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ㅂ-ㅈㅎ-ㅎㅈ]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뭘 써야할지 막막하다. 꼼지락거리는 발가락들과 출렁거리는 물이 신경 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심히 생각나는 대로 써보려 노력하고자 한다. 나는 일단 피터팬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아.. 떠오름과 동시에 이분 남았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뜨악 마음이 촉박해진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열심히 적을 것이다. 피터팬은 젖니가 사랑스럽게도 내가 뽑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늙고 싶지 않다. 더 어릴 때로 돌아가 이 젊음을 만끽하고 싶다. 약간은 철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된다는 것에 두려움과 걱정이 미묘하게 섞여 있다. 때문에 원더랜드가 필요했던 사람은 웬디가 아니라 오히려 나였을 것이다. 아니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멘붕. 생각해보니 나는 멍때리기를 잘한다. 멍때리면 머리가 커진다는 설은 나를 보면 한낱 거짓부렁 속설이라는 것을 여러분 모두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멍때리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 이 아이가 점점 ‘생각’이 굳어가는 건 아닌가 싶다.
이것은 꿈이었다. 알람시계는 8시를 알리고 나는 일어났다. 아침공기는 상쾌하여 이야기 쓰기 딱 좋았다. 나는 미래의 이야기 쓰는 작가이며 이름은 알루느스 브레 카드이다. 나이는 10살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ㅈㅇ-ㅈㅁ-ㅁㅈ]
어린 왕자는 사막을 떠나 자신의 별로 떠났다. 그는 생각했다.
“지구는 정말 좋은 곳이야. 조금 무뚝뚝하지만 반짝이는 별처럼 많은 웃음을 짓는 어른이 있다니” 그리고 그가 그려준 양 그림을 꼭 쥐고 자신의 별로 서두러 가기 시작했다. 어린왕자가 없는 B612는 점점 검은 빛깔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바오밥나무 세그루는 이미 어린왕자의 몸보다 10배정도 거대해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화산구멍엔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린 왕자가 애타게 그리워했던 입술처럼 붉은 장미는 마치 커다란 어른들의 무리처럼 검고 창백해져 쓰러져 가고 있었다.
마흔 여섯 번째 해가 저물고 마흔 일곱 번째 해가 뜰려고 할 때, 어린 왕자가 마침내 자신의 별에 도착했다.
도착하여 보니 꽃도 화산도 바오밥나무도 없었다. 어린왕자는 ‘꽃아 어디에 있니?’, ‘화산들아 혹시 땅속에 숨었니?’, ‘바오밥나무는 어디에 간걸까?’라며 생각했다. “맞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 애들아 몰라봐서 미안해. 내 마음으로는 너희들이보이는 걸?! 어서 나와!” 라며 활기차게 불러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어린왕자는 그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햇님이 뜨고 지는 걸 3번이나 보았다. 어린왕자는 “여긴 내 별이 아니야!”하고 소리 질렀다. 그렇다. 여긴 소행성 B612, 어린왕자는 “여긴 내 별이 아니야!”하고 소리질렀다. 그렇다. 여긴 소행성 B612, 어린왕자의 별이 아니였던 것이었다. 어린왕자는 “서두럴 집에 돌아가야 겠어!”하고 소리쳤다. 그런데 어린왕자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지?”하며 생각했다. 사실 어린왕자가 그동안 이동한 것은 문으로 “다른 별으로”하면서 이동하였던 것이다. 지구에 갔을 때, 다른 별들에 갔을 때는 운이 좋아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지구에서는 아니였던 것이다. 행운의 어린왕자는 지금까지는 운이 정말로 좋았었던 것이다. 어린왕자가 소행성B612에서 슬픔에 빠져 엎드려 울고 있을 때 태양이 어린왕자를 비췄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린왕자 앞에 작은 새싹이 깨어나고 있었다. 어린왕자는 우는 것을 멈추고 새싹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다 결국 밤이 되었다. 해가 지자 날씨는 추워지고 바람은 많이 불었다. 새싹이 바람에 마구 흔들렸다. 어린왕자는 새싹이 너무 걱정돼 자신의 온몸으로 새싹을 감싸고 잠이 들었다.
[ㅁㅈ-ㄴㅇ]
옛날 옛적에 한 마을에 생각이 많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는 남들이 보기엔 엄청나게 사소한 일들도 그 생각에 결론이 날 때까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기념일 21주년이 됐다. 부부는 아기를 가졌다. 부부는 엄청나게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아내가 말했다.
“아기 이름은 뭘로 짓는게 좋을까요?” 부부는 동시에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시가는 흐르고 있었지만 부부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날 아기 이름을 정하지 못한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아이이름은 정하지 못했고, 부부가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집에서 일하던 말많은 하인이 마을에 부부가 아이 이름을 못 정하고 있다는 소문을 냈다. 그런 부부를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부부의 집으로 찾아가 자신이 알고 있는 좋은 이름을 말해 주었다. 다행히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맘에 드는 이름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맘에 드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부부는 또 다시 생각에 빠졌다.
