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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행(四川行) 44
“달그락, 달그락....”
조용한 분위기였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의 분위기였다.
“흠흠..... 호오, 이것 참 역시 소희 네 솜씨는 최고구나!...”
조용하게 고죽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이곳은 주여루였다. 일행은 사흘 전
에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내일이 사천지회가 있는 날이었다. 어느새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러간 것이었다.
상귀와 하귀는 구석에서 눈을 부라리며 고죽노인을 보았다. 그들은 지금 모습이 변해 있었다. 언제 그러고 다녔나는 듯 깨끗이 세안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머리는 자르르하게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단정히 뒤로 넘겨져 있었다.
"오라버니들, 밥 먹다 말고 고죽아저씨는 왜 흘겨보는 거죠~~?“
한 쪽 구석에서 조용하지만 말끝이 날카로운 음성이 흘러 나왔다. 상귀와 하귀는 고개를 찔끔했다. 그들은 조용하게 젓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근 보름 전 객잔에서 지저분하게 먹던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입이 소리 없이 열렸다.
‘니기미.....’
‘젠장....’
입모양만 그리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일행은 쿡쿡거리며 조용히 웃었다. 아미파의 여승들 까지도....
무정은 그런 그들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고죽노인은 그간 상귀와 하귀의 행동 하나하나를 낱낱이 고변했다. 잘한 것은 빼고...........
순간적으로 소희의 눈꼬리가 올라갔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이 모양이었다.
상귀와 하귀가 소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저렇게 순한 양이 돼 있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화수연이나 우세중, 구서력이나 남궁추가 안다면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엇이든 해주는 것, 그런 것이 사랑이었나? 그럼 나는 어떤가........미려군은?
무정은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문을 나갔다. 저녁달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문을 닫았다.
“...............”
여신은 그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 무정이었다.
무정은 아예강에서 수련을 그만두었다. 더 이상 해보았자 별 소득이 없음 을 깨달았다. 원인을 알고 있음에 그는 미련을 갖지 않았다. 그래봐야 시간만 낭비 할 뿐이었다.
대신 그는 홍관주, 명각과 비무를 벌였다. 실전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홍관주와 명각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강한 상대와 손을 맞댄다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부탁할 것이었다. 특히 명각은 요즘 부쩍 늘고 있었다. 명경과 상의 해 가면서 모르는 무공도 서서히 깨우치기 시작했다. 명경은 살아있는 무공백서였다.
그런 명경도 나름대로 심득을 하나, 둘 쌓아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도 무공이 늘고 있었다.
무정은 근 반시진 동안 이리 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 뒤뜰로 나아갔다.
뒤뜰은 삼십 여장의 공터로 변해 있었다. 아이들이 다칠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홍관주가 개방제자를 시켜 터를 닦아놓은 것이었다.
그런 그 터에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상귀, 하귀와 고죽노인이었다. 고죽노인이 꺾인 것이었다. 그들에게 내공과 보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어허, 그게 아니라니까, 상귀! 허리를 펴! 다리는 마치 미끄러지듯, 하귀! 너는 춤추냐? 다리에 힘 안줘!”
고죽노인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상귀 하귀의 신형이 좌우로 주욱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자리를 잡아 가는 그들이었다.
“.........”
“.........”
두입을 꽉 다물고 조용히 구슬땀만 흘리며 움직일 뿐이었다.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허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 한 켠에 한 여인이 보였다. 조용히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 소희였다.
“홋홋홋, 참 열심이지 않아? 정말 신기하게도 소희 말은 잘 들어.”
“핫핫,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야 원 딴사람을 보는 것 같으니,,”
“조금 시간이 흐르면 저분들도 당당히 제몫을 다 해내실 겁니다. 아미타불......”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관주와 명경, 명각이었다. 그 외에도 아미의 간명과 여신도 있었다.
“내일이 결전이라 초조하냐?”
홍관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정은 피식 웃었다. 그런 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저, 머리가 좀 복잡할 뿐이었다.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모두들 눈으로는 저기 연무를 하고 있는 상귀와 하귀를 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귀는 무정을 향해 열려 있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강호를 살 수 있을까?”
“ ! ”
일행은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엉뚱한 문제였다. 살인을 안 하고도 강호를 산다. 그럴 수 있었다. 허나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들은 무림인이었다. 무림인의 무공은 심신을 단련하는 것을 넘어,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발전해왔다. 천년 소림이나 아미조차도 그런 식으로 발전해 온 것이었다.
“홋홋,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일 테니.....”
홍관주의 나직한 말이 들렸다. 그도 사람을 죽인적은 많았다. 한달 여전에 전장에서도 그는 오이랏트에게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 상당수가 죽었을 것이었다.
“.................”
