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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12) 아시아 신학과 시노달리타스
한국교회가 아시아 교류와 연대 주도하며 복음화 희망 제시하자
아시아교회 시노달리타스 실현 위해
한국교회가 모범적 선교 모델 돼야
자발적 교회 창립 역사 바탕으로
아시아 선교에 적극적인 지원 필요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7-23 [제3353호, 15면]
지난 6월 열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교류와 연대’ 국제학술심포지엄 중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지난 6월 7일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교류와 연대’라는 대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문화와 종교가 다양한 지역에서 참가한 학자들은 아시아교회들이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시아 지역 교회는 공통으로 성직주의의 특징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평신도들이 고유한 신원을 깨닫고 교회와 사회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하여 헌신하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과연 광대한 아시아 대륙에서 가톨릭교회의 시노달리타스는 가능한가? 아시아 지역 교회들은 대개 가난과 문화와 종교 간의 갈등을 안고 성장에 대단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아시아 가톨릭교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되려면 한국교회의 역할이 긴요한 때이다.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이 교회를 창립한 역사와 복음화와 민주화에 있어서 아시아교회들의 시노달리타스의 한 모델로서 복음화의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선교 여정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톨릭교회의 선교 활동은 1549년 일본에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처음 시작했고, 1583년 중국에서 마태오 리치와 미켈레 루지에리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이 선교하며 저술한 천학(天學) 서적들이 조선에 전래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천학을 접촉하며 천주교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박해 시기에 점차 중국교회와 교류하며, 현대에는 아시아교회들과 널리 연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교회의 복음화 여정은 선교 활동의 형태에 따라서 “자발적 선교 모델, 주도적 선교 모델, 수용적 선교 모델”로 구분해서 볼 수 있겠다.
첫째, 자발적 선교 모델은 한국교회의 초기 역사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 권일신, 이승훈과 같은 유학자들이 천학 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토론하며 삼위일체 천주와 인간의 영혼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회심하여 자발적으로 교회를 창립한 사례다. 처음에는 유학자들이 연구해서 시작한 천주교 신앙은 인간 존엄성을 깨닫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평등사상을 실천하게 했다. 이는 유교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비판과 박해를 초래했지만, 교우들은 친교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둘째로 주도적 선교 모델은 가톨릭교회가 복음을 전하려는 사명 의식으로 활동했던 일반 선교의 모습이다. 특히 1980년대 한국 천주교회는 103위 순교 복자들의 시성 운동과 적극적인 선교 운동을 하고 민주화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입교자로 팽창하는 시기를 보냈다. 한국교회가 파견한 선교사들은 공동체가 없거나 침체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서 신앙을 활성화해 놓기도 한다. 반면 성직자 중심주의 체제와 신자들의 수동성이 굳어지는 문제를 형성하게 됐다.
셋째는 수용적 선교 모델이다. 선교사가 시혜적으로 베풀거나 주도하지 않고, 현지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현지인들이 복음의 의미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마닐라의 가장 열악한 파야타스 지역에서 활동한 어떤 평신도 선교사는 극도로 빈곤한 이들이 주는 작은 선물을 기쁘게 받아줄 때 그들이 무척 기뻐하는 모습에서, 항상 가르치고 이끌고 베풀어야 한다는 주도적 시혜성이 아니라 수용적 선교관의 가능성을 체험했다.
삼중대화: 가난, 문화, 종교와의 대화
1970년 바오로 6세 교황의 필리핀 마닐라 방문을 계기로 김수환 추기경의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시작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의 주교들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하여 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며,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문화와의 대화, 종교와의 대화 등 삼중대화를 제시했다. 조선에서 유학자들은 천주교 사상을 수용하면서 이미 삼중대화의 경청이 시작되었으며, 그런 개념을 알지 못했지만, 복음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친교, 참여, 사명의 실천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81년 한국교회가 파푸아 뉴기니아에 네 분의 사제들을 파견한 이래 많은 선교사는 아시아 지역의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교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격려가 되고 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 전통과 언어와 기후에서 정치와 사회 체제가 다르고 험난한 선교지에 적응하며 가난한 주민들과 접촉하고 도우면서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는 선구자들이다.
선교사들이 아시아교회와 교류하며 시노달리타스의 문을 열었지만, 대단히 아쉽게도 극소수에 그치고 한국교회 전반에 좀 더 널리 확산하여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길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국교회의 선교 여정은 평신도들이 스스로 진리를 찾고 교회를 세우고, 사제와 평신도들이 서로 아끼고 협력하는 전통과 선교사들이 아시아 지역에 투신해서 신앙을 증거한 경험이 있다. 한국교회는 내부의 성직자 중심 문제에 치중하기보다는 가까운 아시아교회들에 관심을 두고 친교를 나누고 사명을 실천한다면 좀 더 활기를 찾고 성숙해질 것이다. 교회는 복음대로 실천하느냐에 따라서 발전이나 쇠퇴가 좌우된다.
