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절규하듯 쏟아지는 외침소리로 / 박해강(선정)
불빛마저 적막한 도시의 한 모퉁이를 걷다가
어두움에 깔린 길에 나뒹구는, 흔하지 않은 낙엽을 본다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닌데 새삼 뭉클해지는 마음은 무엇인가?
모든 천지만물은 태어남이 있고
사그라짐이 있는데
영원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한들 무에 소용 있겠는가
만남과 만남, 헤어짐과 헤어짐, 스산한 길모퉁이에
서성이며 오가는 바쁜 걸음들,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또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 또한 평범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숭고한* 어두운 골목 안을 지나 휘황한* 네온 속으로 빨려 들면
절규하듯 쏟아지는 시든 이파리들의
단말마적 외침 소리들
진하디 진한 삶의 질곡 속에서, 단 한 줌의 생을 영위하기 위하여
들어내는 나신을 바라보며 차라리 오염되고 되어가는
도시의 운명적 신음 소리를
연민으로 볼 수밖에 없는, 원망이나 하자
물질과 황금의 질펀한 유린 그 유린을 알면서도
마약처럼 몸에 배이도록 차곡차곡 재워져
심각하게
황폐*하고 피폐*해져 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찌 그것을 막을 수 있으랴?
낙엽은 이제 온 골목 안을 모조리 메워 버리고
휘황한 불빛 저편 어두움 속에서 그 어두움에 파묻힌, 슬픈
영혼들의 생생한 단말마적 절규의 외침소리로
낙엽은 하나둘씩 나뒹굴어, 차례차례, 휘날릴 수 밖에, 없으리라.
1994.10월 말~11월 경 씀 2026. 7. 27. 옮김
*숭고 崇高 한 : 뜻이 높고 훌륭하다.
*휘황 輝煌 한 : 빛이 나서 눈부시게 번쩍이다.
*황폐 荒廢 한 : 땅이나 환경, 정신 등이 거칠어지고 피폐해진 상태
*피폐 疲弊 한 :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고 쇠약하여 이전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