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삼에게 부쳐 보내다〔又簡景參〕
삼호에서 노닐었던 옛 추억이 역력한지라 / 歷歷三湖憶舊遊
오늘 십육일 맞아 사람을 시름 짓게 하네 / 天時旣望使人愁
표봉낙경은 어느 날에나 쉴 수 있을는지 / 飄蓬落梗休何日
명월희성은 지난해 가을과 비슷한 것을 / 明月稀星似去秋
우스워라 군은 새벽 일찍 말방울 울렸는데 / 鷄後笑君珂馬早
나는 벌레 우는 으슥한 초당에 앉아 있으니 / 蟲聲坐我草堂幽
두 손님이 찾아 준 것도 허사가 되었나니 / 虛蒙二客煩相訪
산속에 한 말 술 도모할 길이 없어졌으니까 / 山裏無因斗酒謀
작년 기망(旣望)에 삼포(三浦)에서 배를 띄웠기에 첫째와 둘째 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경삼(景參)이 애당초 이날 밤 모임에 오기로 약속했다가, 갑자기 다음 날 새벽에 어가(御駕)를 배종하는 일 때문에 약속한 대로 오지 못했기에 경련(頸聯)에서 언급하였다.
[주-D001] 표봉낙경(飄蓬落梗):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를 비유한 말이다. 표봉은 바람에 흩날리는 쑥대이다. 낙경은 단경(斷梗)과 같은 말로, 물결 따라 표류하는 목각 인형을 말한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진(秦)나라로 들어가려 하자, 소진(蘇秦)이 제나라에 볼모로 온 진나라의 경양군(涇陽君)을 본국에 정착한 흙 인형으로, 진나라로 들어가는 맹상군을 고국을 떠나 떠도는 나무 인형으로 비유하여 설득한 결과, 맹상군이 결국 진나라에 들어가지 않은 고사가 유명하다. 《戰國策 齊策3》
[주-D002] 명월희성(明月稀星):
밝은 달빛에 별빛이 희미하다는 뜻이다. 조조(曹操)가 지은 〈단가행(短歌行)〉에 “달빛이 밝아 별빛이 희미한 때에, 까마귀와 까치가 남쪽으로 날아와서, 나무 위를 세 바퀴나 돌았는데도, 의지할 만한 가지를 찾지 못했네.[月明星稀, 烏鵲南飛, 繞樹三匝, 無枝可依.]”라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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