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봄꽃 피는 시기
올 봄도 많은 꽃이 피었다. 집 주변에 매실 나무가 많아 매화가 아름다웠다. 작년에 매실 수확을 조금 뿐이 못했는데 올해는 꽃이 좋아 매실도 많이 열릴 것 같다. 이곳도 언론에서 많이 보도된 것처럼 꿀벌들이 많이 사라져 걱정을 했는데 결과는 괜찮은 듯하다. 온난화를 포함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매년 5월 초에 그 해 봄꽃이 피는 날을 기록해 비교해 보려 한다. 오래 쌓이면 혹시 의미 있는 자료가 될지도 모른다. 5월 7일 지금은 철쭉이 끝물이고, 꽃잔디가 만발하고 수국이 피기 시작한다. 도고 집은 해발 40미터쯤 이고, 뒤에 도고산이 있어 평균 온도가 조금 낮은 듯하다. 우리 마을에서도 입구 쪽 집보다 우리 집이 꽃 피는 날이 일주일 정도 늦다.
3월 23일에 생강나무와 청매화가 꽃피기 시작했고, 홍매화는 집 아래 밭이 28일 피었다. 집 옆 밭의 홍매화는 5일 늦게 피었다. 품종이 달라서인지 위치가 달라서인지 모르겠다. 4월 1일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었다. 진달래 꽃은 4월 중순 철쭉이 필때 까지 오래 갔다. 4월 6일에 수선화가 피고, 7일에 살구 꽃, 8일에 앵두꽃이, 9일에는 벚꽃이 피었다. 이어 12일에는 유채, 13일에는 라일락과 꽃잔디가 피기 시작했다. 16일에는 배꽃과 박태기, 철쭉과 튜울립이 피고, 19일에는 사과 꽃이 피기 시작해 봄꽃이 지천이 되었다. 사과와 배는 병충해 때문에 과일 먹기는 어렵지만 꽃을 보기 위해 나무를 남겨두고 있다. 꽃 피는 시기는 한 두 송이 꽃망울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꽤 많은 송이의 꽃이 피기 시작해 좀 떨어져서 봐도 꽃이 피는 것을 알 수 있는 시점으로 했다.
올해 목련은 3월 하순쯤 피어야 하는데 막 피려는 중에 갑자기 추운 날이 있이 있어 꽃 봉우리가 거의 얼어 꺼멓게 변했다. 재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다. 특히 우리 집 목련의 위치가 남향 햇볕이 좋은 곳에 있어 꽃이 일찍 피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꽃샘추위의 피해를 자주 보는 것 같다. 목련을 북향 햇볕 덜 드는 곳으로 옮겨 보려 한다. 100미터 쯤 떨어진 옆집의 목련은 꽃과 나무가 모두 좋다. 북향 산자락에 있어 그런지 우리 집 목련 보다 1주일 정도 꽃은 늦게 피는데 꽃이 오래 가고 보기도 좋다.
꽃이나 농작물은 햇볕과 배수 등 심는 위치가 중요하다. 특히 스프링쿨러와 같은 인위적인 물주기 시설을 안 할 경우 심는 위치를 잘 골라야 한다. 도고로 이사온 해에 청양에 사는 친구한테 다래 묘목 5그루를 받았는데 심는 위치를 잘못 골라 2개는 죽었다. 3개는 세 번 옮겨 심어 이제 자리를 잡아 잘 크고 있다. 다래는 배수가 잘되면서 습기가 많은 부식토를 좋아한다. 다래는 심기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지만 자리만 잘 잡으면 빠르게 크는 것 같다. 햇볕은 대부분의 식물에게 중요하지만 햇볕이 너무 잘 드는 곳에 묘목을 심는 경우 뿌리가 활착을 할 때까지는 물을 자주 주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가능한 노동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농사 짖고 있지만 묘목이건 모종이건 처음 자리 잡아 성장을 할 때까지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나무나 작물이 어느 정도 크면 지들이 스스로 자라게 내버려 둔다. 자식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듯하다. 이제 4년 째 농사짓고 있지만 매년 새롭다. 나는 수확물을 꼭 팔지 않아도 되는 아마추어 농부이기 때문에 실패를 걱정하지 않는다. 프로 농부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농기계를 거의 쓰지 않아 힘은 내가 더 드는 것 같다. 좀 더 편하고 환경파괴를 적게 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농법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도 온도와 햇볕, 비와 같은 자연의 변화에는 잘 따라야 한다.
첫댓글 잡초와 같이 자란 작물이 더 실하고 튼튼하다 하니
게으른 농부 괜찮습니다.
농사에 종사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오래되더라도
프로농부보다는
온도, 햇빛, 빗물과 같은 자연에 의지하며 최소한의 노동력만 투입하는
초보 농부가 재밌고 좋아요. ㅋ
고마워요, 복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