일그러지거나 패일 수 있어 황동이나 철로 되어있다. 또 불규칙한 육면체의 마름모꼴 형태의 너트도 있어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너트는 캠보다 설치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철이나 황동으로 된 매우 작은 너트들은 와이어도 가늘어 불안해 보이지만, 아주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예를 든다면 피톤을 자주 박았던 피톤 자리에는 구멍만 넓어져 맞는 피톤이 없을 때가 있다. 이때 피톤 자리 밑에 이런 작은 너트가 제격이며, 또 나이프 피톤을 설치해야만 하는 바위 틈새에도 이런 너트를 사용함으로 오히려 피톤보다도 안정되게 설치 할 수가 있다. 또한 너트의 최고의 매력은 설치와 회수가 빠르기 때문에 망치로 때려 박는 피톤을 설치해야 할 곳에 너트의 사용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너트의 사용은 인공등반에서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소모성 장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설치된 너트가 불안함에 망치로 두들겨서 박아 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가 된다면 너트는 다시 사용할 수 없게되고, 어쩌면 회수를 하지 못하게 된다. 너트의 사용법을 잘 익혀두기 위해서 연습을 많이 해두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 너트의 모양
너트는 크게 사각의 쐐기형(wedge type) 너트와 육각(hex) 너트로 나눌 수 있다. 사각 너트와 육각 너트는 취나드의 상품명인 스토퍼(stopper)와 헥센트릭(hexentric)으로 대명사처럼 불린다. 스토퍼는 넓은 면과 좁은 면의 두 가지 사이즈로 쓸 수 있고, 헥센트릭은 각각 다른 세 면의 넓이를 이용할 수 있다. 스토퍼는 비교적 좁은 크랙용으로 적당하며, 헥센트릭은 넓은 크랙용으로 알맞다.
얇은 스토퍼는 좁은 면보다는 넓은 면이 바위면에 접촉되게 설치한다. 특히 평행 크랙에서는 스토퍼의 끝부분만 걸쳐 있기 쉬우므로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헥센트릭은 이 같은 평행 크랙에 설치하여도 충격하에서 회전력을 얻어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와이어 너트와 슬링 너트
작은 너트는 대개 금속제의 와이어가 달려 있고, 중간 사이즈의 너트에는 와이어가 달린 것과 구멍만 뚫려 슬링을 끼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있다.
와이어 너트는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다.
● 장점
① 와이어 너트의 뻣뻣한 와이어가 손잡이가 되어 보다 높은 곳에 너트를 쉽게 설치할 수 있고 회수도 용이하다.
② 좁은 크랙에 너트를 설치하기 쉽다.
③ 슬링에 비해 와이어의 강도가 강하고 수명이 길다.
● 단점
① 같은 크기의 슬링 너트보다 무겁다.
② 등반자가 진행함에 따라 자일의 진동에 의해 빠지기 쉽다.
③ 슬링 너트는 때에 따라서 러너(runner)로 쓰일 수 있으나 와이어 너트는 그렇지 못하다.
슬링너트에는 웨빙 테이프나 코드(cord : 동그란 자일형 슬링)를 사용한다. 웨빙 테이프는 좁은 크랙에도 끼워져 편리하나 꼬이기 쉽고 강도와 내 마모성에서 자일형 슬링을 따르지 못한다. 자일형 슬링을 사용할 때는 너트의 구멍에 꽉차는 굵기의 로프를 사용하고, 뻣뻣한 슬링을 사용하면 와이어 너트의 효과를 얻는다.
