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 사제가 아니라 해고 노동자입니다
신부가 되어 본당 사목은 한번도 못하고 사회복지만 했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가고 싶어하지 않은 곳을 갔습니다.
저는 본당 사제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로 일을 했기 때문에 면직 사제가 아니라 해고 노동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해고 노동자들이 무슨 큰 죄를 지어서 해고된 것이 아니듯이 면직 사제들도 무슨 큰 죄를 지어서 면직된 것이 아닙니다.
면직 사제들 중에 성품이 강직하고 타협하지 않고 순종하지 않아서 교구 책임자와 본당 신자들에게 미움을 받아서 모함을 당한 분들이 많습니다.
교회 안에서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청빈이나 정결을 못지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 권위에 순명하지 않는 불순종입니다.
신부는 영어로 father, 아버지라고 합니다.
물론 영적인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신부는 아버지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자식을 키워보지 않고 가슴 아프고 눈물나는 세상살이를 겪어보지 못한 신부들은 아버지들의 마음을 모를 겁니다.
아버지들은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가족을 위해 피땀 흘려야 하고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같이 나누어야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피할 수 없고 껴안고 살아갑니다.
신부들은 몸 바쳐 희생할 가족이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처럼 집 걱정할 일도 없고 생계 걱정할 일도 없고 자식들 걱정할 일도 없고 대출 이자 걱정할 일도 없고 노후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사제나 수도자보다 세상의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가족을 목숨처럼 지키며 괴로울 때나 슬플 때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며 아빠와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더 존경스러웠습니다.
제가 사제직을 그만둔 뒤에 더욱 더 깊이 느끼는 것은 사제와 수도자 보다 아버지와 어머니로 사시는 신자분들이 저를 위로하고 자비롭게 대해 주셨습니다.
제가 못살고 못난 탓에 교구에 민원이 들어가 저를 조사하신 교구청 사제가 한분 계셨는데 그분은 저를 조사할 때 아주 권위적이었고 저에 대한 편견이 많았습니다.
그분이 저를 처음 조사를 할 때는 제 얘기를 믿고 사건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유명한 작가분이 느닷없이 개입해서 조사가 계속 되었고 저를 조사했던 교구청 사제는 저를 의심하며 징계할 증언과 증거을 집요하게 찾았습니다.
그분에게 여러번 조사를 받고 참사회의 결과에 따라 마지막으로 소명 자료를 내라고 했을 때 저는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서 아래의 글도 같이 제출했습니다.
< 이번에 제 일로 주교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주교님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고백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이번 일에 관련해서 진심을 말씀드렸고 소명 자료도 최선을 다해 정리했습니다.
교구에서 양쪽 의견을 수렴해서 추측이 아니라 사실 관계를 분명히 확인해 주셔서 억울함이 없이 진실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해 주시길 빕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겪은 일과 관련해서 교구에 건의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저와 비슷한 일을 겪을 사제들이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1. 교구 사제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민원이 어떤 내용이 들어왔는지 분명하게 알려주시고 해당 사제에게 해명 자료는 물론이고 해당 사제가 증인을 추천하면 교구에서 부르셔서 얘기를 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2. 교구 사제에 대한 민원이 들어왔을 때 해당 사제에 대한 조사를 해야겠지만 민원을 넣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목적으로 했는지도 양쪽을 공정하게 조사하시고 사제의 개인 통장을 교구에서 조사하는 것은 신중해서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3. 참사회에서 교구 사제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참사회가 끝나고 나서 해당 사제를 불러서 결과를 알려 주고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 보다 해당 사제에게 참사회가 언제 있으니 소명할 자료를 준비해서 와서 얘기하라고 하는 것이 참사회에 오신 분들이 판단하기가 좋을 것입니다.
이번 일로 사제로서 교구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저에게 억울함이 생긴다면 사제가 아닌 인간 김종봉으로 저를 모함한 사람들을 법적인 처벌을 받도록 고소할 것이고 교회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서 명예 회복을 할 것입니다.
