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방학 단기사회사업 추사팀 수료증
정겨운 사람살이를 위하여
2025년 7월 14일 월요일부터 2025년 8월 23일 토요일까지 (6주간)
옛날 옛날에… 그 마을은 이주해 온 사람들로 넘쳐흘러 마치 그 옛날의 골드러시(Gold Rush)와 같았다. 정겨운 사람살이를 목적으로, 정겨움을 캐내려 모여든 마을. 그 마을은 이주해 온 사람들을 이렇게 불렀다. 추사팀.
좀 어색하지만, 추사팀이라는 이름은 마을을 뜻하며 그 마을에 사는 이방인들을 말한다. 열심히 살아 정겨움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꿈같은 이야기. 그러나 여기는 허상 같은 정겨움의 이상, 호숫가마을. 그리고 호숫가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노란 불빛이 세어 나오는 낡은 도서관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면접을 보았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나온 언어에는 겉도는 말과 중심을 찌르는 질문이 섞여 있었습니다. 비 오는 새벽에 호숫가를 산책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회색 물결을 바라보았습니다. 꿈이었을까. 다시 돌아왔을 때, 이 오래된 마을과 정겨운 이들은 여전히 존재할까?
전국에서 모인 사회사업가와 사회사업 지망생들이 합동연수를 했습니다. 사회사업 근본이 무엇인지 간절히 묻고 그로써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가까이 생각했습니다.
호숫가마을에 다시 모였습니다. 허름한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이 정신을 깨웁니다. 텅 빈 냉장고가 이웃 인정으로 채워졌습니다. 이웃집에 초대받는 날이 많았습니다. 귀한 음식과 삶을 나눠주셨습니다. 누가 누구를 도우러 왔는가. 살아보니 서로 기대어 함께 돕고 있었습니다.
인사 다녔습니다. 학교와 가게와 이웃집에 찾아갔습니다. 환대였습니다. 우리 하는 일을 돕고자 하셨습니다.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차츰 배워갔습니다.
유관순 열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학기 중에 미리 연구한 열사의 삶을 직접 찾아가 보고 느끼는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안내 자료를 만들고 여행 경로를 구상하고 식단을 짜고 숙소를 구하고 돈 계산했습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의 삶터를, 자주하여 공생하는 아이들이 여행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지안의 호숫가마을 생활 또한 한 편의 연극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연극을 제안했을 때는 자못 놀랐습니다. 관심과 열정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늦게 신청한 아이는 수강 철회를 해야만 했습니다. 열정과 열정이 부딪치니 불꽃이 튀었습니다. 종잡을 수 없이 튀는 불꽃 같은 아이들을 마주한 첫 만남 후, 지안이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처음이라 그랬을 겁니다. 어떤 일은 시작점에서 큰 힘을 쏟아야만 합니다. 궤도에 오르기까지 온 힘을 다해 밀어야 합니다. 연극팀이 그랬습니다. 그러다 차츰 편안해졌습니다. 어쩌다 연극팀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지안이는 가만히 서 있고 아이들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아이들이 주도하고 지안이는 곁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마당극의 대가 박세환 선생님 특강, 극단주 김수진 선생님의 가르침, 추동교회 김덕승 목사님의 나눔, 그 나눔을 전하는 이선아 선생님의 수고. 아이들 연극 무대 뒤에는 이분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연극 포스터가 골목에 붙었습니다. 연출팀에도, 배우팀 명단 어디에도 지안이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연극을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 지안의 과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극팀 아이들 사이, 연극팀과 이웃들 사이. 그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지안이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웃고 울고 감탄하고 고뇌하고 걷고 뛰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오늘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연극을 보았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호숫가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무엇이 남았을까요?
지안, 지안은 지금 '어떱니까.'
아이들과 야영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날을 해피 야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과연 호숫가마을 야영 앞에 해피를 붙일 수 있을 것인가? 전깃불도, 화장실도, 물도 없는 호숫가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텐트를 쳤습니다.