- 슬링 끼우기
너트 슬링의 길이는 장비걸이에 카라비나로 걸어서 등반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면 된다. 매듭은 매듭 뭉치가 크지 않고 잘 풀리지 않는 매듭이 적당한데 피셔맨스 매듭으로 맺은 다음 반드시 체중에 걸어 단단히 조여 준다. 너트에 끼우는 슬링은 너트의 크기에 따라 색깔을 다른 것으로 해 놓으면 등반중 필요한 너트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좋다. 즉,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의 너트의 순서대로 빨·주·노·초… 또는 옅은색(흰색, 노란색)부터 짙은색(빨간색, 보라색, 흑색 등) 순으로 해 놓으면 한 손으로 매달려서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 너트 끼우기
암벽에는 생각보다도 너트를 설치할 수 있는 지점이 무척 많다. 클라이머들은 평소 등반하면서 너트를 설치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너트를 끼우는 기술은 이론적으로 매우 간단하다. 크랙 중 좁아지는 부분을 찾아 거기에 알맞는 너트를 골라 끼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평지가 아니라 손발이 자유롭지 않은 암벽에서 이를 실제로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트 끼우기 좋은 자리를 찾는 눈과 너트를 기술적으로 끼우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너트 끼우기는 다음과 같은 네 단계를 거쳐 행해진다.
① 너트를 낄 만한 좋은 자리(크랙)을 찾는다.
② 안전하게 설치하기 위한 스탠스나 멈춤 지점을 찾는다.
③ 알맞는 너트를 고른다.
④ 크랙에 너트를 알맞게(추락시 충격 방향을 예상하여) 끼운다.
먼저 너트를 끼우게 될 크랙부터 점검 해야 하는데, 표면이 부스러지거나 안쪽이 썩은 크랙은 피한다. 또한 얇은 판상(板狀)의 뜬바위 안쪽에 너트를 끼우면 바위가 깨지거나 벌어져 너트가 빠지는 수가 있다.
크랙에 너트를 끼울 때는 맨먼저 좁아지는 부분을 찾는다. 그런 다음 알맞는 너트를 골라 끼우는 것이다. 너트를 먼저 뽑아들고 그 너트에 맞는 크랙을 고르느라 진땀을 빼는 엉뚱한 클라이머도 의외로 많다. 너트를 끼우기 좋는 자리는 대충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 올라가는 크랙말고도 이리저리 눈을 돌려 찾아보고 크랙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거나 흙, 풀 등을 파내서 찾아본다.
너트를 끼우기에 앞서 우선 자세를 편하게 잡는다. 한 손은 완전히 자유롭게 하고 다른 한 손은 확실한 홀드를 취한다. 다리는 벌려서 스테밍(stemming)을 하거나 재밍을 하면 편히 버틸 수 있다. 좋은 자리를 잡았으면 가능한 넓은 면적이 바위와 접촉할 수 있는 너트를 골라 끼운다.
너트를 끼우기 곤란한 크랙(얕은 크랙, 나팔형 크랙, 평행 크랙) : 너트의 각진 부분이 바위의 입자(돌기)에만 걸리거나 깊이가 얕은 크랙에 반쯤만 들어간 너트는 충격을 제대로 견뎌주지 못한다. 크랙이 얕으면 보다 작은 너트를 끼워 보거나 크랙 속의 깊은 부분을 찾아 본다. 바깥이 벌어진 나팔형 크랙은 너트를 설치하기 무척 곤란하다. 최근에는 나팔형 크랙에 설치할 수 있는 사다리꼴의 너트가 나오고 있다.
평행 크랙도 너트 끼우기가 무척 어려운 크랙 중 하나이다. 평행 크랙에서는 그 안에서 캐밍(camming)이 되는 헥센 트릭이나 캠 너트 등을 설치하되 무게를 달아 지속적으로 지지되게 해야한다.
수평 크랙에 너트 끼우기 : 수평 크랙의 안쪽이 바깥 입구보다 넓은 경우 너트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넓은 쪽으로 집어 넣어 좁은 쪽으로 당겨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행 크랙의 경우처럼 캐밍이 되는 너트를 쓰거나 너트를 겹쳐 끼우는 수가 있다. 수평 크랙에서는 너트를 끼우는 문제보다는 너트 슬링이 암각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아래턱이 튀어나온 경우는 슬링 너트보다는 와이어 너트가 안전하다.
겹쳐 끼우기 : 넓은 크랙, 또는 평행 크랙에서는 두 개의 너트를 겹쳐 끼워 지지력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는 두개의 너트가 한 슬링에 꿰어져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반대 방향으로 끼우기 : 때때로 너트는 설치된 지점에서 바깥으로 심지어는 윗 방향으로 당겨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너트는 아래 방향으로 힘을 받도록 설치되었기 때문에 이럴 경우 너트는 쉽사리 빠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너트를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한다.