연대를 위한 친교와 참여와 사명
2023년 3월 16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발표한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는 시노드 여정이 모든 사람을 품는 포용성의 공간으로서 하느님의 성령이 작용하는 ‘천막으로서의 교회’(Church as tent) 이미지를 제시했다. 아시아교회는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을 수용하는 포용성을 강조했다. 종교와 정치 체제가 너무나 다양한 아시아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와 종교를 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접촉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며 함께 나아가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미래 복음화 방향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처음부터 교우들의 자발적인 신앙으로 탄생하여 인간 존엄성과 평등 정신을 조선 사회에서 실천했고, 현대에는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실현하는 과정에 기여했으며, 지난 50년간 세계 여러 지역에 사제와 수도자들을 파견해 선교 활동에 적극 임했다. 한국교회사에서 발견되는 이 모든 것들이 시노달리타스의 경험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의 일원으로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실현하기 위해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도 교우들이 아시아 지역의 선교지와 접촉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길을 함께 열어가는 활동을 제안한다. 일례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과 직암선교후원회는 가톨릭교회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교회를 창립한 이벽 요한 세례자 등 132위 순교자들의 시복을 기원하며 아시아 선교지 133 지역과 자매결연해서 해외선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지속해 후원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교구와 본당에서 교우들이 아시아 지역교회의 교류와 연대를 주도하고 아시아 선교에 참여하도록 구조적, 교육적,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면 복음화 사명의 의식과 역량이 훨씬 더 발휘되고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김동원 비오 신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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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13) 존 헨리 뉴먼 추기경과 시노달리타스
구성원 모두의 조화로운 일치로 ‘함께하는 교회’ 방향성 제시
19세기 보수적인 가톨릭교회 탈피해
교리 준비 단계부터 평신도 역할 강조
사목자·신자 함께하는 실천·전례·기도
상호 신뢰 바탕으로 교회 쇄신 추구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7-30 [제3354호, 15면]
존 헨리 뉴먼 추기경 시성식을 하루 앞 둔 2019년 10월 12일 로마 성모대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성모대성당 대사제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이 뉴먼 추기경의 초상화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CNS
신자들에게 교회의 신앙을 묻다: 존 헨리 뉴먼의 교회 이해
존 헨리 뉴먼 추기경(John Henry Newman, 1801~1890)은 19세기 영국의 문학자이자 철학자이고, 신학자이자 존경받는 사목자였다. 그는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며 가톨릭교회의 진리와 교회의 현대적 적응을 위해 활약했다.
89년의 생애는 부침이 심한 인생이었다. 특히 그가 살던 시대는 근대 자유주의 사상이 꽃을 피웠던 시대였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욕망을 자유롭게 펼쳤고, 교회 가르침과 기존 사회의 도덕적 규범 역시 약화됐던 시기였다.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학문과 사회적 분위기는 교회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그때까지 교회는 근대주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며,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회적 쇄신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20세기 중반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까지 지속됐다.
특히 근대의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특성은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 욕망의 자유로운 실현이었고, 교회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신앙의 전통을 염두에 두면서 변화된 사회와 의식에 맞는 교회 문화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미 그는 150년 전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관, 즉 하느님의 백성과 관련된, 교회 구성원의 평등과 고유한 역할에 대해 제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교회의 시노달리타스가 뉴먼 추기경의 정신적 유산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그리스도교 교리는 어느날 한 번에 주어진 것이 아니며, 세대를 거치며 변하지 않은 채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깊어지고 넓어지는 강물이나 성장하는 씨앗처럼 활발한 변화의 역동 속에서, 생명체와 창조물이 다양한 모습과 의미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예컨대, 삼위일체 교리가 예수의 첫 번째 제자 그룹 안에서 완전히 성장하고 완성된 다음, 후배들에게 전달된 것은 아니다. 삼위일체 교리가 성장하는 데에도, 교부들과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기까지 1000년의 세월이 걸렸다. 뉴먼은 삼위일체뿐만 아니라 중요한 교리가 결정되는 데도 늘 질문하고, 숙고하고, 논의하면서 발전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하게 시간이 흐르면서 여물어 가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고민하는 충만한 마음의 작용이 발현되는 형식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이것이 성직자들의 몫이 아니라 모든 세례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몫이라고 설파했다.