가서 뭐하고 놀지? 무얼 먹을까? 텐트는 어떻게 칠까? 아이들은 하나하나 의논해서 정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해보자 하고 도전했고, 필요할 때 마을의 다정한 이웃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야영은 서로네 집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텐트 빌려주시고 화장실 내어주시고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가까이에 언제든 피난 갈 수 있는 쉼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필 가장 더운 날이었습니다. 뜨겁고 습한 호숫가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여름밤을 누렸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동네 언니들과 야영했습니다. 새벽에 나와 사자자리 유성우를 보았습니다. 캠핑 책에서 본 그대로 피자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밀가루로 반죽하고 직접 손질한 재료를 얹고 모닥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내가 믿음이 부족했다' 피자 만들기를 성공한 아이들을 보며 제민이 아버지가 고백하셨습니다. 아멘. 하윤이 어머니가 오프로드 길을 운전해서 짐을 옮겨주셨습니다. 담이 어머니가 모기장을 쳐주셨고 근사한 천막을 달아주셨습니다.
'해피 야영'의 행복, 그러나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행복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야영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웃들은 내 아이를 보살피며 이웃의 아이를 함께 돌보셨습니다. 저마다 복지를 누리며 더불어 야영했습니다. 자연히 행복했습니다.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처럼 아이들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행복해도 좋고 행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정겨운 사람살이 속에서 행불행에 메이지 않고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규민이의 리듬으로 야영을 잘 도왔습니다. 규민이에게도 해피였기를, 정겨운 사람살이였기를 바랍니다.
자매인가요? 지안과 규민을 두고 여러 번 물으셨지요.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호숫가마을에 살았습니다. 아침에 공부하고 책 읽고 글 쓰는 순간은 평화였습니다. 다락에서 책 읽다 잠든 지안을 깨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안의 평안이 이 작은 공간에 퍼졌습니다. 달릴 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규민을 가만히 보았습니다. 어느 날 혼자 뛰고 있는 규민을 목격했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 규민이를 보며 저도 힘을 냈습니다. 작고 낡은 극장에서 본 오래된 영화들, 캄캄한 숲속 산행과 그 끝에 마주한 야경, 갈매기가든으로 떠난 피서, 합창 모임에서 부른 노래, 아침마다 나눠 마시던 차, 호숫가 산책, 선배들의 내리사랑과 만찬. 두 사람 덕분에 이 여름도 추억으로 가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물러날 때는 두 소매에 淸風만, 맑은 선비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행장은 초탈한 듯 깨끗하여 수레가 해지고 말이 야위었으되 그 사람에게는 맑은 바람이 흐릅니다. 이루거든 머물지 마십시오. 머물지 않아야 사라지지 않습니다.
연극 무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야영의 밤을 밝히던 모닥불도 꺼졌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캐내고 또 나누려 했던 정겨운 사람살이는 오래도록 온전할 겁니다.
옛날 옛날에… 그 마을은 이주해 온 사람들로 넘쳐흘러 마치 그 옛날의 골드러시(Gold Rush)와 같았다. 정겨운 사람살이를 목적으로, 정겨움을 캐내려 모여든 마을. 그 마을은 이주해 온 사람들을 이렇게 불렀다. 추사팀.
좀 어색하지만, 추사팀이라는 이름은 마을을 뜻하며 그 마을에 사는 이방인들을 말한다. 열심히 살아 정겨움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라는…꿈 같은 이야기. 그러나 여기는 허상 같은 정겨움의 이상, 호숫가마을. 그리고 호숫가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호숫가마을 사회사업가 이지안 김규민 님께 존경과 사랑을 담아 이 수료증을 드립니다.
2025년 8월 19일 새벽 호숫가마을에서
첫댓글 지안 규민 안녕히 가세요.
사회사업 궤도에 오르기까지.. 지난 여름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이 여름이 오래오래 지안이랑 규민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수고를 하영은 잘 알겠지요.
특히 이번에, 하영이 기록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하영 님~
최선웅 선생님께서 알아주셨네요
@한덕연 최선웅 선생님과 권민정 선생님은
늘 저를 잘 알아봐주셔요. 과분할 정도로요.
최선웅 선생님 고맙습니다 🙇♀️
도움이 되어 기뻐요.
최 동무,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