확보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등반중 추락했을 경우 추락자가 땅바닥 또는 테라스까지 떨어져 충돌하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암장에 따라서는 확보물 설치가 전혀 불가능한 부분도 있으며, 이때 선등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도 있다.
사실 튼튼한 나무나 안전한 촉스톤 등을 제외하고는 단 한 개의 확보물로서 요지부동의 지지력을 갖는 확보물은 드물다. 예를 들어 선등자가 확보자를 지나 약 10m를 전진하여 어려운 부분을 만나 단 하나의 확보물을 설치하고 그곳을 넘어서다가 추락했을 때 만약 그 확보물이 빠진다면 확보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되어 선등자는 물론 확보자까지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등반을 하다보면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이를 다반사로 여겨서는 안된다. 불충분한 확보물에 의지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일없이 등반하는 편이 낫다.
* 스라이드
스라이드는 2개의 너트를 서로 겹쳐 끼우기 방식을 응용해서 기계적으로 만든 장비인데, 대표적으로 트랑고사의 로우 볼을 들 수 있다. 이 장비는 너트가 설치되지 않는 좁은 수평 크랙과 틈이 일정한 크랙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나이프 피톤 대용으로 사용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제격이나, 잘 설치해야만 안정감을 갖는다.
* 피 톤
피톤은 일종에 쐐기이며 재질은 철이다. 확보물의 대명사인 피톤은 나이프 피톤과 앵글 피톤으로 나눌 수 있으며, 나이프 피톤은 로스트애로우, 부가부, 러프, 버드픽 등 그 고유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이 보다 좀더 넓은 크랙에 사용되는 피톤은 봉봉과 앵글인데, 이 봉봉 피톤은 캠이란 우수한 장비가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지금은 앵글과 앵글피톤을 겹쳐서 사용할 수 있는 Z톤 정도가 있다.
인공등반은 확보물 설치의 어렵기에 따라서 난이도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설치 정도를 설명하자면, 러프나 버드픽은 아주 좁은 바위틈새, 일명 실 크랙 같은 곳에 깊이 1센티미터 정도 박혀 지지하는 열악한 확보물들이지만 설치 능력에 따라서 지지력을 크게 얻을 수가 있다. 또한 버드픽은 좁은 바위틈새 뿐 아니라, 와이어가 끊어져서 사용하지 못하는 헤드 위에 걸치듯 박아 사용할 수 있는 확보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장비들이 사용되면 이미 A3이상, A4 난이도 등반으로 접어들게 된다.피톤을 바위틈새에 설치할 때에 안정감을 확인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망치로 피톤을 두들길 때 나는 소리인데, 잘 박힐 수록 소리가 점점 맑고 경쾌해 진다.. 이 소리를 귀담아 들어 익혀두는 것도 다음 피톤 설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등반기술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탄성이 약한 재질의 앵글 피톤이 문제이다. 지지력이 약해 견고하지 못하고 빠질 수 있고, 더욱이 오랫동안 고정 설치되어 있었다면 더욱 지지력이 약해져 있어 쉽게 빠져버릴 수 있다. 이런 확보물들은 등반자를 안전하게 잡아주기는 커녕 오히려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이런 확보물들 꼭 점검한 후 사용해야 한다.