교리문제를 신자들에게 자문하기
평신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영국의 가톨릭 신앙교양지인 「램블러」의 1859년 7월호에 실린 뉴먼의 논문 ‘교리 문제에 대해 신자들에게 자문하기’(On Consulting the Faithful in Matters of Doctrine)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 논문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뿐만 아니라, 시노드 교회 만들기가 한창인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즉 함께 가는 교회를 향한 길의 주체들과 그 관계의 방향성에 대해 이미 19세기에 뉴먼 추기경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뉴먼은 교회의 일, 심지어 교리와 같은 것을 정할 때도, 그 준비 단계에서 주교단만이 아니라 신자들에게 응당 물어야(consult)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의 교회는 ‘가르치는 교회’와 ‘배우는 교회’로 나뉘어 이해됐다. 즉 당시 교회는 하느님의 진리를 가르치는 성직자와 그것을 수용하고 배우는 평신도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뉴먼은 영어에서 ‘자문 consult’은 누군가와 의논한다는 용례로만 쓰이지 않고, 보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신뢰의 태도를 함의한다고 설명한다. 대중적이고 일상적 용례에서 ‘자문’은 신뢰와 경의를 나태내며 복종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권위가 어떤 사안에 관해 물어지는 사람의 의견에 귀속된다는 암시는 어디에도 없다. 나아가 뉴먼은 ‘자문’ 혹은 ‘묻는 것’(consult)의 영어적 의미에서는 ‘판단을 청하다’라는 것이 아니라, 신자의 신앙이 사도 전승의 증거로서 존재하고 있기에, 주교단은 그것을 감지하고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례나 의식의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는 전례의 습관이나 보편성의 증인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리는 신자들의 신앙 감각에 의해 결정됨
뉴먼은 교리 결정에 있어 신자들에게 물을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세례받은 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성령을 식별하는 능력인 ‘신앙 감각’에서 기인한다. 즉 교회에서는 교의결정의 준비단계에서, 교황좌는 예전부터 신자의 신앙 상태를 논외에 두는 것이 아니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자의 신앙 감각(sensus fidelium)과 신자의 동의(consensus fidelium)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시노달리타스 교회 쇄신에서 중요한 수행 주체로서 세례받은 ‘하느님 백성’이 신앙적 삶 안에서 일치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이유가 신자들의 ‘신앙 감각’ 때문이라는 의미다. 신자들의 신앙 감각에 준거해 신자들에 대한 자문의 정당성을 뉴먼은 ‘성모무염시태 교리’를 예로 설명한다. ‘성모무염시태 교리’가 비오 9세에 의해 교의로 선포된 것과 관련하여, 뉴먼은 신자들의 신앙에 대해 주교들이 그들과 함께 묻고 들음으로써 이 교의가 확정됐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원래 “성모무염시태 교리”의 전례는 역사적으로 교회 안에서 존재해 왔던 것이고, 교회의 판단에는 원천적으로 사목자와 지혜로 인도된 신자의 신앙이 함께 녹아 있다.
신자들은 이렇게 교도권과 함께 교회의 교리를 결정하고 교회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신앙 감각에 기초하여 교회의 사목자와 신자가 함께하는 실천·전례·기도는, 교회의 구성원들이 조화로운 일치 안에서 이뤄내는 신앙 전승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뉴먼은 교도권을 정의하며, 그 중요 요소로 성직자뿐만 아니라 신자 전체 교회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교회의 새로운 이해와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이정표로 간주할 수 있다. 뉴먼은 신자들의 신앙교리 관련 의견에 대해서 주교에게 자문하기보다 신자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 당시 놀랍고도 독창적이었다.