무정은 말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약하면 죽는 것이었다. 그것이 전장의 법이었다. 허나 이곳은 전장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장보다 더욱 험한 곳이었다. 강자존의 논리가 그대로 들어맞기도 하지만 그게 반드시 맞는 법이라는 것도 아닌 곳이었다. 그는 조용히 돌아섰다. 조용히 그의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무시주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 것 같군요..”
조금은 어두운 표정으로 간명스님이 말문을 열었다. 살인을 거부하는 무정의 마음이 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홋홋, 내일은 해가 길었으면 좋겠구나..... 오랜만에 투지 넘치는 대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홋홋”
“ ? ”
명각은 눈을 크게 떴다. 홍노야는 무엇인가 느낀 것 같았다. 그는 홍관주를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려 했다. 허나 홍관주의 입은 다시 열렸다.
“살인을 거부한다....... 그것은 아닐 것이야, 아마 과하게 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옳은 말일 것 같군. 조금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가? 홋홋 명경, 내가 사람은 잘 보지 않았나?”
“아미타불, 그렇습니다. 홍노야. 확실히 거대해져 가고 있는 무시주입니다. 선재, 선재...”
뜻 모를 대화를 둘은 웃으면서 나누었다. 명각은 알 듯 말 듯한 심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의 고개가 돌려졌다. 저 멀리 걸어가는 그의 뒷등이 무척이나 커 보였다.
“당문주 이자가 오기는 오는 거요?”
“핫핫, 가장문인 걱정 마시오, 이미 오고 있다고 연통이 왔소.”
팔황일검 가자성은 짜증나는지 연신 당세극을 향해 재촉하고 있었다. 당세극은 만면에 지리한 웃음을 머금고 입술만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헛헛, 그는 무사요.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외다. 조용히 기다리면 될 것이요. 아직 시간도 이르지 않소?”
당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약속한 시간은 오시 경이었다. 아직 반시진정도는 남아있었다. 조급하게 울리는 가자성을 향해 달래듯 말하는 그였다.
“제길, 오면 한주먹거리도 안되는데 뭘 믿고 저러나?”
한쪽구석에서 아주 작은 혼잣말이 들렸다. 예음검 유정봉이었다.
청성파의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툴툴대며 발을 놀리는 유정봉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작게 미소 지었다. 사실 그의 말이 맞았다.
무정의 신위를 직접 본 사람들은 그의 신위가 이미 점창 장문보다 높은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문파의 자존심 때문에 끝내 이렇게 맞상대 하려는 것 같았다.
점창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고집이 센 곳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그들의 콧대는 사천성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허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팔황일검 가자성은 무정의 신위를 못본 것이었다. 그는 전장이 정리된 뒤 홍관주가 나서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떡이며 자리를 떠났다. 나머지는 후학들의 몫이었다. 이정도 했으면 무림의 선배 된 도리는 다 했다고 본 그였다. 왠지 섬전검 유장로가 끝까지 남아서 봐야 된다고 했지만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그냥 나왔다.
자신의 딸에 아직도 목에 부목을 하고 있었다. 아비 된 도리로 잠시라도 그냥 둘 순 없었던 것이었다.
사방 이십 여장의 공터였다. 그 위에 세치두께의 각목을 대고 다시 그 위에 두 치 두께의 커다란 판자들을 연결해 만들었다. 땅에서 삼척정도 위로 올라와 있는 이곳에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이번 전쟁은 상당히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군이 참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무림인들이 이겼다는 것에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초청도 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소림의 정천혜불(情天慧佛) 무학(懋?)대사가 사대금강을 위시하여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단상의 제일 앞에는 사천의 네 개 문파가 자리 잡았고 그 좌우방향에는 각처에서 구경 온 사람들이 시립해 있었다. 그야 말로 사천의 모든 무림인들은 다 모여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저기 온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그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정문으로 쏠렸다. 거기에서 일단의 인물들이 보였다. 작은 주머니를 들고 온 무정과 그 일행이었다.
“홋홋, 많이도 모였구만,..”
“사천 땅에 사람이 이리도 많았나?”
홍관주와 고죽노인이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무정은 아랑곳없었다. 그는 단상으로 올랐다. 나머지 일행은 뒤쪽에서 서 있었다.
희명공주는 오랜만에 본 무정을 보고 반가움에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정면의 이층단상에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관부의 인물인 듯한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마은명도 보였다.
“............”
허나 그녀는 이내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무정은 이층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던 마은명의 눈빛이 빛났다.
장내에 계신 분들께 고합니다. 이제 사천지회를 개최하려 합니다.”
내공이 서린 당세극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모두가 쥐 죽은 듯이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당세극은 조금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으나 싫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곳은 당문이었고 그들은 이곳을 기억할 것이기에.......
“본 대회는 점창파와 무정대협과의 은원을 끊기 위한 자리입니다. 양측의 사람 이외에는 어떤 사람도 참여를 금합니다. 이점 명심해 주십시오.”