[ㅈㅇ-ㅈㅇ-ㅈㅁ]
비가 오는 가을 저녁 나는 길을 나섰다.
이날은 마침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 나는 비를 피하지 않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저 멀리 언덕 중간쯤에 위치한 독특한 빛깔의 호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곳은 너무 답답하고 어두워 반복되는 일상, 죽을 만큼 일을 해도 돌아오는 건 빵 한쪽, 우유 한 컵을 살 수 있는 금화 두잎. 얼마나 칙칙하고 더러운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얼핏 보였던 검은 물체가 점점 가까이 나에게 다가왔다. 검은 물체가 나의 키만큼의 거리에 섰을 때 나는 물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검정색의 긴 모자와 망토. 그리고 검은 워커의 끝자락까지 닿는 긴 검정드레스. 그 사이에 하얀 팔목이 얼핏 보이고 모자에 가려진 긴 속눈썹과 푸른 눈... 언젠가 할머니께서 깊은 밤 이야기 해주셨던 검은 마녀였다.
검은 마녀! 할머니께서는 검은 마녀를 ‘말 안 들으면 잡아가 버리는 못된 마녀’라 칭하셨었다. 검은 마녀의 푸른 눈을 맞닥뜨린 순간 나는 오만상이 찌푸려졌다. 이것은 어릴 때인 동심의 공포가 아닌, ‘지난 시절의 나는 어떠한 나였는가?’ 라는 의문이 반사적으로 들어 매우 찝찝하고 불쾌했다.
그래, 지난 시절의 나.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또한 우리 할머니셨다. 무릎베개를 하고 귀지를 파주시던 사람조차 나의 할머니 뿐이셨다. 나는 작년에 그런 할머니께 크나큰 거짓말을 해버렸다. 이제는 용서를 구하기도 늦었다. 나는 검은 마녀의 멱살을 잡고 그녀의 푸르디 푸른 눈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그녀의 눈은 마치 잔잔한 작은 호수 같았다. 그 호수에 커다란 돌멩이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ㅎㅈ-ㅈㅎ-ㅈㅁ]
<나무>
나무는 다르다.
봄에는 잎 또는 순이 돋는다.
여름에는 가지가지한 색깔 꽃을 피운다.
가을에는 이파리를 떨군다.
겨울에는 허전하다.
하지만 겨울나무는
추디 추운 바람을 맞으며
봄을 기다린다.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밖은 조용하다.
하 지 만
도서관은 시끌벅적 거린다.
왜? 왜?
사람들은 비가 싫나보다.
그 래 서
도서관으로 비를 피하는 것이다
아, 아 니 다
어쩌면 빗소리가 좋은지도 모르겠다.
똑 똑 똑
내리는 비를 저들의 친구 책과
함께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 래
그런 존재이다. 비는, 나의 친구와,
나의 인생과 무엇인가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이 나는...
부지런히 내리는 빗속에서 온 또 다른 책의 친구가
“비가 참 많이 오네”
하며 도서관을 들어왔을 때
그들은 둘이었다. 웃으며 우산을 쓴
남자와 여자. 비가 좋은지 그들은
꼭 붙어서 우산을 접었다.
남자가 “다시 나가자 둘이 있고 싶어”
하며 여자와 나갔다.
아, 유레카. 비 오는 날은 우산이
하나면 되는 구나.
도서관 속 내 우산을 두고 뛰쳐나갔다.
저기 잘생긴 남자가 걸어온다.
오늘은 비가 온다.
난 비가 좋아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나는 남자 앞으로 갔다.
젠 장 나는 옆 공중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아- 창피해’ 나는 혼잣말을 하였다. 창피하다. 내가 말했던 남자는 그의 예쁜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았다. 젠 장 예쁘다. 여자 얼굴은 정말 예뻤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소리 지르며 뛰었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 남자가 뭐?! 난 그 남자한테 관심 있지도 않았어! 하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비참하다. 나는 계속 달렸다. 아무 생각도 없어 어디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열심히 찾아다녔다. 정말 열심히. 내가 시험 볼 때 연필 굴리는 것보다 집중하여 눈을 굴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살기 싫어 ‘저체온증이나 되어 죽어버릴까’라고 할 만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어! 갑자기 비 맞는 갑각이 사라졌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다. 남자인 것이다. 그런데 남자라고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괴상하게 생긴 것은 뭐지? 아! 여섯 살 때 찾던 그 귀염둥이 같아! 이름이 뭐였지? 아 토토로! 그렇다. 토토로였던 것이다. 토토로도 어지간히 외로웠나 보다. 로맨스는 시작되었다.
첫댓글 이어 글쓰기 재밌네요~
글쓰기한 날 밤 정민이와 통화하는데 글쓰기가 이렇게 재밌는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책읽기 글쓰기를 즐겁게 시작하는거 같아 정말 좋습니다^^
책숲생활도 재밌어하니 다행이구요~ 좋은 시간들 이어지길 바라며 멀리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