신앙의 문제에 대해 신자의 공통된 판단과 공유감각이 중요한 것이다. 자유주의의 맥락에서 신앙의 교의 결정에서 신자의 동의를 고려해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대 요구에 뉴먼은 응답한 것이다. 시노드 교회 혹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 만들기가 한참인 오늘날, 150년 전 개혁가의 치열한 고민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최영균 시몬 신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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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14) 주교회의와 시노달리타스
중앙 집중화 벗어나 다양한 하느님 백성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총 의안집
주교회의 ‘건실한 분권화’ 이슈 부각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발전했지만
사도좌 중심 구조적 문제 극복 못해
경청과 식별로 복음적 융합 추구해야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8-13 [제3355호, 15면]
지난해 10월 30일 아시아 주교단이 태국 방콕대교구 성모승천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50주년 총회 폐막미사에 입장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와 주교회의
현재 전 세계 가톨릭 교회는 다가오는 10월 로마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집중해 있다. 지난 6월 21일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가 발표한 제1회기를 위한 「의안집」은 2021년 10월부터 전 세계 지역 교회와 대륙별 총회에서 진행된 시노드 과정의 결실이고, 각 개별 교회는 다시 지역 교회의 특수성 안에서 「의안집」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토대로 성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교시노드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상호 소통이야말로 세계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이 하느님 백성의 한 일원으로 자신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주제인 ‘주교회의’와 관련해서도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와 주교 단체성이 충만하게 실현되려면 주교회의는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질문하고 있다.(B 3.4 참조) 「의안집」은 이 주제를 성찰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초기인 2013년에 보편 교회의 사목 청사진으로 발표한 「복음의 기쁨」을 인용하고 있다. 교황이 지역 주교들을 대신해서 모든 문제를 식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른바 ‘건실한 분권화’(16항)의 증진과 ‘진정한 교리적 권위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권한을 지닌 주체’(32항)로서 주교회의를 언급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주교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주교회의를 통해 주교 단체성의 정신을 증진시키고자 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희망이 아직 충만하게 실현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건실한 분권화의 관점에서 이를 더욱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래 주교회의에 대한 이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 헌장」을 통해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여러 곳에 세웠던 교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집단을 이루고, 보편 교회의 단일성과 신앙의 일치를 보존하였던 것처럼, 오늘날 주교회의들은 비슷한 방법으로 단체 정신을 구체화하는 여러 활동들을 공동으로 펼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23항) 또한, 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관한 교령인 「주교 교령」은 주교직의 성사성과 단체성 개념을 명시한 뒤에(3항), ‘제3장 여러 교회의 공동선을 위한 주교들의 협력’ 가운데서 주교회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37-38항) 공의회 직후인 1966년에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자의 교서 「거룩한 교회」를 통해, 주교회의가 아직 없는 곳에는 주교회의를 설립하고 주교회의가 있는 나라는 알맞은 정관을 만들도록 촉구하였고, 이를 이어받아 1983년 교회법전은 13개 조항(제447-459조)에 걸쳐 주교회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주교회의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현대 교회 안에서 사목적인 중요성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신학적 교회법적 지위에 대한 논쟁이 교회 안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공식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2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1985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2차 임시 총회였는데, 핵심 요지는 주교회의의 교도적 임무 수행이 교황과 주교단, 그리고 개별 주교의 교도적 권한을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논쟁은 임시 총회 이후 13년이 지난 199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주교회의의 신학적 법률적 성격에 관한 자의 교서’로 일단락되었다. 자의 교서에 따르면 주교회의가 단체 정신의 구체적 적용 형태라고 단언하면서도, 그것이 주교단의 지위와 성격을 혼동하게 하거나 개별 주교의 자율성과 권한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하였다. 결론적으로 자의 교서는 주교회의의 유권적 교도권을 인정하였지만 그 조건은 극히 제한하고 있다.
자의 교서가 발표된 뒤로도 주교회의의 신학적 교회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많은 비판자들은 이 자의 교서가 결과적으로는 사도좌 중심의 지나친 중앙 집중화를 가져와서 지역 교회의 복음 선포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실제로 이 자의 교서가 발표된 1998년 이후에 전 세계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사회 교리 관련 문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중앙 집중화에서의 전환을 의미한다. 나아가 주교회의에 관한 기존의 신학적 논의가 주로 주교단과 단체성에만 주어졌다면, 이제 하느님 백성과 시노달리타스라는 더욱 넓은 신학적 배경으로 그 장이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도좌 중심의 중앙 집중적인 영향력의 가속화는 지역 교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낳기도 하였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주교회의의 구조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펴낸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는 주교회의의 시노달리타스 실현과 관련해서 주교회의 차원의 사목 지침 작성 과정에 신자들의 폭넓은 자문, 다양한 교회적 체험을 받아들이는 적절한 절차, 평신도 전문가들의 참여 등을 꼽고 있다.(90항) 이번 「의안집」에서도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핵심 요소로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한 역삼각형의 교회 모습을 주교회의 안에 제도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시적으로 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통로를 마련하되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별도의 모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개최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총회에서는 각자의 교구에서 사목평의회를 비롯한 참여 기구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이 작업을 수행해 온 회원 주교들 간에 격의 없는 토론이 이어지면서 도덕적 만장일치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교구와 주교회의 차원의 경청과 식별 작업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주교회의의 논의 내용과 의사 결정 과정, 그리고 후속 실천 사항 등도 가능한 좀 더 충분히 공유될 필요가 있다.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을 일깨우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통해 발표되는 주교회의의 사목 지침들은 피상성을 벗고 하느님 백성 안에서 폭넓은 지지와 적극적인 실천을 이끌어 낼 것이다. 나아가 주교회의의 이런 노력은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등을 통해 보편 교회의 사목 정책 마련에 기여할 것이며, 보편 교회의 사목 정책 역시 지역 교회의 삶과 만나서 어떤 복음적 융합에 이르러야 할지 치열하게 숙고하게 할 것이다.
엄재중 요셉
한국 가톨릭사목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