당세극은 말을 마치고 앉았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는 옆의 팔황일검 가자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일어섰다.
“구질구질하게 말로써 하기 싫다. 강호는 힘의 논리로 말한다. 세 번의 비무를 하겠다. 물론 목숨을 건 비무가 될 것이다. 세 번의 비무를 모두 승리 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잊겠다. 동의 하는가!”
벽력같은 외침이었다. 허나 그 말에 무정일행과 나머지 사천의 문파들은 얼굴이 굳었다. 불공평했다. 일대일 단 한 번의 승부일 줄 알았었던 것이었다. 허나 그들은 반대할 수 없었다. 무정의 고개가 끄떡여졌기 때문이다.
“일대제자들은 나가라! 가서 무너진 점창의 자존심을 찾아와라! 그
리고 저 음적의 목을 바쳐라!”
“ ? ”
음적이라니...... 홍관주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 !......... 에잉, 못난 놈들....”
그는 혀를 차며 입을 놀렸다. 아직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유직과 그 네 명의 점창 제자가 진실을 말 안한 것이었다.
가자성의 외침과 함께 점창에서 네 명이 올라왔다. 공연무 구성, 이검 오립, 중신검 광무성 그리고 점창신수 고주석이었다. 과거 무정에게 일초에 당한 그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 일말의 불안감이 스쳐가고 있었다.
무정은 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 ! ”
막 소림의 장문인을 보고 다가가고 있었던 명각의 눈이 커졌다. 그의 눈에 무정이 꺼낸 것이 보였다. 긴 끈 같은 뭉치였다. 문제는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는 각 부위를 단단히 조였다. 다리와 팔뚝의 중요 부위에는 철갑이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사람에게 타격을 주는 정권부위와 발목아랫부분만이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왼팔에는 어깨부분만 철이 나와 있고 나머지 부분은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이렇게 한다면 막는 것은 수월해도 타격력은 좀 떨어지게 될 것이었다. 뭐,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좀 나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였다.
“팡, 팡!”
무정이 손을 두어 번 마주쳤다. 느낌이 괜찮았다. 갑자기 병기를 바꾸는 것도 좀 그렇지만 그는 구여신니의 말을 들어 주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살생은 피하고 싶은 그였다. 이번 비무에서는 초우도 쓸 생각이 없는 그였다. 그는 눈을 빛내며 앞으로 걸어갔다.
“..........”
점창의 네 일대제자들은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그를 둘러쌌다. 순간 무정의 신형에서 일장정도의 묵기가 나왔다 들어갔다.
그리고는 엄청난 살기가 휘몰아쳤다.
“헉!”
“....”
네 명의 점창제자들은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전에 느꼈던 그런 살기가 아니었다. 검을 빼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저어하며 가늘게 손을 떨고 있었다.
“저....저런 못난 놈들! ”
가자성은 머리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그는 옆을 보았다. 목에 아직도 부목을 대고 있는 가기연이 보였다. 그녀는 얼굴에 살기를 가득 지니고 있었다.
“뭐해요! 다들! 어서 저 파렴치한 음적놈을 죽여요.”
멋쩍게 서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녀였다. 전혀 반성하고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아직도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더럽힌 것이 무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무정의 신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카악. 툇...... 저기 대장에게 염장질을 하는 미친 것이 또 있네? 니기미...”
“글게요 성님, 헌데 이번엔 여자네요?....... 대장이 화나면 여자건 남자건 작살난다는 걸 모르는 가보네요.”
“부탁이다 이놈들아 제발 입 좀 닫고 보자, 응?”
고죽노인의 말에 상귀와 하귀는 눈을 부라렸다. 허나 조용히 입을 닫았다. 점점 사부대우를 해주고 있는 그들이었다. 아마도 그것보다는 소희가 더 무서워서 그런다는 말이 맞을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고죽노인은진한 미소를 그렸다. 그의 눈이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시작된 것이었다.
“타앗....유운파세(流雲破勢)!”
무정의 왼쪽에서 낭랑한 소리가 들렸다. 공연무 구성이었다. 제비도 묶어버린다는 그의 별호처럼 그의 무릎가로 낮게 치고 들어왔다. 흘러가는 구름도 벤다는 검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환영난화(幻影亂花)!”
우측에서 이검 오여립이 덤벼들었다. 무정의 배 어림을 베어 오고 있었다. 그의 검은 좌우로 힘차게 휘두르며 오고 있었다. 번쩍거리는 검광은 어떤 것이 진짜인지 모르게 빠르게 휘둘러졌다.
“...........”
무정은 아무 대응이 없었다. 양쪽에서 나오는데 앞뒤에서 가만히 있는다면 필히 함정이었다. 피해도 좌우로 피해야 했다. 그는 왼발을 살짝 올렸다. 그리고는 왼쪽으로 신형을 기울였다. 오른발에 힘을 주고 지면에서 이 척정도 떠서 날아갔다.
