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거사(浮雪居士) 취처성도(娶妻成道)
부설거사는 장가가서 도를 이루었다.
부설거사(浮雪居士)는 우리나라 재가거사(在家居士)다. 속명(俗名)은 진광세(陳光世)이고, 신라선덕왕(新羅善德王) 때 사람이다. 나면서부터 머리가 영특(英特)하였고, 살생(殺生)하는 것을 보면 싫어하였고, 항상 나무 밑에서 조용히 홀로 앉아 사색(思索)하기를 좋아했다. 나중에 불국사(佛國寺)로 출가(出家) 법명(法名)을 부설(浮雪)이라고 받고 열심히 도를 닦다가 영조(靈照), 영희(靈熙) 도반(道伴)과 함께 법왕봉(法王峰) 아래에다가 묘적암(妙寂庵)을 짓고 도를 닦다가 오대산(五臺山)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친견(親見)하려고 걸망을 지고 오대산으로 가던중에 두릉(杜陵) 백련지(白蓮池) 구무원(仇無冤)의 집에서 하룻밤을 쉬게 되었다. 무원옹(無冤翁)도 신심(信心)이 깊은 재가거사(在家居士)였다. 밤이 깊도록 세 스님들과 함께 도담(道談)을 나누었고, 하룻밤이지만 정성껏 스님들을 보살폈다. 아침에 공양을 마치고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다. 세스님들은 어쩔 수 없이 며칠 더 쉬어가려고 했다. 세 스님들은 주인 거사와 함께 불법에 대하여 도담을 나누었다. 무원거사는 세 스님 법문중에 부설스님의 법문이 청정법수(淸淨法水)를 마시는 듯이 감화(感化)가 더 컸다. 그런데 무원거사 슬하에는 무남독녀(無男獨女)로 외동딸 묘화(妙華)가 있었다. 태몽(胎夢)에 연꽃을 보고 얻었기 때문에 이름도 묘화(妙華)라고 지었다. 나이가 열 일곱살 묘령(妙齡)의 아름다운 미모(美貌)를 갖추고 태어났으나 옥(玉)에 티 흠(欠)인 것은 말을 전혀, 못하는 아녀(啞女)였다.
무원거사 내외는 외동딸인지라 애지중지(愛之重之) 장중보옥(掌中寶玉)처럼 사랑했다. 그래서 여자로써 갖추어야할 부덕(婦德)은 다 가르쳤고, 사서삼경(四書三經)부터 범경(梵經)까지 가르쳤다. 무원가사 내외는 딸이 시집갈 나이가 되어서 마땅한 자리가 있으면 사위를 얻으려고 했다. 여러 곳에서 중매가 왔으나 그런 눈치를 알아챈 묘화는 시집이야기만 나오면 얼굴빛이 어두어 졌다. 딸의 이런 태도를 보고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또 물었으나 고개만 숙인채 말이 없다. 묘화(妙華)는 며칠전에 집에 머물고 있는 세 스님들의 법문을 오다가다 들었고 무원거사 아버지로부터 부설(浮雪)스님에 대한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기에 마음이 부설(浮雪)스님을 흠모(欽慕)하게 되었다. 묘화(妙華)는 마음속으로만 애타게 흠모가 상사병(相思病)이 나서 들어눕게 되었다. 애지중지한 딸 아이가 병이나자 구원옹 내외는 걱정이 태산이 되었다. 부설스님도 며칠을 잘 쉬다가 아침에 날이 밝자 두 도반스님들과 떠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걸망을 지고 작별 인사를 올터인데. 무원거사 내외도 배웅을 해야 시간인데 묘화가 난생, 처음 말을 했다. 열일곱 살까지 말 한마디 못하던 벙어리 묘화가 말을 했다. 어머니, 나 부설스님에게 시집갈래요! 입이 터지자 나온 말이 스님한테 시집간다. 이것이 무슨 숙세(宿世)의 인연인가? 출가한 스님한테 시집을 간다고 말을 했으니,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무원거사 그게 무슨 소리냐? 청정한 스님들께 욕(辱)이 되는 소리가 아니냐? 하필 스님이냐? 그럴수는 없다. 냉정하게 꾸짖은 무원거사 말에 애원하듯 시집은 꼭 부설스님에게 간다고 애걸복걸 야단이다.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다. 부설스님이 아니면 시집도 가지 않고 그냥 죽어버리겠다고 하니, 어쩔수 없이 무원거사 내외는 부설스님께 딸의 굳은 마음을 전했다. 영조, 영희, 부설스님은 전한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것은 마(魔)다, 하고 부설스님은 마음이 흔들리면서 요동(搖動)쳤다. 어찌해야 하나? 그냥 매몰차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야 하나?
