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無門關)
선잠(禪箴)
역(譯
규범을 쫓아 준수하는 것은 오랏줄 없는데 스스로 얽매이는 것이요, 종횡으로 거침이 없으면 외도마군(外道魔軍)이며, 마음을 두어 고요히 하면 묵조사선(默照邪禪)이고, 뜻대로 맡겨서 인연을 잊는 것은 깊은 구렁텅이에 떨어지는 것이요, 또렷하여 어둡지 않음은 쇠고랑 차고 칼을 메는 것이며, 선(善)을 생각하고 악(惡)을 생각함은 지옥과 천당이요, 불견(佛見)과 법견(法見)은 두 개의 철위산(銕圍山)이며, 망념이 일자 곧 깨달으면 농정귀(弄精魂) 같은 놈이요, 올연(兀然)히 정(定)을 익히는 것은 귀신 집에서 살궁리 하는 것이며, 나아간, 즉 이치를 미혹하고, 물러선, 즉 종취(宗趣)에 어긋나는 것이며,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면 기가 죽은 사람이다. 자 말해보라. 어떻게 실천해야 하겠는가? 노력하여 금생에 반드시 마쳐버려서 영겁(永劫)토록 남겨진 재앙을 받게 하지 말지어다 循規守矩 無繩自縛 縱橫無碍 外道魔軍 存心澄寂 黙照死禪 恣意忘緣 墮落深坑 惺惺不昧 帶銷擔枷 思善思惡 地獄天堂 佛見法見 二銕圍山 念起卽覺 弄精魂漢 兀然習定 鬼家活計 進則迷理 退則乖宗 不進不退 有氣死人 且道 如何履踐 努力今生須了却 莫敎永劫受餘殃.
사족(蛇足)
선잠(禪箴)의 잠(箴)은 규계(規戒)라는 의미(意味)다. 여기서는 규칙(規則)을 뜻한다. 선잠(禪箴)은 수선(修禪)하는데 일정한 규칙(規則)을 말한다. 백장청규(百丈淸規)와 같은 것이다. 선(禪)은 사물(事物)과 한 몸이 되려는 훈련(訓鍊)이다. 그런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외도마군(外道魔軍)이라고 했다. 자의적으로 모든 연을 끊으려고 애를 쓰면 깊은 갱속으로 빠져들 듯이 초참자에게는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참선(參禪)은 목적(目的)은 자성(自性) 개오(開悟)다. 밖으로 끌려 다니면 남의 살림살이다. 임제선사(臨濟禪師)는 그래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했다.(隨處作主)라고 했다. 서 있는 곳이 다 참이라고 했다.(立處皆眞) 그래서 성성불매(惺惺不昧)는 목에 걸린 쇠사슬도 녹여 버린다고 하였다. 흐리멍텅 취생몽사(醉生夢死)로 살면, 안된다. 이분법(二分法)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귀신집 살림살이가 되고 만다. 선(禪)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몰입(沒入) 집중(集中) 하나로 뭉치는 작업이다. 어록(語錄)이나 경전(經典)은 보는 것으로 그치면, 안된다. 자기 살림살이로 회광반조(廻光返照)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