“ ! ”
구성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 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건 아니었다. 애초에 계획은 그가 앞뒤로 굴신해야 했다. 그래야 이 전법이 성립이 되었다.
무정의 무공수위를 놓고 봤을 때 쓸 수 있는 단 한수였다. 그들은 무정의 무공을 너무나 얕보았던 것이었다. 그의 반응속도가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는 손목을 비틀어 검을 지면과 수직으로 만들었다. 그대로 찔러 올릴 심산이었다. 그때였다.
“헉!”
구성의 입에서 헛바람이 나왔다 어느새 그의 양발이 자신의 검을 잡고 있었다. 왼발은 검의 중간에 오른발은 검의 상부에 서로 반대편에 놓여 있었다. 갑자기 그의 검이 휘기 시작했다. 무정이 발을 서로 교차시켜 힘을 주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구성의 손이 검을 잡아 당겼다. 그때였다.
“짜앙!”
구성의 검이 부서져 나갔다. 그의 검은 휘돌며 우측에서 오던 오여립에게 날아갔다. 오여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휘돌아 오는 그의 검은 어디로 튈지 몰랐다. 그는 신형을 멈추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무정은 두 다리를 쭉 폈다. 내려서는 와중에 허리를 비틀었다. 그이 양발이 한 바퀴 크게 회전했다.
“빠악..”
“크억”
구성의 이마에 무정의 발뒤축이 작열했다. 그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았다.
반바퀴 회전하면서 바닥에 배를 깔았다.
“쿠당탕”
일장이 넘게 주욱 밀려간 그였다.
무정은 다리를 오무려 바닥에 착지했다. 그의 눈에 막 오여립이 검을 튕겨 내는 것이 보였다. 막 그를 향해 나아가려 할 때였다. 좌우에서 다시 검이 들어오고 있었다. 고주석과 광무성이었다.
“사아앗”
역시 점창이었다. 빠르기는 상당했다. 무정은 몸을 뒤로 약간 기울였다.
앞에 있는 오른발에 힘을 주고 박찼다. 그의 신형이 뒤로 미끄러지듯이 나아갔다. 두개의 검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그러다 일순간 다시 그를 향해 검이 휘어졌다. 무정은 신형을 세웠다.
]그의 눈에 막 정면에서 달려오는 오여립이 보였다. 그는 그의 가슴에 한 점을 찍었다. 그리고는 땅을 박찼다.
점창의 검은 얇았다. 쾌검을 주로 하는 문파이기에 거의 연검수준이었다.
당연히 검극의 움직임이 상당히 크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무정을 조준했지만 휘돌리는 탄력에 검극이 바깥으로 구부러지고 있었다.
“파파파파”
무정의 신형이 열개이상의 잔상을 남기며 앞으로 폭사되었다. 두개의 검날은 이제 막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면서 신형을 숙였다. 무정의 두 팔이 주욱 뻗었다.
“퍼퍽”
“억...”
“악...”
두 마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고주석과 광무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당한 일격이었다. 이제까지의 속도와 너무 차이가 났다. 눈이 무정의 신형을 놓쳐 버린 것이었다. 그 둘은 뒤쪽으로 나가 떨어졌다.
“이야얍”
초식의 이름도 없었다. 오여립은 무조건 정면으로 찔렀다. 무정의 허리가
틀어졌다. 그의 왼팔이 앞으로 나왔다.
“깡!”
무정의 어깨에 맞은 검은 몸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졌다. 그의 왼손이 올라
갔다. 오여립의 검을 잡은 오른팔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그의 오른팔이 오
여립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억!”
오여립의 목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나왔다. 그의 두발은 땅에서 두 치정도
올라와 있었다. 왼팔은 반 이상 비틀어져 있었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따당....땅!....”
떨어지는 검의 소리와 함께 장내에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청성의 일대 제자들이 변변한 대응도 못해보고 진 것이었다.
“ ! ........”
가자성은 눈을 부릅떴다. 대체 몇 수만에..... 그리 빠르지도 않았다. 하지
만 마지막의 것은 자신의 눈에도 흐릿하게 보였다. 허나 피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섰다.
“이,이....이 멍청한 놈들! 그것도 무공이라고 익힌 것이냐! 당장 들어와라! 이..... 사문에 먹칠을 하다니”
단단히 화가 난 가자성이었다. 그는 콧김을 뿜어대고 있었다.
무정은 손을 놓았다. 오여립이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쿠당탕~”
나무판자로 만든 바닥이 울렸다. 엄청난 망신이었다. 아무런 외상도 없었다. 그저 무력화시켜버린 무정이었다. 네 명의 신형이 슬금슬금 뒤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첫판을 이긴 무정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