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현관 앞에 기척도 없이 누군가
칠성사이다 한 병 놓고 갔네
알쏭달쏭한 세상
보글거리는 마음 한 자락
속으로 한참을 걸어들어가 보네
길은 수시로 생겼다 사라지지만
한 번도 굴헝을 다 보여주지 않네
생각의 궤양들이 삐죽빼죽 돌기를 만들어
의심과 의문 사이, 나와 사이다 사이
차이와 차이 사이 사이좋게 존재하는 알싸함으로 찰랑거리네
동굴의 맛은
낡은 관절을 톡톡 쏘아대는 노년의 맛
칼을 갈며 이를 갈던 날카로운 순간들이
주상절리로 펼쳐지네
맵거나 뜨겁지 않은 것은 청춘의 맛이 아니지
이제는 어떤 반찬과도 어울리는 순한 두부 같은 얼굴
깊이를 잴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보네
천연 동굴 탄산 약수 한 모금 길게
눈으로 마셔보네
이재린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흥 문학상 대상
바다 문학상 대상
<시집> 마농꽃이 걸어서 우체국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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