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저녁까지 내립니다.
바람도 불고 빗줄기도 제법 거셉니다.
그래도 유치원엔 불이 켜져있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바로 책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 조금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몇 분이 지나니 책이 펼쳐진 곳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채연 승준 채린 3남매, 대민, 하림. 서연이 이렇게 여섯명이서 읽었어요.
작은책을 좋아하는 채연이를 위해 <어디만큼 왔나/웅진주니어>를 먼저 읽어주었습니다.
대민이가 "이거 봤는데" 하며 기억을 해냅니다.
* 제목을 읽어주었더니 표지의 음식에 관심을 보입니다.
읽는 초반에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가 먼저 볼 것인가를 투닥거리느라
집중해서 듣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서연이가 늘상 들고다니던 책가방이 바뀌었다고 자꾸 물어봅니다. "왜 가방이 바뀌었어요?" "왜 이 가방 들어왔어요?"
아이들은 책을 담는 가방에도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대목쯤에 와서야 음식이름을 부르며 책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임금님이 많이 먹고 "으아! 우! 악! ...아이구야" 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읽어주니 아이들 표정도 같이 일그러지며 재미있어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임금님이 좋아하는 호밀빵 만들기' 레시피를 대민이가 진지하게 들여다봅니다.
<임금님과 호밀빵/파멜라 엘렌 글. 그림/천미나 옮김/키다리>
*추콥스키는 아이들의 유머감각을 믿는 어른입니다.
새싹아기들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펼칩니다.
먼저 짧은 이야기 "샌드위치"를 읽어주었습니다. 딴짓하던 녀석들까지 책앞으로 옵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읽어달라고 합니다.
"도둑맞은 태양"을 읽어주었습니다.
상당히 분량히 긴데 갑자기 조용해져서 진지하게 듣습니다.
그 와중에 네 살 채린이와 다섯 살 서연이가 안보인다고 투닥거리기도 합니다.
조금 뒤로 물러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읽어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읽어주고 나서자기 혼자 중얼거리며 읽는 것도 재미있나 봅니다.
오늘은 읽어 준 시간보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책을 보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글을 뗀 아이는 더듬거리며, 떼지 않은 아이는 뭐라 뭐라 웅얼거리며 자기말로 봅니다.
뭐라고 읽나 귀기울여보는데 해독이 되지 않는 말이 더 많았습니다^^
<강도 바르말레이/추콥스키 동화집/이항재 옮김/양철북>
아이들이 다시보기를 하는 동안 담당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몇 시에 유치원에 오느냐고 물었더니 아침 7시부터 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남는 아이는 9시까지 남아있습니다. 무려 14시간입니다. 그런데도 잠을 자지 않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잠이 든다고 합니다!
첫댓글 늦게까지 남아있는 애들에게 언니가 기다려질 것 같아요^^
미화씨 분과가 다르니 통 못보네요~ 잘 지내고 있지요!
그러게요^^언니도 자알 지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