* 헤 드
헤드는 작은 너트조차 설치 할 수 없는 바위 홈에 설치하는 장비로 연한 구리나 알루미늄이 철 와이어 끝에 붙어있어 크랙 홈 속에 넣고 망치와 정으로 짓이겨 팽창시켜서 지지하는 장비이다. 종류로는 재질에 따른 코퍼헤드와 알룸헤드가 있으며, 용도에 따른 써클헤드가 있다. 그러니 헤드와 써클헤드의 두 종류라 할 수 있다. 코퍼헤드의 코퍼라는 뜻은 금속재료인 동을 사용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알룸헤드의 알룸이란 뜻은 알루미늄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써클헤드의 써클은 둥그런 원을 뜻하는데, 써클헤드는 둥그런 원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써클헤드는 수평 크랙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하중이 양쪽으로 균등하게 걸리도록 하기 위해서 원으로 되어 있다. 수직크랙에서는 헤드를 사용하게 된다.동이 알루미늄보다 연하고 질기기 때문에 규격이 작은 쪽에 주로 사용하게 된다. 왜냐하면 구리가 알루미늄보다 연하고 질기기 때문에 미세한 홈이나, 또는 바위 질이 약한 곳에 잘 뭉게지기 때문이다.헤드의 지지력은 작은 치수일수록 약하지만 큰 치수는 의외로 강하다. 물론 작은 치수일수록 충격하중에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아니면 헤드가 빠질 수 있겠지만, 이 점은 설치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다.헤드의 설치는 홈이 완전히 파여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곳은 드릴로 홈을 완전히 만들어 설치하기도 한다.헤드를 사용해야만 하는 곳에 바위 질이 부서지는 미세한 바위틈새라면 헤드의 사용량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이미 A5의 난이도에 들어선 것이다.
* 훅
훅은 확보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굳이 정한다면 이동식 확보물 이라고 할 수 있다.훅의 종류로는 바위 턱에 걸어 지지하는 일명 스카이 훅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스탠다드 훅과 수직으로 갈라진 바위틈새에 사용되는 캠 훅(로간 훅), 그리고 인공적인 드릴 구멍에 걸어 지지하는 포인트 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스카이 훅은 바위 턱 크기에 맞추어 훅의 크기를 잘 선택해서 사용하면 어려움은 없다. 캠 훅은 나이프 피톤인 로스트 애로우 정도 사용되는 수직 바위틈새에 비틀림의 힘으로 지지하는 장비인데,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고 한 두 동작 손쉽게 움직여 나갈 수 있는 정도의 긴요한 장비이다.포인트 훅의 주요한 기능은 다른 확보물들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밋밋한 바위 면에 연속적인 볼트 사용이 불가피 할 경우 볼트의 소요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이다.드릴로 구멍을 조금 파낸 후 앞이 뾰족한 훅의 부분을 구멍에 집어넣고 지지하는 간단한 기술이다. 볼트를 많이 설치해야 하는 곳에서 이처럼 포인트 훅 기술을 혼합한다면 등반 시간은 물론 볼트 사용도 많이 줄일 수가 있다.하지만 추락에 대한 부담감으로 등반력에 따라 볼트 설치의 수가 많아질 수 있으나 그 선택은 자연환경보호와 등반성을 고려해서 등반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 볼트와 드릴
볼트의 사용은 최후에 선택이다. 미세한 크랙조차 없는 곳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지만, 그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등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루트를 개척한다면 확보지점에는 볼트를 설치해 둠이 바람직하다.볼트의 사용은 드릴과 햄머가 함께 사용된다. 볼트의 굵기에 맞는 드릴을 햄머로 두들겨 바위에 구멍을 낸 후, 볼트 머리를 햄머로 두들겨 설치하게 된다. 볼트의 사용 범위는 크기 별로 구분 될 수 있으며 크기에 따라서 모양과 그 설치 방법이 다르다.우선 대암벽에서는 무게가 적게 나가는 볼트를 선택해야만 하는데, 볼트의 지름이 6미리 미터에서 8미리 미터가 정도가 적당하다.
* 리벳행거와 키홀 행거
카라비나와 볼트의 연결고리인 볼트행거는 일반적으로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어 강도가 강해 믿음직하지만 그 만큼 무겁고, 게다가 볼트 수량에 따라서 그 무게도 늘어나게 된다.그래서 대암벽에서는 등반이 끝나는 확보지점에서 사용하지 중간 확보물용으로는 가벼운 리벳행거를 사용하게 된다.이 리벳행거의 특징은 볼트에 설치된 행거를 다시 회수해 갈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몇 개만 있으면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볼트행거의 수를 많이 줄일 수가 있다.그러나 철 와이어로 된 리벳행거는 강도에 대한 믿음성이 떨어지니 좀 더 안정감이 있는 키홀행거로 무게를 생각해서 적당히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