이제껏 마산교구를 위해 일해 온 제가 정말 이번 일로 사람들이 무서워졌습니다.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김종봉(요한) 신부 올림 >
저를 조사한 교구청 사제가 저를 조사한 결과를 주교님께 보고하고 참사회에서도 저를 조사한 결과를 설명했지만 그분은 공정하지 못했고 편협했습니다.
교회법에는 사제에 대한 징계(정직, 면직)는 교구 주교가 교회법을 전공한 신부 세명을 판사로 임명해서 관련 사제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공정하게 재판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규정일 뿐이고 현실은 그러한 절차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 사제들을 징계합니다.
주교님이 저를 불러 보여준 면직사유서에는 면직 이유와 아래의 글도 있었습니다.
"제가 제출하는 면직사유서에 대해 신부님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의 제기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교구는 참사회의 결정에 따라 인사 공문을 발표하겠습니다."
주교님은 제가 신학생 때 신학교 교수 신부로 계신 스승이셨고 주교가 되신 뒤에 저에게 하느님을 대리해서 사제 서품을 주신 아버지셨습니다.
주교님은 제가 사회복지를 하며 수고하는 것을 아셨고 제가 행사에 초청하거나 기증물품을 부탁을 드리면 거절하신 적이 없이 저를 신뢰해 주시고 저를 다른 신부들과는 다른 특별한 신부라고 칭찬을 해 주신 분이었습니다.
저는 주교님을 아버지로 여기며 설과 추석 때 주교관에 선물을 보내드렸고 주교님이 당뇨로 편찮으셨을 때 여주를 갖다 드리며 건강하시길 빌어드렸습니다.
제가 모함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유명한 작가분이 느닷없이 개입해서 누구에게 들은 얘기라며 제가 후원금 횡령했다는 얘기와 또 누구에게 들은 얘기라며 제가 이성 문제가 있다고 교구에 전달했고 교구는 유명한 작가분의 얘기라서 신뢰했고 저를 면직시키는데 결정적인 증언과 증거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면직된 사실과 제가 세월호 밀양 와락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아서 단 한푼도 전해 주지 않았고 장애인 자립의 집 후원금도 제가 전적으로 개인용도로 썼다고 하며 가톨릭의 수치로 남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유명한 작가분은 자신의 말이 한 사람을 매장시키고 살인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릅니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불의입니다.
창원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저는 성금을 모금한 적이 없고 <파파 프란치스코를 기억하는 모임>을 할 때 세월호 유가족, 밀양 할머니들, 와락센터 분들을 초대했고 그분들에게 미사 때 모은 봉헌금을 후원금으로 드렸다고 진술했고 그분들과 후원금에 대해 카톡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증거자료로 제출했고 장애인 자립의 집도 제가 후원금을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그 단체의 통장으로 후원하라고 안내했다고 진술했고 후원금 총액 자료와 자립의 집이 지어진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서초경찰서에 추가 증거자료를 갖고 갈 겁니다.
유명한 작가분께 정중하게 말씀드립니다.
저에게 피해 당한 것이 있으면 고소하십시오.
제가 후원금을 횡령한 자료가 있으면 그것도 고소하십시오.
저는 다 잃은 사람입니다.
죄가 있으면 감옥에 갈 겁니다.
감옥에서 긴 피정을 하고 나올 겁니다.
제가 조용히 숨어 살지 않고 교구와 유명한 작가분에 대해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저와 같은 사람이 또 다시 없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주교님과 마지막으로 나눈 문자를 올립니다.
"주교님, 나눔향기축제에 내어주신 기증물품 챙겨갑니다.
주교님의 깊고 따뜻한 사랑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내어놓은 물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늘 아름다운 사제의 모습을 보여 주시기 위해 노력하는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주교님은 저를 면직시키면서 힘들어 하셨습니다.
아버지이신 주교님은 다른 사람 말을 믿고 저를 버리고 내쫓았지만 저는 아들된 도리로 건강이 좋지 않으신 주교님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삶이 전쟁터와 지옥 같더라도 모두 힘내십시오.