천사량 만사량이 파도를 친다. 번뇌의 파도다. 무원옹거사 부설스님을 보고 애원(哀願)이다. 부설스님! 내 말을 좀 들어 보시오, 부처님께서도 개미 한 마리를 위해서 무량겁(無量劫)의 고(苦)를 달게 받지 않았소! 나의 딸년이 저토록, 애걸을 하니 이 늙은 것들은 저 딸을 위해서 지금껏 살았소! 저 애의 목숨이 풀 끝에 이슬과 같소! 제발 불쌍한 우리딸 좀 구하여 주시구려! 무원옹 말이 피가 맺혀 아팠다. 부설스님, 계(戒)냐? 자비(慈悲)냐? 승(僧)이냐? 환속(還俗)이냐? 갈림길이다. 부설스님 마음의 평정을 찾고 구원거사 내외에게 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외다. 도(道)라는 것은 화려, 하는데도 조잡하는데도 있지 않고, 도(道)라는 것은 승속 옷에도 있지 않네,(道不在華野 道不在緇素) 모든 부처님 방편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데 뜻이 있구나! (諸佛方便志在利生) 이것이 부설스님의 환속게송(還俗偈頌)이다. 묘화(妙華)가 부설(浮雪)이 아니면 시집도 가지 않고 죽겠다는데 죽어가는 생명을 보고 그냥 매정하게 뿌릴 칠 수가 없다는 것이 부설스님의 환속결심(還俗決心)이다. 부설거사전(浮雪居士傳)에는 묘화가 벙어리라는 것은 두 가지 설화중 화옹(和翁)이 하나를 택한 것이다. 그래야 환속(還俗) 명분(名分)이 출가사문(出家沙門)의 명분(名分)에 합당(合當)하지 않겠는가?.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이십 성상이 흐른 후에 영조(靈照) 영희(靈熙) 두 도반과 나중에 물병 깨기로 겨룬 후에 보듯이 이겨서 환속게(還俗偈) 뜻이 확실하게 들어나기 때문이다. 부설거사(浮雪居士)는 묘화보살(妙華菩薩)과 슬하에 남매(男妹)를 두었고, 부설거사(浮雪居士) 가족(家族)도 모두 득도(得道) 성불(成佛)하였다고 해서 변산(邊山) 월명암(月明庵)에 가면 사성선원(四聖禪院)이 있다. 그러고 보면 부설거사(浮雪居士)는 취처성불(娶妻成佛)이다.
부설거사와 묘화보살이 세상을 떠나고 절에는 등운(登雲)과 월명(月明) 남매만 남았다. 월명이 십팔세 묘령의 아가씨라 절에서 나무만 하는 부목(負木) 총각(總角) 40세가 되도록 장가도 못 가고 살다가 부설거사 내외 어른이 죽고 없자 월명(月明)이 여자(女)로 보였다. 그래서 날마다 하룻밤만 자자고 애를 태웠다. 명월(月明)은 등운(登雲) 오빠에게 부목이 저렇게 보채니 어찌해야 합니까? 물었다. 정! 그러면 하룻밤 자라고 했다. 월명은 부목과 하룻밤 잤다. 아침에 등운 오빠가 물었다. 어제밤 부목과 잔 기분이 어떠냐고? 월명이 하늘에 장대 휘졌는 것 같았소! 부목이 하룻밤 자고 나자 또 졸라된다. 딱 하룻밤만 더 자자고! 월명이 등운 오빠에게 묻는다. 네 마음만 싫지 않으면 자 주어라! 월명 또 하룻밤 부목과 함께 잤다. 이튿날 등운이 물었다. 어제밤 기분은 어떠하냐? 어제는 진흙탕물에 작대기 휘졌는 것 같았소! 그래! 부목이 이틀 밤을 자고 나니, 색욕(色)이 치솟아 또 하룻밤만 더 자자고 월명 뒷 꽁무니를 쫓아가면서 졸라된다. 등운오빠에게 어쩌면 좋냐고? 물으니, 또 자 주어라고 한다. 부목과 월명은 하룻밤 남녀의 운무를 즐긴다. 아침에 등운이 묻는다. 어제밤은 기분은 어쩠드냐? 어제 밤은 진흙에 작대기 후빈격이었소! 그래! 월명아! 너 저 부목과 결혼해라! 오빠 미쳤소! 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수행정진해서 도업성취하겠소! 그러면 오늘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부목에게 좋은 장작나무로 군불을 때라고 하고 화로에 좋은 숯불을 담아달라고 해라! 그리고 숯불을 담으려고 고개를 아궁이 속으로 내밀거든 부목을 발로 밀어서 부엌 속에 처넣어라.
그래야 우리 남매가 수행정진 할 수가 있다. 너는 3일 밤이지만 이미 색욕색정(色慾色)에 물들고 있으니, 저 부목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는 수행정진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해라! 그런데 오빠의 명이지만 차마 부목을 아궁이로 쳐넣지 못하였다. 그래서 등운이 부목을 아궁이에 쳐넣고 월명 마장(魔障)을 제거하고 나서 두 남매는 방에 등을 맞대고 선정에 들면서 등운이 월명에게 말하기를 부처님 계율(戒律)에는 살생(殺生)하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진다고 했다. 월명아! 이제 우리 남매는 무간지옥에 가느냐? 성불이냐? 두 갈림길에 섰다. 오늘 등을 맞대고 용맹정진(勇猛精進)하여 성불(成佛)하자꾸나! 하고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들었다. 부목(負木)은 죽어서 염라대왕(閻羅大王) 앞에 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3일 밤 월명과 잔 것이 이렇게 죽게 되었다고 통곡했다. 네 놈의 말만 듣고 어찌 믿을 수가 있느냐? 저승사자를 시켜서 해동국(海東國) 신라 땅 변산 월명암에 가서 등운과 월명을 잡아 오라고 명을 하였다. 저승사자가 온 해동 땅을 다 뒤져 봐도 등운과 월명은 보이지 않았다.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들어갔기 때문에 저승사자 귀신 눈에는 보이지 않아서 잡혀가지 않았고, 그 후로 부설거사(浮雪居士) 자녀 두 남매는 득도성불(得道成佛)하여 사성(四聖)이 나왔다는 선화(禪話)다. 부설거사 설화는 재가(在家), 출가(出家)를 함께 아우르는 선화(禪話)다. 처음 출가했다가 환속한 부설거사는 철저하게 재가불교(在家佛敎)를 수행했고, 머리를 기른 채로 출가를 안 했지만, 등운(登雲)과 월명(月明)은 불살생계(不殺生戒)를 범계(犯戒) 하면서까지 성불을 도모(圖謀) 정진(精進)해서 출가자의 표상을 보인 선화(禪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